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로 재현한 한국 전통 문화, 유럽인 눈길 사로잡았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4. 5. 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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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아티스트 콜린 진, 한국문화원 ‘한국의 놀이’ 특별전으로 프랑스 데뷔
22일 프랑스 파리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국의 놀이’ 특별 기획전에 나온 레고 아티스트 콜린 진의 작품 ‘포구락’. /뉴스1

“너무 귀엽고 예쁘다”, “우리 집에 전시해 놓고 싶다”, “블록으로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다니 놀랍다”

프랑스 파리의 주(駐)프랑스한국문화원에서 22일 개막한 ‘한국의 놀이’ 특별전 관객들이 콜린 진(50·본명 소진호)의 작품을 보고 내놓은 말들이다. 그는 블록 장난감 레고(LEGO)로 한국의 여러 전통 문화를 재현하는 작업을 해온 ‘레고 아티스트’다. 이날 전시회는 ‘놀이’를 주제로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부터 한국의 전통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메타버스 게임까지 다양한 한국 문화를 소개했다. 콜린 진의 레고 작품은 이중 서양 놀이 문화인 레고와 한국 전통 문화 유산을 접목한 전시물로 주목받으며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연령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22일 프랑스 파리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의 ‘한국의 놀이’ 특별 기획전에 출품된 레고 아티스트 콜린 진의 작품. /뉴스1

이번에 전시된 콜린 진의 작품은 총 10여점. 경주 사천왕사지에서 출토된 용얼굴 무늬 기와 ‘용기와용의’, 웃음배탈과 각시탈 등 하회탈 2종, 무희들이 편을 갈라 노래하고 춤추며 포구문(抛毬門)의 구멍에 공을 던져넣는 ‘포구락(抛毬樂)’ 놀이, 또 궁중무용인 향악정재(鄕樂呈才) 중 하나인 보상무(寶相舞) 등을 레고로 재현한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을 본 프랑스 관객들은 “다양한 레고 미니어쳐(실제를 작지만 정교하게 재현한 모형) 작품들이 있지만, 동양의 유구한 전통 문화를 이렇게 표현한 것은 처음봤다”며 큰 관심을 드러냈다. 중학교 지리 선생님인 한 여성 관객은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이질감을 단번에 무너뜨리며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에 연 자신의 첫 전시회 ‘콜린 진의 역사적인 레고’에서 선보인 300여점의 작품으로 단번에 유명해졌다. 한국 전통 문화 유산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특히 1년 6개월에 걸쳐 만든 대작인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 재현 작품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한국을 찾았다가 그의 작품을 우연히 본 프랑스 문화재 복원전문가 박나래씨 등 재불 문화계 인사들이 해외 전시를 적극 추천하면서 ‘한국의 놀이’ 특별전을 통해 프랑스에 데뷔했다.

레고 아티스트 콜린진(50)씨가 22일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국의 놀이' 특별전에서 자신의 레고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그가 레고 블록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여년 전부터다. 장난감 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소재규 한립토이스 회장)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다양한 놀이 문화를 접해 봤지만, 유독 레고와는 인연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20대에 들어 ‘스타워즈’ 시리즈로 레고에 입문해 그 매력에 빠졌고, 이후 다른 레고 아티스트들처럼 미리 준비된 설계도를 넘어서 현실 속의 다양한 오브제(대상)를 자유롭게 재창조하는 작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처음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각종 문방구와 생활용품, 만화 캐릭터를 ‘놀이’처럼 만들면서 시작한 것이 2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했다.

한국 전통 문화 유산을 레고로 만드는 작업은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많은 아내의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그는 “4년여 전 ‘승무(僧舞)를 한 번 레고로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시작이었다”며 “이후 전통 문화 재현 작업에 몰입하게 됐고, 하면 할 수록 우리 문화 유산의 아름다움에 푹 빠지게 됐다”고 했다.

레고라는 기성품을 이용해 새로운 것을 창작해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는 “레고는 직선 위주의 재료라 한복의 소매처럼 유려한 곡선을 만드는 작업에는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며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생각치 못한 돌파구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종묘 향대청 전시관에서 공개된 콜린진의 '레고 오향친제반차도' 작품. /뉴스1

그의 최신작은 국왕이 참석한 종묘 제례의 모습을 레고로 표현한 ‘레고 오향친제반차도(五享親祭班次圖)’다. 이달 17일부터 유네스코 세계 유산인 종묘 내 향대청에서 전시 중이다. 무려 2만개의 레고 블록을 이용해 왕과 왕세자, 제관, 제례악 연주자와 의례춤 무용수, 제례에 참석한 신하 등 209명의 모습과 악기 26종의 모양새를 생생하게 재현했다. 종묘의 제사 의식과 의식 때 울렸던 종묘제례악의 광경을 한 눈에 보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한편, ‘전통 문화는 따분하다’는 상식을 깨게 해준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그의 향후 목표는 정조의 화성 행차를 그린 화성능행도(華城陵行圖)의 내용을 레고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화성능행도는 정조가 1795년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부친 사도세자의 묘소 현륭원에 행차한 뒤 성대한 연회를 베풀었던 일을 기록한 그림이다. 그는 “기존 작품의 몇 배에 이르는 큰 작업이라 상당한 도전이 되겠지만, 해낼 수만 있다면 정말 멋진 작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국의 놀이’ 특별 기획전에서 관람객들이 신윤복의 조선시대 풍속도를 보고 있다. /뉴스1

10월 5일까지 이어지는 ‘한국의 놀이’ 특별전에는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가 제시하는 ‘미래의 놀이’ 기술 전시와 함께 LG전자가 후원하는 한국의 e스포츠 역사 전시, 또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9세기 말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의 작품 25점 등, ‘놀이’를 주제로 평소 보기 힘든 다양한 한국 문화와 기술이 소개된다. 이일열 주프랑스한국문화원장은 “‘오징어 게임’을 통해 소개된 한국의 놀이 문화가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한 번 재발견되면서 또 하나의 세계적 문화 아이템으로 부각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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