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작에 경고장 날린 피가로…"넌 이제 분홍빛 얼굴과 영영 이별이야"

2024. 5. 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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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1부는 '세비야의 이발사', 2부는 '피가로의 결혼', 3부는 '죄 많은 어머니'로 구성됐다.

그러니까 '피가로의 결혼'은 '세비야의 이발사'의 속편이다.

피가로의 도움으로 로시나(백작부인)와 결혼에 성공한 귀족 알마비바 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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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 아모레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아리아 '더 이상 날지 못하리'
밝고 명랑한 바리톤의 목소리로
귀족 상류층을 향한 통쾌한 비판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모차르트가 30세 때 빚어낸 출세작이자 음악을 넘어 인류 문화유산 반열에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왜 하필 이름이 피가로(Figaro)일까?

피가로는 17~18세기 유럽에서 비속하게 쓰이는 손동작을 뜻하던 단어 ‘피그(Figue)’에서 나왔다. 곧 평민사회의 상류 귀족 사회에 대한 반감과 저항을 품고 있다. 프랑스의 저명한 신문 이름이 ‘르 피가로(Le Figaro)’다. 지금은 시장경제와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보수 정론지지만 사실 1826년 풍자·해학만 다루는 전문지로 출발한 매체다. 곧 피가로란 이름은 비판 의식 가득한 민중의 화신(化身)인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직업이 이발사인 피가로 이름에서 프랑스어 프리쇠르(Friseur), 즉 이발사·미용사가 유래한 사실을 들 수 있다. 프리쇠르는 영어로 치면 헤어드레서다. 이발사가 200여 년 전 귀족의 가발을 만들고 다듬고 추천하는 토털 코디네이터였던 점을 감안하면 오늘날과 아귀가 맞는다.

‘피가로의 결혼’은 스페인이 배경이지만, 프랑스 극작가 피에르 보마르셰(1732~1799)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다. 대본은 로렌초 다 폰테, 작곡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했다. 세 천재가 빚어낸 보석이었다. 1부는 ‘세비야의 이발사’, 2부는 ‘피가로의 결혼’, 3부는 ‘죄 많은 어머니’로 구성됐다.

모차르트가 1786년 2부에 해당하는 부분을 먼저 오페라화하고, 꼭 30년 만인 1816년 당시 24세의 신예 로시니가 1부를 나중에 만들었다. 그러니까 ‘피가로의 결혼’은 ‘세비야의 이발사’의 속편이다.

내용은 얼핏 보면 평범하다. 피가로의 도움으로 로시나(백작부인)와 결혼에 성공한 귀족 알마비바 백작. 이번엔 아름다운 하녀 수잔나에게 흑심을 품고 있다. 그녀의 약혼남 피가로는 기가 찰 노릇이다. 결국 셋이 의기투합해 백작을 골려주는 내용인데, 중간에 감초 역할로 시종 케루비노의 좌충우돌이 재미를 더한다.

그러나 톺아보면 이는 시민·평민 계급의 귀족·상류층을 향한 통쾌한 비판과 계급사회 종식을 암시하는 것으로, 시대의 전복과 새 세상에 대한 기대 및 염원을 담고 있다. 실제로 3년 후 일어난 프랑스혁명을 보라. 이는 언필칭 구체제 몰락, 신체제 도래와 다를 바 없다.

소개할 노래는 피가로가 부르는 유명한 아리아 ‘더 이상 날지 못하리(Non piu andrai)’다.

“너는 더 이상 날지 못해, 사랑스러운 나비야. 밤낮으로 주변을 날갯짓하며 여자들을 혼란케 했던 너. 이 나르시스야, 이 아도니스야! 너는 이제 여자들의 분홍빛 얼굴과 영영 이별이야. 어깨엔 장총을, 옆구리에는 긴 칼을 차고 군인과 있으렴. 진흙 속을 질퍽거리며 행진하렴. 나팔 소리에 맞춰야겠지? 대포 소리나 실컷 듣고 말이야. 케루비노야, 승리를 향해 군인의 영광을 향해 나아가려무나.”

골칫거리인 소년 시종 케루비노가 성가셔 백작은 그를 군대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이에 케루비노를 나비라 칭하고 피가로가 비아냥대며 부르는 노래다. 불세출의 베이스 체사레 시에피(1923~2010)의 명연을 찾아보라. 모름지기 이탈리아는 ‘땅딸한 테너의 나라’지만, 밀라노 남자 시에피는 미끈하고 우아한 외모에 힘차고 카랑카랑한 보이스로 시대를 풍미했다.

1968년 카를 뵘 지휘, 도이치 오페라좌 녹음에서의 헤르만 프라이(1929~1998)도 훌륭하지만 건조하고 뭉툭한 독일어 억양이 거슬린다. 피가로란 반드시 밝고 명랑해야 할 터. 체사레 시에피의 맛깔난 딕션이 돋보이는 1955년 판(版) 에리히 클라이버 지휘, 빈 필하모닉의 ‘피가로의 결혼’ 음반이 금자탑이다.

강성곤 음악 칼럼니스트·전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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