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할 준비” 말만 반복하는 의·정…의대 교수들은 정부 의료 자문위 ‘불참’ 선언

최서은 기자 2024. 5. 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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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3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주재로 제47차 회의를 개최, 비상진료체계 운영현황·의사 집단행동 현황 등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제공

의·정 갈등 장기화에도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를 향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만을 반복하며 실질적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갈등 해결을 위한 논의는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 주도 의료정책 자문위원회 활동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제47차 회의에서 의료계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의료개혁 논의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조 장관은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려있으며 정부는 그 형식과 의제에 제한 없이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의료계가 소모적인 갈등과 대립을 거두고 의료개혁 논의에 동참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형식과 논제에 구애 없이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에 임할 자세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의료계 역시 정부와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전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대한의학회 등과 비공개 연석회의를 열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 뒤 “의료계는 정부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양측은 공식 채널을 통해서만 대화 의향을 드러내고 있을 뿐 실질적인 대화에는 나서고 있지 않다. 양측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태다. 의료계는 대법의 의대 증원 관련 가처분 판결을 기다리겠다면서 여전히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수련기간과 의대생 국가시험 등에서 일부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을 표했지만, 의대 증원 정책 추진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유지한다.

의대 교수들은 전날 저녁 긴급 총회를 열고 정부의 주요 보건의료·교육 정책 자문을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전의교협은 “전문성을 무시하고 동일하게 반복될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의대 교수들은 거수기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겠다”면서 “향후 대한의학회 및 전의비와 협력하여 복지부와 교육부의 전문위원회 및 자문위원회 등에 대한 불참 운동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의비도 이날 오후 7시에 총회를 열고 진료업무 재조정 등을 논의할 계획으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장기화되는 의·정 갈등 사태 속에서 의료 현장을 떠난 일부 전공의들이 ‘생활고’를 호소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생활고를 겪는 전공의들에게 1인당 1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긴급생계지원금 신청 인원이 지난 21일 기준 1646명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의협은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전공의가 소득을 얻을 길이 없어 일용직을 전전하거나,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텨나가는 등 전공의들이 현 사태 장기화로 생계유지의 한계에 달했다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그간 많이 접수됐다”고 전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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