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총각'들만 국제결혼? 대졸 직장인도 확 늘었다

이유진 기자(youzhen@mk.co.kr) 2024. 5. 2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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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결혼중개업체 실태조사
9년 전엔 고졸이하가 70%
지금은 대졸자가 절반 넘어
월소득 400만원 이상 35%
베트남 여성 80%로 압도적
배우자 대졸 비중 두배 증가
"결혼시기 늦어진 것도 영향
동남아 배우자 거부감 줄어"

국제결혼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적지 않은 소득을 올리는 한국 남성이 외국에서 대졸 30대 여성 배우자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사만 지었던 늦깎이 총각이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외국 여성을 만난다는 통념과 사뭇 다른 추세다.

여성가족부가 23일 발표한 '2023년 결혼중개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용자(남성) 연령은 매달 월급을 받는 임금근로자(70.5%)가 대다수였다. 월평균 소득이 400만원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이 34.8%로 가장 많았고 300만~399만원(29.1%), 200만~299만원(28.9%)이 뒤를 이었다. 여가부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 이상인 이용자는 2014년 조사 이후 계속 증가하는 반면, 199만원 이하는 감소하는 추세다.

최종 학력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9년 전에는 결혼중개 업체를 이용한 사람 10명 중 7명이 고등학교 이하 학력이었던 반면, 이번 조사에서는 대학교 이상 학력이 50.6%를 차지했다.

만혼 트렌드에 재혼 등의 영향으로 남성 연령은 40대가 55.7%, 50세 이상이 30.8%로 나타났다. 2014년 조사에서 50세 이상은 14.9%에 불과했으나 9년 만에 배로 늘어났다.

이번 실태조사를 수행한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 시기를 늦추는 경향에 더해 재혼하는 사람들이 배우자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찾기 시작해 국제결혼 남성들의 연령대와 학력 수준이 모두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소득을 가진 고학력자들이 국제결혼 시장으로 진입하면서 외국인 배우자 학력과 연령에도 눈에 띄는 차이가 생겼다.

2014년 외국인 배우자 중 대학교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은 12%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이 비율이 26%로 높아졌다. 외국인 배우자 연령대는 20대(60.6%)가 여전히 다수를 차지했지만, 20대는 2017년 조사 이후 감소하는 추세다. 30대 이상(39.4%)은 2014년 조사(22.2%) 때보다 17.2%포인트 증가했다.

외국인 배우자 출신국은 베트남이 80%로 압도적이었다. 2위인 캄보디아(11.9%)와 6배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인과 외모가 유사하고, 유교 문화가 다소 남아 있어 한국 이용자들이 베트남 배우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결혼이 늘어나면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속전속결식 현지 맞선은 줄어들고 있다. 이용자가 현지에서 배우자를 만날 때 '충분한 시간 동안 한 명과만 일대일로 만난다'는 응답이 56.6%로, 2020년 조사 대비 17.3%포인트 늘었다. 현지 맞선 이후 결혼식까지 걸리는 시간도 2017년(4.4일), 2020년(5.7일)보다는 길어진 평균 9.3일이었다.

설 교수는 "한국에서 대학 진학률이 급격히 높아졌던 1990년대 중·후반 대학 입학자들이 40·50대가 되면서 고학력자가 늘었다"며 "IMF 이후 국제결혼중개업 문턱을 낮추면서 물꼬를 튼 국제결혼이 20년 이상 이어진 것도 사람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췄을 것"이라고 봤다. 한류 등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고학력 여성들이 한국행을 선택하기도 한다.

여가부는 국제결혼 중개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대방의 얼굴, 키, 몸무게 등을 활용한 광고 행위를 금지했다. 이용자와 상대방이 상호 제공하는 신상정보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범죄 경력도 포함했다. 여가부는 "실태조사 결과 결혼중개업 공시제도를 활용하고 신상정보를 사전에 제공하는 등 결혼 중개 문화가 전반적으로 개선됐으나 불법 중개 행위에 따른 일부 피해 사례도 확인된 만큼 불법 중개 행위에 대한 예방과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제결혼 이용자가 중개 비용으로 업체에 내는 평균 금액은 약 2000만원이었다. 중개 수수료가 1463만원, 중개 수수료 외 현지 혼인신고 비용과 예단비 등 부대비용이 469만원으로 조사됐다.

결혼중개 업체 이용자는 주로 온라인 광고(47.4%)를 통해 중개 업체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배우자와 결혼 생활을 유지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결혼을 지속하겠다'는 응답이 91.9%로, 2020년 조사(90.7%)보다 소폭 증가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2020~2022년을 기준으로 하며 대상은 347개 국제결혼 중개 업체와 809개 국내결혼 중개 업체, 국제결혼 중개 이용자 1246명, 외국인 배우자 439명이었다. 국내 결혼중개 이용자 조사는 미승인 통계라 따로 공표하지 않았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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