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한 번 쳐본 적 없는 생초보 가족이 무려 65일 동안 유럽 캠핑 떠난 사연 [여책저책]

장주영 매경닷컴 기자(semiangel@mk.co.kr) 2024. 5. 2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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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제각각입니다. 반대로 떠나지 않는 이유 역시 가지각색이죠. 이번 주 여책저책은 그 ‘이유’ 찾기로 출발했습니다. 한 저자는 ‘여행의 맛’과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여행지를 찾기 위해 떠났다고 밝혔고요. 캠핑 초보 가족이던 다른 저자는 유럽까지 캠핑 여행을 떠난 이야기를 책에 담았는데요. 그 결심까지 이른 이유가 ‘가족’이라고 답해 더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이 두 책의 저자가 전한 ‘여행의 이유’에 대해 함께 살펴보시죠.

오감여행
고지수 | 도서출판 맑은샘
책 ‘오감여행’ / 사진 = 도서출판 맑은샘
​어릴 적 마루에 팔 베고 누워 파란 하늘에 흘러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며 게으른 상상에 빠지곤 하던 아이가 있다. 그렇게 넋 놓고 엉뚱한 상상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삐그덕’ 하고 낡은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천연덕스럽게 앉아 있던 그였다. 그러나 생각은 이미 산 넘고 물 건너 미지의 세계를 향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구름은 더욱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주하며 유혹하고, 언제부터인가 역마살이 끼었는지 틈만 나면 무지개를 좇는 사람처럼 산과 바다로 발걸음하기 시작했다. 여행할 때만큼은 천근만근인 몸과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머리가 맑아지며 기분이 상쾌해지고 늘어졌던 근육에도 생기가 돋으며 팽팽해졌다. ‘내가 이렇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하고 자문을 해볼 정도였다.

​그렇다고 여행 마니아나 전문가도 아니었다. 틈틈이 길 따라 바람 따라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다니며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며 찌든 피로와 지루함을 씻어내고 상큼한 공기로 삶의 활력을 가득 채워오곤 하는 여행 애호가일 뿐이었다. 그의 말대로 여행애호가로 전국을 누비다 보니 다닌 곳은 셀 수 없다.

​‘오감여행’은 간단한 소개와 이미지 가득한 요즘 스타일 여행서는 아니다. 기대감, 미감, 정감, 식감, 만족감이라는 여행의 오감을 제대로 채워 줄 수 있는 사색과 자료들이 넘쳐난다. 이 책은 여행의 맛을 제대로 알려주고픈 저자의 욕심이 듬뿍 담겨 있다. 여행지의 역사를 살펴볼 때는 고서를 살피는 정성이 있고, 풍경을 소개할 때는 당시의 사색과 느낌을 전달한다. 그중 백미는 지역 전통과 풍속을 바라보는 시각과 지역민과 어우러져 느끼는 정감이다.

전남 신안군 퍼플섬 / 사진 = 신안군
춘향의 사랑이 있는 남원, 천년고찰 화엄사와 산 너머 남촌이 있는 산동, 선비의 향기를 찾아 떠난 단양과 영주, 섬티아고 순례길과 마법의 세계 퍼플섬이 있는 신안, 떼꾼과 처녀의 애달픈 이별이 있는 정선 아우라지,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 나전역, 부르르 흔들거리는 신라의 황홀한 밤이 느껴지는 경주 월정교, 백제의 미소를 볼 수 있는 서산 마애 삼존불, 사림과 정자의 고장 거창과 함양, 당일치기 맛과 역사 여행의 백미가 있는 군산, 환상의 섬 울릉도 유람선과 대한민국 동쪽 땅끝 독도 등 동서남북 유명한 지역을 소개한다.

​하지만 그 속에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도 숨어 있다. 이 책 한 권 들고 떠나는 여행에는 보고 느끼고 먹고 생각할 것들이 가득할 것이다. 여행을 가서도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는 초보 여행자라면, 이 책은 ‘여행의 기술’을 터득하는 길잡이로 손색없다.

​여행은 끝이 아니라 다음 여행을 불러와야 한다. 집으로의 귀환은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체험은 아름다운 여운이 되어 귓가에 맴돌고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되어 가슴을 울리며, 지나친 것들에 대한 아쉬움으로 다음 여행을 꿈꾸게 한다.
아이와 함께 유럽, 때때로 텐트 속
최종경 | 미다스북스
책 ‘아이와 함께 유럽, 때때로 텐트 속’ / 사진 = 미다스북스
자신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아이와 함께 유럽, 때때로 텐트 속’을 쓴 최종경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을 두고 공상하기와 우스개 소리하기, 혼잣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이를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 낙천적이라 무슨 일이든 잘 풀릴 거라 믿다가 큰코다치는 사람. 그래도 인생은 즐겁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어쩌면 이 책은 그런 그의 성향을 담뿍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 둘에, 캠핑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도 없고, 텐트조차 쳐본 적 없는 생초보 가족이 무려 65일 동안 유럽을 캠핑여행으로 무사히 마치고 온 이야기를 풀어냈으니 말이다.

​저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어른이 돼 부모로 거듭난 자신을 보고 떠날 결심했다. 더구나 금방 어른이 돼버릴 아이들을 생각하면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는 것이 맞다는 데 이르렀다. 그리고 65일간의 유럽 일주를 다녀왔다. 여행 기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가족끼리 살을 부비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어느새 가족은 눈빛만 봐도 척척일 정도로 끈끈해져 있었다.

​기본은 캠핑이었고, 때때로 크루즈와 같은 특별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바다 건너편 낯선 이들에게서 조건 없이 받는 친절, 이국적이고 경이로운 자연 풍경과 건물들, 텐트 속에서 주고받던 작은 이야기들은 가족들에게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

이탈리아 몬테풀치아노 / 사진 = 픽사베이
넣었다 뺐다 짐 싸기를 수없이 반복했고, 물가가 비싼 영국에서는 공짜로 갈 수 있는 빅벤, 자연사 박물관, 영국 박물관 등을 찾아다녔다. 스위스 뮈렌에서는 알프스 뷰를 볼 수 있는 산꼭대기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냈고, 인생 사진 찍기 딱 좋은 이탈리아 피렌체의 몬테풀치아노에도 머물렀다. 베네치아는 가자마자 후회했고, 친퀘테레는 차를 타고 가면 절대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때문에 이 책은 유럽 캠핑 여행, 특히 자녀와 함께 가는 유럽 캠핑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교재로 제격이다. ‘그게 무슨 사서 개고생이야’라고 하더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슬그머니 ‘나도 한 번 알아볼까’라는 마음이 들 것이라는 저자의 자신감이 곳곳에 묻어난다.

언제나 낭만적이고 아름답기만 하진 않다. 힘들 때는 에어비앤비나 아고다를 이용하면 그만이다. 책 제목이 ‘때때로 텐트 속’인 이유가 있다. 너무 겁먹지는 말자. 여행 준비 별로 안 해도 어떻게든 된다.
숙박비가 하루에 40만 원 이상이 나올 텐데 2인 200만 원으로 식사와 숙박, 교통까지 걱정 없는 노르웨이 피오르 7박 8일이 가능하다. 가성비 갑 아닌가! 삼시세끼 레스토랑과 뷔페에서 고급스러운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까지 있으니 말이다. 수영장, 자쿠지, 헬스장과 같은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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