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전동침대”…보호자의 ‘근골격계 질환’ 막아줘

서울앤 2024. 5. 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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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진 사회복지사와 함께하는 ‘재가요양’ 5 복지용구 1 : 중증 수급자용 복지용구(전동침대, 욕창예방매트리스, 자세변환용구, 수동휠체어 등)

[서울&] [안영진 사회복지사와 함께 하는 ‘재가요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지정된 18종은

등급에 따라 ‘사용 필요-불필요’로 구분

연 160만원까지 보험…한도액 유의해야

몸 뒤척임 힘들 때 욕‘ 창 방지 용구’ 쓰고

수급자 외출 등엔 휠체어 사용 긴요해

문턱 등을 넘을 땐 ‘실내용 경사로’ 사용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킨 뒤 함께 살아가던 노부부 가운데 할아버지가 먼저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고도 전동침대 사용을 한동안 거부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자존심이 강해서 침대 신세를 져야 할 정도로 쇠약해진 자신을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전동침대는 어르신뿐만 아니라 요양사와 보호자를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할아버지 돌봐드리다가 할머니가 먼저 쓰러지면 어떻게 하나요? 요양사 선생님이 할아버지 상체 일으켜주다가 자칫 허리라도 삐끗하면 방문요양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재가요양서비스 기관인 복지용구사업소와 방문요양센터 종사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부모님의 재가요양을 위해서는 방문요양 인력뿐만 아니라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지정 고시한 18종의 복지용구를 비롯해 여러 가지 용구와 물품이 필요하다. 복지용구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서 정의하길 “(요양등급을 받은) 수급자의 일상생활과 신체활동 지원 및 인지기능의 유지 향상에 필요한 용구”이다.

전동침대는 복지용구의 하나이지만 수급자 못지않게 요양사 그리고 수급자와 함께 사는 보호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동침대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요양사나 보호자는 근골격계 질환을 피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수급자는 식사, 화장실 이용, 수동휠체어 타기, 보행 등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윗몸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독립한 자녀라면 단둘이 사는 부모를 자주 방문해 어느 한쪽이라도 윗몸을 일으키기 힘들어하는지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등급 신청자들을 심사해 1등급부터 5등급까지와 인지지원등급 등 모두 6개 등급을 부여할 때 ‘복지용구급여확인서’란 증빙서류를 통해 18종의 복지용구를 ‘사용이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 두 가지 범주로 나눠준다.

전동침대는 1~2등급 중증 수급자에게는 100% ‘사용 필요’이고, 요양등급을 받는 것 자체가 예전보다 까다로워진 탓인지는 몰라도 3~4등급한테도 대부분 ‘사용 필요’로 허용되고 있다. 치매 등급인 5등급과 인지지원등급도 상체 일으키기 애로 때문에 전동침대가 필요할 수도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건보공단의 복지용구 등급별 사용 인원 현황을 보면 전동침대를 대여 중인 수급자는 모두 11만2147명으로 이 가운데 5등급은 3038명, 인지지원등급은 48명으로 집계됐다.

복지용구급여확인서는 거의 와상 상태인 1~2등급에는 보행 능력이 없다고 간주해 미끄럼방지용품이나 성인용 보행기를 ‘사용 불필요’로, 3~5등급과 인지지원등급에는 상체 일으키기에 지장이 없으면 전동침대는 물론 자세변환용구, 욕창예방매트리스 같은 복지용구를 ‘사용 불필요’로 분류해놓는다.

재가요양의 한 축이 요양사와 보호자의 인력서비스라면 다른 한 축은 복지용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지만 복지용구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쉽다. 복지용구 종류가 18종이나 되고 한도액과 용구별 내구연한과 연간 허용 수량 등이 있어 복잡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두 차례에 걸쳐 18종의 복지용구를 맞춤형으로 적절하게 이용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살펴본다.

이번 글에서는 중증 수급자를 위한 전동침대와 욕창예방매트리스 및 자세변환용구, 대여용 복지용구 가운데 이용자 수가 14만7238명으로 가장 많은 수동휠체어와 주로 휠체어 좌석용으로 쓰이는 욕창예방방석, 그리고 휠체어 이동시 도움을 주는 경사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복지용구로 지정돼 재가요양 현장에서 쓰이는 전동침대는 대부분 ‘3모터’이다. 상체와 하체, 그리고 침대 전체 높낮이를 별도로 조절할 수 있게 3개의 모터가 리모컨과 연결돼 있다. 식사할 때는 리모컨 버튼을 눌러 상체만 거의 수직으로 올리고 다리판 쪽에 있는 식판을 가슴 앞으로 들어올리면 된다.

