지상낙원이 집이자 직장…몰디브 럭셔리 리조트서 6개월 일해보니 [여행 체크人]

홍지연 매경닷컴 기자(hong.jiyeon@mkinternet.com) 2024. 5. 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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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메드 몰디브 카니에서 6개월 째 일하고 있는 한국인 직원 베르타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여행하면서 돈도 벌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본인 능력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서든 돈을 벌며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지상낙원’ 몰디브에서 일하면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면 어떨까. 클럽메드 몰디브 카니에서 6개월째 먹고 자고 일하는 한국인 직원 박푸른나무(27)씨를 현지에서 만났다. 박씨는 현지에서 영어 이름 ‘베르타’로 불린다. 2022년 말 클럽메드에 입사해 1년은 태국 푸껫에서 일했다. 클럽메드 전에는 한국 대기업 브랜드 호텔 마케팅 부서에서 3년 있었다.

베르타는 리조트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리셉션’에서 일한다. 리조트에 첫발을 들여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도,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이도 레셉션 직원이다. 6일 동안 클럽메드 카니에 머물며 베르타의 일상을 따라가 봤다. 몰디브의 그림 같은 리조트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전한다.

“2023년 연말부터 클럽메드 몰디브 카니 리조트에서 일하고 있는 G.O.(Gentle Organizer, 클럽메드 상주 직원을 뜻하는 말) 베르타입니다.”

클럽메드가 베르타의 첫 직장은 아니다. 그는 한국 호텔에 입사해서 브랜드 마케팅 업무를 맡았었다. ‘현장 경험을 쌓아야겠다’ ‘외국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직을 결심했다. 클럽메드는 독특하다. 삼시 세끼 식사와 술과 음료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올 인클루시브’ 개념을 처음 도입했고 부모의 쉴 권리를 찾아주는 ‘키즈클럽’으로도 유명하다.

클럽메드가 다른 리조트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손님(G.M.: Gentle Member)과 직원 G.O.와의 관계다. 리조트 안에서 G.O.는 단순히 리조트 직원을 넘어 친구이자 가이드이자 손님을 즐겁게 하는 엔터테이너인 동시에 집사 역할을 한다. G.O.는 점심·저녁은 무조건 손님과 같은 테이블에서 먹어야 하고 주기적으로 무대에 올라 공연도 해야 한다.

클럽메드 몰디브 카니에서 6개월 째 일하고 있는 한국인 직원 베르타 / 사진=본인 제공
“2022년도 초에 여행으로 클럽메드 푸껫에 왔다가 연말에 직원으로 일하게 된 거죠. 인연이었나 봐요.”

베르타는 “클럽메드 본사 홈페이지를 아무리 뒤져도 구인 정보를 못 찾았다”며 “무작정 싱가포르 지사 대표 메일로 일하고 싶다고 영문 이력서 보냈다”고 회상했다. 인사 담당자와 전화로 1차 면접을 하고 2차 면접은 비대면 화상 미팅으로 진행했다. 1시간 넘게 전 직장은 어떤 곳이고 무슨 일을 했는지,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 면접관과 이야기를 나눴다.

클럽메드는 공채 없이 필요할 때마다 상시 채용으로 직원을 뽑는다. 리조트 지점마다 개별적으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국가별 지사 혹은 사무실에서 사람을 채용한다. 사람을 뽑은 후에 한국인을 필요로 하는 리조트로 직원을 보내는 식이다. 한국인 손님이 많은 곳에는 한국인 직원도 많이 배치한다. 요즘엔 한국인이 일 잘한다는 소문이 나서 개별 리조트에서 콕 집어 한국인 직원을 보내 달라는 요청이 많이 늘었다고.

한국 기업과 외국계 회사 둘 다 겪어본 베르타는 “회사는 어디든 다 비슷하다”며 “클럽메드에서 좀 더 진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차나 직급 이런 거 상관없이 당장 업무에 도움이 되는 의견이면 받아줘요. 고쳤으면 하는 게 있으면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고 내 업무 환경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으로는 한 프랑스 고객을 꼽았다. 푸껫에서 두 번 몰디브에서 두 번이나 만났다.

클럽메드는 재방문율이 높다. 한번 친해지면 G.O.를 따라 여행하는 사람도 있다. 먼저 명함이나 메일 주소 알려주면서 리조트 옮기면 연락 달라고 요청하는 고객도 있다.

“클럽메드에서는 직원들과 함께 놀고 밥 먹고 그러거든요. 이 안에서 관계가 쌓이고 그게 계속 이어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리셉션에서 손님 응대를 하는 모습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몰디브 생활에 대해 묻자 긴 답변이 돌아왔다. 베르타는 현재 약 6개월 째 몰디브에서 일하고 있다. 출근은 오전 7시에서 8시 사이, 하루 8시간 일한다. 하루 8시간이라고는 하지만 정확히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저녁 공연이 있는 날에는 무대에 섰다가 공연 끝나면 파티까지 일정이 쭉 이어진다. 이날 마치는 시각은 약 자정 쯤.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갖고 알아서 스케줄을 조정한다. 숙식은 전부 리조트 안에서 해결한다. 리조트 부지 안에 직원 기숙사가 따로 있다. 리조트 안에 직원만 이용할 수 있는 작은 슈퍼도 있다. 슈퍼에서 면봉·샴푸·위생용품 등 생필품을 판다.

“다들 지루할 거라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저는 너무 잘 맞아요. 제가 집순이 기질이 있거든요. 자연 바라보면서 쉬기에는 몰디브가 딱 좋아요.”

몰디브는 클럽메드 직원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곳이다. 클럽메드 몰디브 카니는 카니 섬 통째로 리조트로 사용한다. 수도 말레까지는 쾌속정을 타고 30분을 가야 한다. 베르타는 “마지막으로 미용실에 간 것은 2022년”이라며 “미용사 자격증이 있는 직원에게 돈을 주고 머리를 자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클럽메드 몰디브 카니에서 6개월 째 일하고 있는 한국인 직원 베르타 / 사진=본인 제공
리조트 특히 클럽메드처럼 고객과 접점이 많은 리조트에서 일하려면 어떤 자질을 갖춰야할 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사교성이 좋아야 하고 영어는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환경에 빨리빨리 적응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클럽메드는 한 직원이 같은 리조트에 최대 2년 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주로 6개월에서 1년 마다 근무지를 바꿔야 하기때문에 빠른 적응력이 중요하다.

베르타는 가장 힘든 점으로 ‘주 6일 업무’를 꼽았다. 반가운 소식은 점차 클럽메드의 주 6일 근무 정책은 변화하고 있다 점. 유럽에 위치한 클럽메드 리조트는 주 5일 근무제로 바꿨고 아시아 리조트도 점차 주 5일 근무로 바꿀 계획이다.

베르타는 이번 여름 시즌까지만 몰디브에 일하고 잠깐 휴식기를 갖는다. 복귀 시점은 11월. 몰디브로 돌아올지 다른 곳으로 가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시야가 넓어졌어요. 다양한 사람 만나고 얘기를 들으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베르타는 클럽메드에서 일하면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또 그는 “한국에서의 직장 생활이 무척 힘들었다. 그렇다고 외국계 회사가 마냥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장단점이 있다. 아직 배워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부딪혀보면서, 경험을 통해 단단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운 청춘의 얼굴은 덤덤하면서도 확신에 차 있었다.

“꿈이 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베르타의 얼굴에는 초조한 기색은 없었다.

“재밌고 좋아요. 이렇게 우연히 흘러가는 인생이 아직까지는 재밌어요.” 청춘에게 들어 마땅한 말이었다.

몰디브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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