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먹튀’…김호중·강형욱, ‘50억 짜리’ 대중 기만

서다은 2024. 5. 2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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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음주 뺑소니’ 범행 이후 감행한 고양·창원 콘서트로 추산 50억원 수익…다음 공연까지 강행
강형욱의 보듬컴퍼니, 반려견 문화 개선에 대한 대중의 지지 바탕으로 48억 매출 달성…논란 직전 폐업
자신들을 믿어준 대중, 팬들의 사랑에 대한 사회적 책임 찾아볼 수 없어…결과적으로 금전적 이득 챙겨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왼쪽)과 갑질·반려견 학대 의혹에 휩싸인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뉴스1
 
그들은 영악했다. ‘개통령’에서 ‘갑질 CEO’로, ‘트바로티’에서 ‘음주 뺑소니 운전자’로 전락하는 동안 그들은 명성을 잃었지만 돈을 챙겼다. 그리고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 자신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보통 사람은 평생 벌어도 내 집 한 칸 마련하기 힘든 현실에 연예인들이 수십억 짜리 건물을 사들였다는 소식이 속속 들려오는 지금, 대중매체를 통해 유명세를 얻어 큰 돈을 벌어들인 이들의 ‘셀러브리티식 대중 기만’은 보는 이를 씁쓸하게 한다.

23일 경찰은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32)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연기 신청을 기각했다. 김씨의 심문 일정은 당초 24일 낮 12쯤으로 예정됐으며, 이날은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김호중&프리마돈나’ 서울 콘서트의 둘째 날이기도 하다. 범행을 부인하다 결국 음주운전을 시인한 김씨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콘서트 강행 의지를 밝혔지만, 이미 구속 기로에 선 그가 팬들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호중은 범행 직후인 11·12일 이를 숨긴 채 경기 고양 콘서트를 진행, 음주 정황이 속속 드러난 이후인 18·19일 창원 콘서트도 강행했다. 고양과 창원에서의 콘서트로 김호중과 소속사가 낸 수익은 5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40억원 규모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 23‧24일 서울 공연 역시 팬들이 취소 티켓을 사들여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는 조사대로’ 받으며 다음 달 공연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것이 김호중의 입장. 김호중의 콘서트 강행은 팬들의 맹목적인 사랑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지난 18일 가수 김호중의 전국 투어 콘서트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가 열리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 입구에 팬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김호중 일부 팬들은 음주운전이 드러난 후에도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냐’, ‘사회적 시선 때문에 부담이 큰 가수를 지지해줘야 한다’ 등 의견을 내며 가수를 옹호해왔다. 이런 팬들을 대하는 김호중의 태도는 안타깝게도 철저히 자본주의적이다. 자신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팬들과의 약속을 지킨다며 콘서트를 강행하는 것이 과연 팬들을 위한 일일까.

수년간 ‘개통령’으로 군림하며 방송 출연과 고가의 훈련비로 부를 축적한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의 태도도 기만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갑질 논란, 반려견 학대 논란에 대해 해명해달라는 많은 이들의 요구에 5일째 일절 응답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강제 추행을 저지른 훈련사가 본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자 즉각적으로 부인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동안 꾹꾹 눌려왔던 강형욱에 대한 폭로가 화산처럼 터져나오기 직전, 보듬컴퍼니가 폐업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는 점 역시 의문을 자아낸다.

2014년 설립된 보듬 컴퍼니는 강형욱이 100% 지분을 가진 회사로, 고가의 반려견 교육 서비스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회사는 최근까지 599만원짜리 ‘365일 마스터플랜 풀패키지’, 399만원짜리 ‘365일 VVIP 풀패키지’ 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보듬컴퍼니의 지난해 교육 서비스 매출은 전체 매출의 86.6%를 차지했다. 회사 매출액은 2021년 38억2000만원에서 지난해 48억7000만 원으로 연평균 1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채는 점점 줄어 경영 실적이 점점 좋아지는 상황이었다.

강형욱은 2019년 파양했던 반려견 레오를 재입양하는 과정을 SBS ‘집사부일체’를 공개해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하지만 그가 죽기 직전 거동을 못 하는 레오를 방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SBS ‘집사부일체’ 캡처
 
보듬컴퍼니의 이런 성장에는 대표인 강형욱의 유명세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강형욱은 지난 2015~2016년 방영된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얻었고, 무려 ‘개통령’(개+대통령)이라는 칭호를 얻으며 승승장구해왔다. 아버지의 개농장에서 고통 받는 개들을 보며 반려견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의 진정성 있는 태도에 대중은 성실히 호응했다. 그런 그가 직원들에게 고함을 지르거나 막말을 한 것은 물론 폐쇄회로(CC)TV와 메신저를 통해 감시하며 갑질을 일삼았다는 폭로는 ’개통령에 대한 신뢰’의 크기만큼이나 충격적이다.

강형욱의 대중적 인기에는 사람들의 감정을 두드리는 면이 존재했다. 형편이 어려웠던 시절 파양했다가 재입양한 레오를 죽기 전 방치했다는 의혹이 대중에게 가장 배신감을 불러 일으키는 이유다. SBS ‘스타킹’ 등을 통해 전해진 ‘형편이 어려워 나쁜 길로 빠졌다가 개과천선해 활짝 피어난 재능’이라는 스토리텔링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호중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믿어준 이들에 대한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는, 결과적으로 금전적 이득만을 남긴 이들의 태도가 더욱 씁쓸한 이유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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