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늘어도 '만성 적자'…의료AI, 내실성장 더딘 이유

홍효진 기자 2024. 5. 2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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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AI(인공지능) 기업의 '만성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 기업 대부분 매출 성장을 이뤄내고는 있지만 수년간 투입된 R&D(연구·개발) 비용을 회수하기에는 제품 상용화 시기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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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의료AI 기업 1분기 영업손실 규모.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국내 의료AI(인공지능) 기업의 '만성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 기업 대부분 매출 성장을 이뤄내고는 있지만 수년간 투입된 R&D(연구·개발) 비용을 회수하기에는 제품 상용화 시기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의료 현장에선 의료AI 제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례가 적지 않은 데다, 비중이 큰 인건비 지출이 쌓이다 보니 적자 지속을 면치 못하고 있단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루닛·뷰노·딥노이드·제이엘케이 등 국내 주요 의료AI 기업은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루닛은 1분기 매출 51억원, 영업손실 12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가 지속됐다. 연간 회사 매출은 2021년 66억원, 2022년 139억원, 2023년 251억원 등 성장세를 보였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액은 각각 457억원, 507억원, 422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졌다. 뷰노 역시 올해 1분기까지 5분기 연속 매출 성장세를 보였지만 영업손실을 피하진 못했다. 뷰노의 연간 영업손실액은 2021년 178억원, 2022년 154억원, 2023년 157억원이다.

딥노이드도 1분기 매출은 3억5800만원으로 전년 동기(1억6100만원) 대비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지난해 1분기 21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27억원으로 확대됐다. 제이엘케이의 경우 1분기 매출은 1억30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10억원) 대비 감소했고,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해 1분기 12억원에서 올해 1분기 36억원으로 증가했다.

업계에선 제품 업데이트 관련 데이터 처리 비용과 개발자 등 인건비 지출을 만성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본다. AI 솔루션 특성상 기기를 지속해서 업데이트하는 구조로 활용되는데, 이때 기존 데이터를 학습시킬 새로운 데이터 구매와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작업 비용이 고정적으로 투입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비중이 전체 회사 지출의 80%가량"이라며 "초기 R&D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데, 서비스 업데이트 비용이 고정적으로 나가면서 비용을 회수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렵단 배경적 측면도 있다. 의료 현장에서 제품을 쓸 수 있기까지의 절차가 까다로워, 원하는 시기에 수익성을 내기가 어렵단 것이다. 정부가 혁신의료기술로 지정된 새 의료기술·기기 관련 연구계획서 심의·실시기관 사용 신고 등의 절차를 폐지하는 등 평가 제도를 간소화했지만, 담당 관계부처가 여러 곳으로 나뉘어있다 보니 시장 진입은 여전히 까다롭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한국보건의료연구원·보건복지부 등 여러 관계부처별 심사가 필요하다"며 "그 과정에서 (해당 제품의 활용이) 기존 의료행위와 신의료행위를 구분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므로 (제도가) 복잡하다고 느껴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실제 현장 의료진 사이에선 의료AI 도입 필요성에 의문을 갖는 사례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의료AI 제품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의료진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며 "제품을 병원에 도입할 때 혁신의료 통합심사 승인을 받은 제품은 환자 동의서가 필요한데, 의료진 입장에선 굳이 시간을 들여 제품을 도입할 만큼의 수요가 없는 경우도 많다. 업계 자체가 극초기 단계인 상황에서 현장 반응도 변수로 작용하는 만큼 당장 적자 지속을 피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전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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