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라파 지상작전 확대하나…미 “수학공식은 없다. 지켜볼 것”

조문희 기자 2024. 5. 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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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지중해 연안 라파에서 이스라엘 항공기의 공습을 받아 검게 그을린 어선 주위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서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22일(현지시간) 나할 보병여단을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투입했다고 밝히면서 지상 작전을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간인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이스라엘 정부가 휴전 협상팀의 활동 재개를 승인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에 진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나할 여단을 라파에 배치해 162사단 산하에 합류토록 했다. 이로써 현재 라파에서 작전 중인 부대는 162사단 산하의 401기갑여단, 기바티 보병여단, 특공여단, 네게브 여단에 나할 여단을 더해 총 5개 여단이 됐다.

이스라엘이 라파 공격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해석되는 장면이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위해 (공격이) 정밀 타격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할 보병여단은 1982년 창설 이후 두 차례의 레바논 전쟁, 1∼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의 대이스라엘 봉기) 등 주요 전쟁과 대규모 작전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았던 부대이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에서도 최전선 전투를 담당했다. 가자지구 남부에 배치됐던 이 부대를 이스라엘군은 본격적인 라파 지상 작전을 앞두고 지난달 25일 재정비 차원에서 철수시킨 바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찰스 브라운 미군 합참의장은 이날 워싱턴의 싱크탱크 애슬랜틱카운슬 주최 대담에서 ‘이스라엘의 라파 군사작전이 안전하고 책임 있게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보고에 따르면 많은 민간인이 라파에서 빠져나왔다”고 답했다.

민간인 대피가 거의 끝나가므로 지상 작전 확대가 무리 없다는 취지로 해석 가능한 발언이다. 앞서 라파로 피란한 팔레스타인인은 약 140만명이었으나 이스라엘이 지상작전을 위해 소개 명령을 내린 후 100만명가량이 라파를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 브라운 의장은 미국이 라파 작전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요구하는 핵심은 민간인에 대한 피난처와 식량 제공 보장이라고도 했다.

다만 미국은 전면적 지상 작전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본 것은 표적을 겨낭한 제한적인 작전이었고 (인구·시설이) 밀집된 도시 중심부에 대한 대규모 군사 작전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학적 공식은 없다. 우리는 그 작전에서 많은 사망과 파괴가 이뤄질 것인지, 아니면 작전이 표적을 더 정확히 겨낭할 것인지를 보고 있다”면서 “여기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 전시내각이 휴전 협상 지침을 새로 채택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협상 재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지 매체는 전시내각이 회의를 열고 휴전 협상팀의 활동 재개를 승인했으며, 새로운 협상 지침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움직임은 협상에 나서라는 안팎의 압박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인질 가족들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이스라엘 여군들을 납치하는 처참한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며 정부에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한편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미군이 가자지구 해안에 완공한 임시 부두로 들어온 구호품이 이날 처음으로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6일 라파와 외부를 연결하는 통로를 봉쇄한 이후 가자지구로 구호물자가 반입되지 않아 주민들은 기근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이번에 전달된 구호품도 수량이 많지 않아 굶주림과 연료·의약품 부족 등을 해소할 수준은 아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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