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럴링크 첫 임상시험 좌절...뇌가 움직여 칩 밀어내

이정아 기자 2024. 5. 2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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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이식한 케이블의 85%가 이탈
오류 정정해 두 번째 시험 참가자 모집 중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뉴럴링크의 컴퓨터 칩 '텔레파시'를 이식 받은 사지마비 환자 놀런드 아르보./뉴럴링크

인간의 뇌에 세계 최초로 칩을 이식해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작동하려던 임상시험이 결국 좌절됐다. 원인은 뇌가 예상보다 과도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확인됐다.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 시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운 뉴럴링크가 첫 번째 칩 이식 임상시험에서 심각한 오류가 나타났지만, 이것을 고려한 두 번째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말 뉴럴링크는 목 아래가 마비된 놀런드 아르보씨를 대상으로 첫 번째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두개골에 동전만 한 크기 구멍을 내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구현할 칩 ‘텔레파시’를 이식한 것이다. BCI는 생각한 대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것이다. 텔레파시는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신호 패턴을 분석해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작동한다.

동전 하나 크기인 텔레파시는 안에 데이터 처리 칩과 배터리, 통신 장치가 들어있다. 그리고 바깥으로 전극이 각각 16개가 달린 케이블 64개가 달려 있다. 연구진은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케이블들을 아르보씨의 뇌에 3~5㎜ 깊이로 심었다.

아르보씨는 뉴럴링크 엔지니어들의 도움을 받아 생각만으로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난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는 훈련을 했다. 초기에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체스 같은 컴퓨터 게임도 가능했다. 뉴럴링크는 지난 3월 그가 생각만으로 체스를 두는 모습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당시만 해도 임상시험은 성공적이었다.

뉴럴링크가 개발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임플란트 칩 '텔레파시'./뉴럴링크

그런데 몇 주가 지나자 커서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뉴럴링크 연구진은 아르보씨의 뇌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뇌에 심었던 칩 케이블 중 약 85%가 체액으로 빠져나왔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뇌신호를 좀 더 민감하게 포착하도록 컴퓨터 알고리즘을 수정해야 했다. 하지만 초기처럼 민첩하게 커서를 움직이기는 힘들었다. 데이터 전송량이 줄어든 탓이다.

전문가들은 뇌가 움직인 것은 면역 방어를 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리 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 신경과학·재활의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뇌는 물속에 잠긴 채 이리저리 흔들리고 움직이면서 침입자를 막아낸다”고 비유했다. 실제로 뉴럴링크 연구자들은 아르보씨의 뇌가 칩을 이식한 자리에 흉터 조직을 두텁게 만들고, 이식한 센서를 밀어내는 것을 확인했다.

아르보씨는 “(오류가 생기면서) 초기보다 커서를 움직이기가 힘들어져 실망스러웠다”면서도 “하지만 장애인들이 언어, 시력, 움직임을 회복하는 데 뉴럴링크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뉴럴링크는 첫 번째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오류를 잡아 두 번째 임상시험은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아르보씨에게 했던 것보다 더욱 깊은, 8㎜ 깊이로 케이블을 이식할 계획이다.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크리스틴 웰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는 “케이블을 더욱 깊이 이식해도 결국은 비슷한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며 “오히려 깊이 이식한 탓에 해당 부위의 흉터가 커지고 뇌신호 손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뉴럴링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경추 척수 손상 또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루게릭병)으로 양손을 쓰기 힘든 환자에게 임상시험을 계속하도록 허가 받았다. 뉴럴링크는 올해 10명에게 칩을 이식하는 것이 목표다. 캐나다와 영국 당국에도 텔레파시 이식 임상시험 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머스크는 앞서 지난 17일 X(옛 트위터)를 통해 “자사의 BCI 장치를 테스트하기 위한 두 번째 임상시험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며 “생각만으로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작동할 수 있게 하는 뇌 임플란트”라고 설명했다.

BCI 기술은 다른 회사들도 개발하고 있다. 뉴럴링크와는 조금 다른 방식이다. 가령 미국 싱크론은 뇌의 운동피질 근처에 작은 칩을 이식해 뇌의 섬세한 조직을 피했다. 덕분에 아르보씨 경우처럼 뇌가 칩을 밀어내는 일은 비교적 줄어든다. 하지만 뉴럴링크 장치만큼 미묘한 신경 활동을 잡아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중국도 BCI 기술인 뉴사이버를 개발했다. 중국 뇌과학연구소는 23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최근 원숭이가 뉴사이버를 이용해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조종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인체 대상 임상시험은 시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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