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낯선 박물관···눈으로 느끼는 '여운의 美'

서지혜 기자 2024. 5. 2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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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웅장한 공연장, 텅 빈 박물관, 거대한 도서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침묵에 쌓였던 공간이 사진에 담겨 있다.

작가는 사진을 찍는 것 외에는 공간이 과대평가 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인공 조명을 쓰지 않는다.

주관적인 개입을 최소화 해 인간 문화 활동의 산물로 존재하는 공적 공간의 면모를 투명하게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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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디다 회퍼 개인전 '르네상스'
국제갤러리서 4년만에 국내전시
팬데믹 시기 촬영작품 14점 공개
사람·원근법 없는 공공장소 담아
국제갤러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칸디다 회퍼. 사진=서지혜 기자
국제갤러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칸디다 회퍼. 사진=서지혜 기자
[서울경제]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웅장한 공연장, 텅 빈 박물관, 거대한 도서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침묵에 쌓였던 공간이 사진에 담겨 있다. 디지털 기술의 도움을 받지 않은 사진 속에 감도는 적막은 인류사에 오래 기억될 2020~2022년을 사료처럼 그대로 보여준다.

공간 사진을 찍는 ‘현대사진의 거장’ 칸디다 회퍼의 개인전 ‘르네상스’가 서울 국제갤러리 K2관에서 23일 막을 올렸다. 2020년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린 개인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팬데믹 기간에 리노베이션 중이었던 건축물과 장소를 찍은 신작 14점을 만나볼 수 있다.

칸디다 회퍼는 누구나 손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공공장소를 사진에 담아낸다. 사진 속에는 사람이 없다. 원근법도 없다. 작품은 객관적으로 사진을 찍은 순간 그 자체를 그대로 담아낸다.

작가는 1970년대 쾰른으로 이주한 튀르키예인의 공간을 6년 간 촬영한 후 “그들의 삶에 침범하거나 개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자신에게 낯설다는 이유로 특정 공간에 섣불리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작가는 사진을 찍는 것 외에는 공간이 과대평가 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인공 조명을 쓰지 않는다. 주관적인 개입을 최소화 해 인간 문화 활동의 산물로 존재하는 공적 공간의 면모를 투명하게 조명한다. 촬영을 하기 전 공간을 충분히 사전 조사하는 것도 객관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이다.

작가는 현대적이지 않지만 영원성을 간직한 것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 작품에 담은 미술관과 박물관들은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는 동시에 오늘날의 현대적 속도에 맞추는 방향으로 리노베이션 해 온 곳들이다. K2 1층에 걸린 카르나발레 박물관(Musée Carnavalet Paris) 사진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1880년에 개관했고, 2016년부터 샤티용(Chatillon) 건축설계사가 중심이 된 협업으로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다. 칸디다회퍼는 재개관 직전인 2020년 이곳을 방문해 리노베이션을 통해 추가된 철제와 나무 재질의 나선형 계단 등을 다각도로 주목해 촬영했다.

K2 2층에서는 베를린에 위치한 또 다른 모더니즘의 랜드마크인 베를린 신국립미술관(Neue Nationalgalerie Berlin)의 리노베이션 이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인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의 설계로 지어진 이 미술관은 유리와 철제로만 제작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미술관은 2015년부터 6년 동안 기존 인테리어 자재의 보존을 원칙으로 한 보수 작업을 진행했다. 작가는 복원 직후인 2021년 이곳을 방문해 재정비를 거친 공간 곳곳을 사진에 담았다. 사진 속 공간에는 인간이 보이지 않지만 마치 인간이 다녀간 여운이 느껴진다. 작가는 “복원 이전의 방문객들과 복원 과정에 직접 개입한 시공업자들의 활동 모두가 건물 속에 담겼다”면서 "작품은 다양한 인간 활동들이 조우하고 조율되는 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베를린 신미술관, 칸디다회퍼. 사진제공=서지혜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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