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년 만의 한·중·일 정상회의, 대중관계·라인사태 길 찾길

2024. 5. 2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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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오는 26~27일 서울에서 개최된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가 참석한다. 3국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2019년 12월 중국 청두 회의 이후 약 4년5개월 만이다. 한·중·일 3국은 이번 회의 기간에 양자·3자 회담을 하고 재계 관계자 간담회 등을 갖는다. 회의 이틀째에 채택할 3국 공동선언에는 인적 교류, 기후변화 대응, 경제·통상, 보건 및 고령화 대응, 과학기술 디지털 전환, 재난 안전 등 6가지 분야의 협력 방안이 담길 것이라고 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캠프 데이비드 회동으로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부각되기는 했지만, 그것보다 먼저 제도화된 것은 한·중·일 정상회의이다. 2008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시작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의 매년 3국이 돌아가며 회의를 개최해왔다. 2020년 한국이 9차 회의를 주최할 차례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오며 연기됐고, 2022년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에는 한·중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또 무기한 미뤄진 상태였다.

긴 공백 끝에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복원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세 나라는 오랜 역사를 공유하고 서로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으로, 갈등보다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3국 간 인적 교류나 교역의 비중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크고, 갈수록 빈발하는 기후·환경 재난 등의 대응에도 3국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번 회의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3국 공동선언을 채택해도 안보 문제는 제외될 가능성이 높고, 공동기자회견을 하게 될지도 미지수다. 기본적으로 한·일이 미국과의 동맹을 주축으로 삼는 데다, 회의가 열리지 않은 4년여 동안 미·중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이 더욱 미국 쪽에 기운 것과 관계있다.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잘 지내는 게 가능함을 보여주기 바란다. 윤 대통령은 이번 고위급 교류를 계기로, 수교 이후 최악의 양국 관계를 풀어갈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북한·대만 문제 등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 양국의 입장을 존중하는 토대 위에 실용적 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라인야후 지분 변경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부적절한 개입에 대해 분명히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019년 12월24일 중국 청두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린 재계 인사들과의 회의에 참석한 모습. 한·중·일 정상회담은 이 회담을 끝으로 4년 5개월 동안 열리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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