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어쩌다 거짓말을 해서"...콘서트장에 모인 김호중 팬들
23일 오후 1시께 가수 김호중씨의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입구에는 보라색계열의 '아이돌 굿즈'들을 파는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었다. 보라색은 김씨의 팬클럽 '아리스(ARISS)'의 상징색이다. 노점상에는 김씨의 얼굴이 인쇄된 수건과 시계, 열쇠고리부터 보라색으로 물들인 스카프와 벙거지 모자, 리본 머리띠 등 다채로운 '아이돌 굿즈'들이 즐비했다. 자신들을 김씨의 팬이라고 소개한 중·노년의 여성들은 다소 굳은 표정임에도 불구하고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옹기종기 모여 굿즈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김씨의 콘서트가 시작하기 6시간 전 풍경이다.
음주운전 등 혐의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는 김씨의 콘서트가 열리는 올림픽공원 인근에는 팬들이 몰렸다. 김씨는 최근 음주운전과 뺑소니, 법인도피 방조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콘서트를 강행하다 보니 세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팬들 역시 김씨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면서도 김씨를 둘러싼 혐의에 대해 무조건적인 관용은 지양했다.
또 다른 팬 김씨 역시 "어린 시절 부모 없이 크는 등 거칠게 자란 탓인지 순간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했고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면서 "믿고 기다려주는 팬들을 위해서도 죗값을 치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죄의 정도를 넘어선 과도한 비난은 피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선 박씨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며 최근 김씨를 둘러싼 사회적 시선에 대해 운을 띄었다. 그는 "죄를 지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격까지 부정하는 것은 너무 과도한 것 아니겠냐"면서 "'호중이'가 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무료한 삶에 활력을 준 '우리의 아이돌'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연을 위해 경기 평택시에서 올림픽공원까지 왔다는 A씨(76)는 "죄가 있으면 죗값에 맞게 벌을 받는 것은 맞지만, 사람들이 '호중이'를 못 죽여 먹어 안달 난 것 같이 군다"면서 "사람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달라지겠지만, 팬의 입장에서 '호중이'가 왜 사고 은폐와 같은 선택을 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팬들은 이같은 '페널티'를 덤덤히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B씨(75)는 오는 24일자 공연표를 예매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침부터 나오는 뉴스 소식에 이튿날 공연이 취소될 것을 직감하고 이날 올림픽공원으로 향했다. 오후 4시부터 진행될 현장 예매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B씨는 "범법자라고는 하지만 김씨의 클래식 공연이 너무 보고 싶어 현장 예매를 위해 공연 시작 6시간 전임에도 이곳에 왔다"면서 "교통사고를 냈으면 바로 '잘못했습니다'라고 하면서 용서를 구해야지 왜 거짓말을 하는 등 첫 단추를 잘 못 끼웠는지 모르겠지만, 팬으로서, 남자로서 김씨가 멋있는데 어쩔 수 없지 않냐. 내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의 왕복 2차로 도로에서 반대편 차량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상,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방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이 이를 받아들여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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