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아버지 유언장도 못 막은 효성 형제 진흙탕 싸움

윤지혜 기자 2024. 5. 2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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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효성가(家)에 또 '형제의 난' 전운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세상을 뜬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유산을 둘러싸고 형제간 다툼이 다시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윤지혜 기자와 얘기해 보겠습니다. 

윤 기자, 최근 공개된 조석래 명예회장 유언장에서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했습니다만, 결국 따뜻하게 마무리되기 어려워 보이죠? 

[기자] 

조 명예회장이 유언장을 통해 형제간 우애와 화합을 당부했죠. 

또,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에게 유류분(최소 상속 비율)보다 더 많은 유산을 물려주라는 뜻을 남겼습니다. 

유류분은 특정 상속인이 유산을 차지해 생기는 갈등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최소 상속 비율 제도입니다. 

조 명예회장의 유언장대로면, 형제간 갈등으로 효성가에서 나온 조 전 부사장이 유류분 비율보다 더 많은 유산을 받게 된다는 것이죠. 

[앵커] 

대략 조 명예회장의 재산 규모가 어떻고 법정 상속분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입니까? 

[기자] 

조 명예회장이 남긴 재산의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공시된 상장사 보유 지분, 즉 조 명예회장의 상속 지분을 보면 (주)효성 10%, 효성티앤씨 9%, 효성화학 6%, 중공업 10%, 첨단소재 10% 이렇게 5곳이 있는데요. 

이 지분 가치가 최근 종가 기준으로 8900억 원을 넘어섭니다. 

상속 지분 가치는 상속세율 등을 적용하면 대략 7000억 원 선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민법상 법정 상속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의 부인 송광자 여사와 효성 삼 형제(조현준 조현문 조현상)에게 1.5대 1대 1대 1 비율로 상속이 되는 것입니다. 

대략 계산하면 조 전 부사장 몫이 약 20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이고, 직계 비속을 기준으로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유류분은 1000억 원에 달합니다. 

[앵커] 

조 명예회장 유언장에 따르면 이 유류분보다 더 주겠다고 한 것인데 하루 만에 조 전 부사장이 반발했죠? 

[기자] 

조 전 부사장은 다음 달 오전 법률 대리인단을 통해 입장을 냈습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유언장의 입수,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선친께서 형제간 우애를 강조했음에도 아직까지 고발을 취하하지 않은 채 형사재판에서 부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지난 장례에서 상주로 아버님을 보내드리지 못하게 내쫓은 형제들의 행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결국 유언장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뜻이군요? 

[기자] 

조 전 부사장은 "현재로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는데요. 

유언장의 진위부터 유산 배분 내용 등을 자세히 살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유언장 작성 과정에서 배제된 유족 측이 유언장 진위나 배분 결과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죠. 

그래서 일단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조 명예회장이 생전에 증여한 재산까지 모두 유류분 범위에 포함해 다시 따지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유류분에는 사망 시점의 재산뿐 아니라 사망 이전 증여한 재산도 포함되는데요. 

조 전 부사장이 효성에 있었던 2014년 이전까지 세 형제는 효성 지분을 각각 7%씩 보유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2013년과 2014년에 효성 주식 252만 주를 모두 팔고 그룹을 떠났습니다. 

조 전 부사장이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의 미국 변호사거든요. 

일단 유언장에 적힌 내용과 유류분 소송 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비교해 보고, 유리한 것을 택할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조현준 회장 측이나 효성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효성 측에선 유감이라는 입장이죠. 

원만하게 마무리가 안될 것 같으니까요. 

조현준 회장 측은 조 명예회장의 유지를 따르겠다는 입장입니다. 

상속세 신고 준비 작업도 진행이 될 것이고요. 

조 명예회장이 보유했던 지주회사 (주)효성 지분이 법정 상속분대로 배분되면 지분율은 조현준 회장 24.19%, 조현상 부회장 23.67%, 조현문 전 부사장 2.25%로 바뀌게 됩니다. 

조 전 부사장의 지분율이 다른 형제보다 현저히 낮아 당장 경영권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그럼에도 재계에서 3차 형제의 난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죠? 

[기자] 

재계에선 조 전 부사장이 조만간 송사를 벌일 것이란 시각이 있습니다. 

10년간 서로 고소·고발을 이어오며 형제간 앙금이 여전히 깊은 상황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조 전 부사장 입장문에도 보면 "아직까지 고발(고소)을 취하하지 않은 채 형사재판에서 부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라고 언급했지 않습니까. 

조 전 부사장은 위법 행위를 폭로하겠다며 자신의 비상장 주식을 매입하도록 조 회장을 협박한 혐의(강요미수)로 2022년 기소돼 2년간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앵커] 

앞선 1,2차 형제의 난, 그러니까 다른 재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앞서 조 전 부사장이 2011년도 조현준 회장 측의 회계 부정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 차명재산 역외 탈세 등 의혹 등 특별 세무조사가 시작되면서 조 전 부사장과 조 회장 간 분쟁이 불거집니다. 

실제로 2014년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을 배임 횡령으로 고발을 했는데요. 

조 회장에게 제기된 횡령·배임 혐의의 경우 1심에서 2년 실형을 받았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 3년이 선고돼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태입니다. 

2017년도에는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을 협박 혐의로 검찰에 맞고소를 한 건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강요미수 재판이고 7월 15일 다음 공판을 앞둔 상황에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 주목됩니다. 

[앵커] 

얼마 전 조현상 부회장이 효성중공업 주식을 장내 매도했더라고요? 

[기자] 

조 부회장이 효성중공업 주식 12만 1천여 주를 장내 매도했다고 21일 공시됐습니다. 

조 부회장은 나흘에 걸쳐 전체 411억 원어치 주식을 판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번 거래로 조 부회장의 지분율은 2.50%에서 1.20%로 줄어들었는데요. 

효성그룹은 지난 3월 별세한 조석래 명예회장 생전에 그룹을 분할하는 방식으로 후계 구도를 정리한 바 있습니다. 

첨단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만들 예정인 새로운 지주회사 HS효성을 조 부회장이 맡을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형인 조현준 회장과 조 부회장이 각자 가진 계열사 지분을 정리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추가로 아버지 조 명예회장에게서 상속받은 지분에 대한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도 정리했을 수 있습니다. 

[앵커] 

효성그룹이 분할하고 독립경영을 하는 중대한 시점인데, 둘째 조현문 전 부사장이 개입하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봐야겠네요? 

[기자] 

분할계획에 따르면 (주)효성을 0.82대 0.18 비율로 존속회사 (주)효성과 신설회사 HS효성으로 나뉘게 되는데요. 

자본거래뿐 아니라 현재 그룹 총수인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궁극적으로 각각의 지주회사를 가져가 계열분리를 하기 위해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 장남과 삼남 간 지분 스와프 또는 상호 지분거래 등이 필요할 것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조 전 부사장이 유류분 반환소송 을 한다든가 지주사 지분을 확보한다면 장남과 삼남 입장에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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