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 인상 전 재고 쌓아뒀던 담배회사···대법 “추가 부담금 내야”

김나연 기자 2024. 5. 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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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가운데) 등 대법관들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2015년에 단행된 담뱃세 인상을 앞두고 인상된 가격으로 담배를 팔기 위해 재고를 쌓아두거나 허위로 반출 처리한 한국필립모리스에 추가 부담금을 부과한 정부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3일 한국필립모리스가 한국환경공단,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폐기물부담금 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4년 당시 정부는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해 ‘2015년 1월1일 이후 제조장에서 반출되는 분부터 담뱃세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한국필립모리스는 이미 제조된 담배를 그해 9월부터 12월까지 제조공장에서 임시창고로 옮겨 보관했다. 물류센터에서 보관 중이던 담배들은 ‘반출했다’고 허위로 전산에 입력했다. 이후 담뱃값이 오르자 해당 담배 물량을 인상된 담뱃세를 반영한 가격으로 도매상에 배송·판매했다.

정부는 한국필립모리스가 2014년 임시창고로 옮겼거나 허위로 반출한 담배에 대해서도 2015년 기준 담뱃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폐기물부담금 차액(17억2996만원)과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차액(517억2162만원)을 부과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이에 불복해 부과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는 한국필립모리스가 부담금을 납부할 의무가 없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1·2심은 “임시창고에는 제조기능이 없기 때문에 ‘제조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허위 반출 신고된 담배들에 대해서도 “물류센터로 옮기기 전에 제조장에서 반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임시창고에서 각 물류센터로 옮긴 시점을 반출 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담배를 제조공장에서 임시창고로 옮긴 것은 담뱃세 인상 차액을 얻기 위해 통상적인 거래 형태에서 벗어나 담배를 옮긴 것”이라며 “따라서 원고가 담배를 제조공장에서 임시창고로 옮긴 때가 아니라 임시창고에서 각 물류센터로 옮긴 때 제조장에서 반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또 전산상 허위 반출신고가 된 담배들에 대해서도 “전산입력 및 법 개정 이후 다시 반출해 도매업자 등에게 배송했으므로 다시 반출했을 때가 반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정부가 부칙 규정을 통해 옛 자원재활용법 개정일(2015년 2월3일) 이전인 2015년 1월1일부터 2015년 2월2일 사이에 제조장에서 반출된 담배에 대해서도 담뱃값 인상 규정을 소급 적용한 점은 무효라고 봤다.

대법원은 “부담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개정이 지연된 것은 국가기관이 이를 제 때 하지 못한 탓”이라며 “소급입법을 통해 담배 제조업자에게 부담금을 추가 부담시키는 것은 지연에 대한 책임을 담배 제조사에 전가시키는 셈이 되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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