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5개월 만 한·중·일 정상회의…상황 관리 이상의 성과 나올까

정희완 기자 2024. 5. 2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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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상황 관리 필요 인식 반영
주요 6개 의제 및 국제 정세 논의
관계 악화 근본 원인 해결은 한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참석하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오는 26~27일 서울에서 개최된다. 4년 5개월만에 열리는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는 회의가 성사된 점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코로나19 펜데믹과 각국 관계 경색 등으로 주춤했던 3국 관계 복원을 위한 소통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3국이 역내 상황 관리를 넘어 정세 변화를 가져올 정도의 성과를 도출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 관리 필요하다는 공통 인식

한·중·일이 정상회의에 나선 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는 공통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 윤석열 정부 들어 ‘전략적 모호성’에 기반한 미·중 간 균형 외교 기조를 접고, 무게추를 미국 쪽으로 기울였다. 또 한·미·일 3각 공조의 ‘약한 고리’로 꼽혔던 한·일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한·미·일 밀착에 공을 들였다. 한·미·일 정상이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나 3국 협력을 제도화하기로 합의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적극 보조를 맞추면서 중국과는 불편한 관계에 놓였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고 공급망 안정의 핵심 국가다. 북한 문제를 다룰 때도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로선 한·중관계 관리가 중요한 상황이다.

중국 역시 미국과 연대를 강화하는 한·일에 대한 적절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중국은 또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북·중·러 3각 밀착에 거리를 둔다는 신호를 발산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중국은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거나 그렇게 비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한·미·일 밀착이 더 강화하는 빌미가 될 수 있고, 유럽 등 지지가 필요한 국가들과 등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미중정책연구소장)는 “중국은 동북아 지역이 지나치게 안보 위주의 대립 구도로 가는 걸 원하지 않는다”라며 “그래서 중국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짚었다.

■안보 논의 제한적일 듯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6개다. 인적 교류, 기후변화 대응 협력을 통한 지속 가능한 발전 도모, 경제통상 협력, 보건 및 고령화 대응 협의, 과학기술 디지털 전환 협력, 재난 및 안전 협력 등이다. 3국 정상의 논의 결과는 공동선언을 통해 발표된다. 과거 회의에서도 대체로 다뤄진 의제들이다. 대통령실은 이처럼 미·중 사이에서 덜 민감한 사안에 대한 협력이 관계 복원의 발판이 되길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3국 협력의 궁극적인 목표는 3국 모두의 경제발전을 촉진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의는 3국 협력체제를 완전히 복원하고 정상화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김흥규 교수는 “한·중·일 정상회의는 기본적으로 경제 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협력의 모멘텀이 약간 생길 수는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통상 의제와 관련해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에 합의를 이룰지 주목된다. 2019년 11월을 끝으로 공식 협상이 중단됐다. 3국은 2015년 정상회의에서 FTA 협상 개시 착수에 합의하는 등 FTA 문제는 회의에 자주 등장한 이슈다. 공동선언에 자유무역과 관련한 표현이 담길지, 그렇다면 어떤 수준일지도 관심사다. 중국은 관세 부과 등 경제 압박을 가하는 미국에 대응하는 논리로 자유무역을 주장한다. 한·일 입장에선 미국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회의에서 지역 및 국제 정세도 논의한다. 다만 심도 있는 논의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역내 정세에 실질적이고 큰 영향을 끼치는 안보 문제를 두고 한·일과 중국 사이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공동선언에도 원론적인 수준의 표현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관계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북한의 비핵화 문제나 남북관계 등에 대해서는 짧은 시간에 깨끗한 합의 결과가 나오기 어려운 주제”라고 말했다.

3국이 아직 공동선언문 조율을 마치지 못한 것도 안보와 자유무역 등을 둘러싼 표현 수위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회의 정례화도 합의하나

이번 공동선언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정례화하는 방안이 담길지도 관전 포인트다. 회의는 그간 역사·영토 문제를 둘러싼 한·일, 중·일 관계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2008년 첫 회의에서 3국은 회의 정례화를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12년까지는 매년 개최됐으나 이후 중단됐다. 2015년 재개된 회의에서 정례 개최를 재확인했지만, 다시 2년 동안 열리지 못했다. 2018년 회의 공동선언문에는 “정례적인 개최의 중요성에 의견을 같이한다”는 표현에 그쳤다.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 회담도 개최된다. 특히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해빙을 위한 진전된 소통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들어서는 처음 개최되는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한·미·일 협력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논란이 된 ‘라인야후 사태’, 독일 베를린의 소녀상 철거 문제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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