병원에서 볼 수 있는 전동침대와 크게 다른 점은 난간이다. 병원용 전동침대는 대부분 슬라이딩 식으로 조작이 간편하지만 어르신 팔이 슬라이딩 난간에 낄 수 있다. 복지용구용 전동침대는 구조물 틀에 꽂았다 빼는 착탈식 난간으로 불편하지만 튼튼하고 안전사고 가능성은 아주 낮다.

전동침대 크기는 폭 1m, 길이 2.2m 안팎으로 병원의 1인용 싱글 침대를 연상하면 된다. 가정용 일반 침대와 달리 퀸사이즈, 킹사이즈는 없다. 일반용 넓은 침대를 사용해온 수급자라면 복지용구용 전동침대는 좁기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하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전동침대를 대여할 때는 연간 160만원까지만 보험을 적용해주는 복지용구 연간한도액에 유의해야 한다. 3모터 전동침대 대여 수가는 월 7만원 안팎인데 1년을 계속해서 사용하면 복지용구 연간한도액 160만원의 절반 이상을 소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대여수가 7만원짜리 3모터 전동침대를 요양등급을 받은 날부터 대여하기 시작했다면 ‘7만원×12개월’로 모두 84만원을 사용하게 된다. 연간한도액에서 남은 금액은 76만원(160만원-84만원)이다. 나머지 복지용구는 76만원 이내에서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본인부담금은 본인부담률에 따라 다르다. 본인부담률이 15%면, 84만원의 15%인 12만6천원만 부담하면 된다. 한 달 본인부담금이 1만원을 조금 넘는 셈이다. 설치비와 회수비는 대여료에 포함돼 있어 따로 부담할 필요가 없다. 본인부담률은 9%, 6% 등 감경 대상도 있고, 기초수급자는 무료이다.

전동침대 등 대여용 복지용구는 새것은 드물고 대부분 ‘중고’가 제공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면역력이 약한 수급자들이 사용하는 것인 만큼 대여용 복지용구는 대여하기 전에 반드시 정부 인가를 받은 소독정비 전문업체에서 소독필증을 발부받도록 의무화돼 있기 때문이다.

수급자가 낮에도 누워 있는 시간이 늘어가고 누워서도 뒤척이기 힘들어하면 등과 엉덩이에 욕창이 생길 우려가 크다. 이때 욕창예방매트리스와 자세변환용구를 이용해 욕창을 예방해야 한다.

욕창예방매트리스는 공기펌프와 공기튜브매트리스 그리고 둘을 연결하는 호스로 구성되며, 보통 전동침대 매트리스나 상판 위에 설치해서 사용한다. 공기펌프를 항상 전원에 연결해둬야 공기압 유지, 교대부양 등으로 체압 분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자세변환용구는 허리춤이나 다리 사이, 등 쪽에 끼워넣기 쉽게 대부분 삼각기둥 형태의 베개처럼 생겼다. 길고 짧은 것, 푹신푹신한 것과 좀 단단한 것 등 다양하다. 연간 5개까지 보험이 적용되므로 수급자 상태에 따라 선택해 사용하면 된다.

수동휠체어는 보행이 힘든 수급자의 이동수단으로 긴요하다. 거주지 주변을 산책할 수 있고 차에 싣고 다니면서 멀리 떨어진 공원이나 병원 같은 의료시설을 방문할 수 있다. 휠체어 바퀴에 달린 링을 돌려서 조금씩 자가 이동할 수도 있다.

수급자들은 엉덩이 살이 빈약해서 조금만 앉아 있어도 통증을 호소하기 때문에 휠체어 좌석에 욕창예방방석을 깔아놓으면 오랫동안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다. 욕창예방방석은 충전재를 채워 넣거나 공기압을 조절해 체압을 분산해준다.

문턱이나 현관 턱이 있는 주택에 거주할 경우에는 휠체어를 원활하게 이동하기 위해 경사로를 사용하면 좋다. 실내용 경사로는 문 폭 정도의 길이에 높이는 1㎝부터 7.5㎝ 정도까지 다양하다. 실내용 경사로는 성인용 보행기 이동과 실제 보행에도 도움을 준다. 실외용은 대여만 가능하며 높이 30㎝까지 계단 1~2개 정도 커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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