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1년만에 뮤지컬···심창민의 ‘벤자민 버튼’

백승찬 기자 2024. 5. 2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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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연기 안정적…폭발력은 다소 부족
아이돌 출신 배우들, 창작 뮤지컬 잇단 도전
뮤지컬 <벤자민 버튼>에서 벤자민을 연기하는 심창민. 심창민은 때로 퍼펫으로 구현된 벤자민을 조종하며 함께 연기한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객석의 불이 꺼지기도 전에 배우들이 하나 둘 무대에 올라 자리잡았다. 정면에 선 남자 배우의 모습에 객석이 살짝 동요됐다. 서둘러 오페라 글라스를 꺼내는 관객도 있었다.

창작 뮤지컬 <벤자민 버튼>이 다음달 30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초연한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이 원작이며,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하다. 원작은 1860년 70살의 외모를 가진 채 태어나 점점 젊어지던 벤자민 버튼이 1927년 아기가 돼 죽는다는 내용의 판타지를 담았다. 원작은 외모 같은 조건 때문에 사회와 불화하는 개인을 그린 풍자극이었다. 뮤지컬은 영화처럼 멜로드라마 요소를 더했다. 배경을 20세기 초중반으로 옮겨 피츠제럴드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위대한 개츠비>의 설정과 감성을 일부 차용했다.

작품의 핵심 키워드는 ‘스위트 스폿’이다. 이는 라켓이나 배트를 사용하는 스포츠에서 공을 치는 최적의 지점을 뜻한다. 작품에선 ‘인생의 최전성기’ 정도의 뜻으로 사용된다. 노래하는 7살 소녀 블루는 역시 7살이지만 노년 모습인 벤자민을 만난다. 둘은 서로의 마음에 끌리지만 나이와 상황이 맞지 않아 어긋난 삶을 산다. 점점 젊어지는 벤자민과 나이 들어가는 블루는 30대에 만나 잠시 행복한 시간을 가지며 이를 인생의 스위트 스폿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 순간은 너무 짧다. 둘의 인생 궤적은 다시 어긋난다. 극본을 쓰고 연출한 조광화는 “스위트 스폿을 기다리던 대부분의 시간들도 스위트 스폿이 지나가버린 이후 대부분 시간들도 모두 소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 내내 서정적이고 잔잔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술집 주인 마마가 익살을 책임지고, 블루의 매니저 제리가 악당으로 등장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꿀 정도는 아니다. 화려한 쇼 뮤지컬을 좋아하는 관객에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벤자민과 블루의 인연이 본격적으로 엮이기 이전인 전반부가 늘어진다는 느낌도 있다.

<벤자민 버튼>에서 가장 주목받는 요소는 김재범·김성식과 함께 벤자민 역에 캐스팅된 심창민이다. 팬들에겐 그룹 동방신기 멤버로서의 예명인 최강창민으로 더 익숙한 배우다. 심창민에겐 <벤자민 버튼>이 데뷔 21년만의 뮤지컬 데뷔작이다. 그는 프레스콜에서 “그동안 제가 활동했던 분야와 많은 부분에서 다른 분야라 생각보다 고되고 고통스럽다”며 “공연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벤자민 버튼> 관계자는 “심창민은 과거에도 뮤지컬 출연 제의를 받은 적이 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거절하다가 <벤자민 버튼>은 일정이 맞아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됐다”고 전했다.

심창민이 지금까지 뮤지컬에 출연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례적일 정도로, 아이돌 스타의 뮤지컬 진출에는 이미 오랜 역사가 쌓였다. 심창민과 함께 동방신기로 데뷔해 이후 JYJ로 옮긴 김준수는 2010년부터 뮤지컬에 출연해 이미 확고한 뮤지컬계 톱스타로 자리하고 있다. 옥주현은 특유의 폭발적인 성량과 표현력으로 대형 뮤지컬에 강점을 보이며 강력한 티켓 파워를 보유한 배우가 됐다. 규현, 김성규, 조권 등도 뮤지컬 배우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오마이걸 효정이 26일까지 공연하는 초연 창작 뮤지컬 <천 개의 파랑>으로 뮤지컬 데뷔했다.

뮤지컬 제작사가 아이돌을 캐스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팬덤이다. <벤자민 버튼>의 경우에도 심창민 출연 회차의 예매 상황은 다른 배우들을 압도한다. 22일 심창민 출연 회차에서는 중국인, 일본인 관객도 다수 눈에 띄었다. 공연이 열린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는 1, 2층을 합해 600석 규모의 중극장이다. 1층에 앉으니 그 어떤 공연보다도 심창민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팬에게는 스타의 노래와 연기를 근접해 감상할 기회인 셈이다.

요즘 아이돌은 트레이닝 과정에서 노래, 춤, 연기를 고루 배운다. 심창민 역시 뮤지컬 데뷔 무대임에도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었다. 이날 박은미(블루), 김지선(마마), 민재완(제리) 같은 뮤지컬 전문 배우와 비교해 고음부의 발성, 폭발적인 감정 표현 측면에서 부족한 측면이 있었지만, 무대 장악력은 뒤떨어지지 않았다. 초반부와 후반부엔 퍼펫으로 표현된 벤자민을 조종하며 연기해야 했지만 어색함 없이 자연스러웠다.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무대 장악력 역시 21년차 스타다웠다.

<천 개의 파랑>을 제작한 서울예술단 관계자는 “과거엔 아이돌이 이미 검증된 뮤지컬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엔 창작 초연 뮤지컬에도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천 개의 파랑>에 출연중인 효정. 서울예술단 제공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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