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의자가 된 미술관 ‘조각’···폐플라스틱 27t의 변신과 재변신
1만5000개 모듈러 해체해 테이블·의자로 만들어
천연기념물 을숙도 위치한 부산현대미술관
생태·환경·기후 초점 맞춘 전시와 운영
미술관에 설치됐던 작품이 카페 의자와 테이블로 변신했다.
지난 8일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 위치한 부산현대미술관 1층 로비 카페. 관람객들이 앉아 커피를 마시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치 정육면체 블록을 조립해 만든 것 같았다. 흰색과 검은색 모듈을 이어서 만든 의자와 테이블의 ‘전생’은 미술관 야외에 설치됐던 거대한 ‘쇠백로’였다. 그렇다면 ‘전전생’은?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부산현대미술관 야외공원에 설치됐던 쇠백로 모양의 작품 ‘Re: 새-새-정글’은 작품 기획부터 해체까지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전국의 버려진 폐플라스틱 27t을 모아 1만5000개의 모듈러로 제작, 조립해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만들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세계에서 연간 생산되는 플라스틱이 4억t(2020년 기준), 1950년 이후 생산된 플라스틱이 90억t에 달하는 등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환경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재생플라스틱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웅열 디자이너와 곽이브 작가가 참여해 이웅열은 작품의 재료가 되는 재생플라스틱 모듈러를 디자인하고, 곽이브는 을숙도에 찾아오는 철새 쇠백로를 모티브로 ‘재생되는 새로움’이란 의미를 가진 ‘Re: 새-새-정글’이란 작품을 제작했다.
김가현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코로나 이후 일회용품이 대량 생산되면서 플라스틱 생산량과 폐기량이 증가추세에 있으며 환경부 발표 결과 버려지는 플라스틱량이 2019년 131만t에서 2020년 251t으로 두배가 증가했다. 부산은 2021년 생활폐기물량 중 플라스틱 배출량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도시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당초 ‘Re: 새-새-정글’은 전시가 끝난 후 해체해 의자 등 가구로 재조립해 사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제작해 시민 대상으로 가구제작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시가 끝날 무렵 미술관 로비를 리모델링하면서 카페 의자와 테이블, 야외 벤치 등으로 재활용하게 됐다.
김가현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햇빛을 받아 노화한 30%의 모듈은 제외하고 70%를 카페 테이블·의자 등으로 재활용했다. 남은 모듈은 원하는 시민이 재활용할 수 있도록 나눔을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연기념물 제179호인 을숙도에 자리잡은 부산현대미술관은 2018년 문을 열 때부터 생태·기후·환경에 중심을 맞춘 전시를 선보였다. 미술관 외벽 전체를 175종의 부산 토착식물로 덮은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의 ‘수직 정원’이 미술관의 상징과도 같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지난 3월 로비를 전면 리모델링하면서 기존 카페를 둘러싸고 있던 독일 현대미술가 토비어스 레베르거의 작품을 철거하고 ‘Re: 새-새-정글’을 재활용한 가구로 카페를 꾸몄다. 또 뮤지엄샵을 새로 열고 미술관에서 자체 개발한 친환경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재생플라스틱으로 만든 에코백, 사탕수수로 만든 볼펜 등 친환경 굿즈를 만들고 포장도 생분해 비닐 등을 사용한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은 “천연기념물인 을숙도에 위치한 미술관 입지가 미술관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드러내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개관 5주년을 맞아 전시 역시 생태·기후문제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미술관의 편의시설과 하드웨어적 부분도 친환경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카페와 뮤지엄샵을 개편했다”고 밝혔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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