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엔 뛰노는 아이 대신 주차된 車만… '노인만 남은 동네' [저출산의 그늘 학교가 사라진다(2)]

김동규 2024. 5. 2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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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문을 닫는 학교가 있는 동네가 서울에도 생겨나고 있다.

화양초등학교는 지난해 폐교가 결정됐고 앞서 지난 2020년에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있던 염강초등학교, 공진중학교가 문을 닫았다.

폐교 이후 화양초등학교의 시간은 멈췄지만 동네 분위기는 더욱 급변했다.

줄어든 학령인구로 인해 염강초등학교와 공진중학교가 문을 닫은 이후 아이들이 사라지고, 젊은 부부의 유입도 없어지면서 동네의 전반적인 연령층이 높아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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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화양·가양동
손바뀜 없는 채 동네가 늙어가
주거촌서 식당·카페 우후죽순
젊은 부부 없고 노인들만 남아
아이들 없어 문닫는 학교 늘어
학령인구 감소 등의 여파로 서울 강서구 가양동 소재 공진중학교는 지난 2020년 폐교됐고 현재는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의 임시 청사로 이용되고 있다. 23일 찾은 옛 공진중학교의 전경. 사진=김동규 기자
#. 23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서울화양초등학교 운동장. 아이들이 사라졌다. 운동장을 뛰어놀던 아이들을 대신해 자리를 차지한 것은 주차된 자동차들이다. 가끔 강아지들이 들어와 산책을 하기도 했다. 학교 주변 도로도 일반 도로와 같은 색깔이었다. 더는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 주변 주택에 사는 사람도 초등학생이 아닌 인근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으로 바뀌었다. 이마저도 상당수 주택은 더 이상 주택이 아닌 음식점, 카페, 주점 등으로 탈바꿈했다. 모두가 화양초등학교 폐교로 생긴 변화였다.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문을 닫는 학교가 있는 동네가 서울에도 생겨나고 있다. 화양초등학교는 지난해 폐교가 결정됐고 앞서 지난 2020년에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있던 염강초등학교, 공진중학교가 문을 닫았다. 동네를 뛰어다니며 놀던 아이들과 이들을 키우던 젊은 부부들이 떠나면서 동네는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있었다.

■3시50분에 멈춘 화양초 벽시계

이날 화양초등학교 외벽에 설치된 벽시계는 3시50분에 멈춰 서 있었다. 지난 2023년 폐교 이후 학교 부지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진척이 없는 현 상황을 보여주는 듯했다. 현재 화양초등학교는 공영주차장과 반려동물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다.

화양초등학교는 1983년에 세워졌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에 자연스럽게 학교 주변으로 젊은 부부들이 모였다. 동네에 변화가 생긴 것은 2000년 중반부터다. 동네에 즐비하던 2층 양옥집들이 다가구주택으로 재건축되면서 인근 건국대, 세종대, 한양대 학생들이 전월세를 구해 화양동으로 모였고 동네는 대학가처럼 변해갔다. 출산율이 떨어져 아이들이 줄어든 상황에 젊은 부부들이 대학가처럼 변해버린 화양초등학교 인근을 외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결국 줄어든 학생 수를 버티지 못하고 폐교 결정이 내려졌다.

폐교 이후 화양초등학교의 시간은 멈췄지만 동네 분위기는 더욱 급변했다. 동네를 뛰어놀던 아이들과 아이를 키우던 젊은 부부들이 사라지면서 생긴 빈자리를 20~30 젊은 세대들이 메웠다. 이날도 화양초등학교 주변 식당과 카페에는 대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아이와 함께 식당 등을 찾은 부부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원룸' '월세' 글귀가 적힌 전단도 골목 곳곳에 보였다.

여전히 동네에서 수십년을 산 토박이들은 현재 상황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화양동에서 40년 넘게 살았다는 김모씨(66)는 "최근 10~20년 전부터 2층 양옥집이 원룸으로 채워진 다가구주택으로 변했고, 집주인들의 자식들이 장성하면서 동네에는 아이들이 없어졌다"며 "아이들이 없으니 학교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화양초등학교 부지의 미래는 지자체와 교육청의 협의에 달려 있다. 교육청에선 주민 의견을 수렴해서 평생학습관과 공영주차장으로 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구청과 협의해 왔다. 그러다 부족한 예산이 발목을 잡았다고 한다.

■사라진 아이들, 활력이 떨어진 동네

이날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분위기는 더 침체해 있었다. 줄어든 학령인구로 인해 염강초등학교와 공진중학교가 문을 닫은 이후 아이들이 사라지고, 젊은 부부의 유입도 없어지면서 동네의 전반적인 연령층이 높아진 모습이었다.

가양동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는 A씨(80대)는 "예전에는 동네에 애들이 많았는데, 애들이 커서 타지로 떠나다 보니 노인들밖에 남지 않았다"며 "아무래도 동네에 활력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가양동 지역은 영구·장기임대아파트와 중소형 평형대의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됐다. 가양동에서 20년 가까이 부동산을 운영하는 B공인중개사는 "손바뀜이 없다 보니 취학대상 자녀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이 동네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폐교된 학교도 뚜렷한 활용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염강초등학교는 폐교 이후 방송 촬영이나 시험장, 강서경찰서의 임시지구대 등으로 이용되다가 현재는 여명학교가 입주해 있다. 여명학교는 북한 이탈 청소년들이 남한 사회에 잘 적응하고 동화하게 하는 대안교육시설이다. 다만 계약이 만료되는 오는 2026년 2월이 되면 학교는 다시 빈 공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공진중학교는 리모델링에 들어간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의 임시청사로 이용되고 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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