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앞두고 미리 쌓아놓은 담배회사…대법 "인상된 가격 기준 부담금 내야"

조준영 기자 2024. 5. 23. 16:1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5년 담뱃세 인상 전 가격 기준으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낸 한국필립모리스에게 추가 부담금을 부과한 정부 처분이 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부과처분 근거가 된 부칙이 소급적용한 기간에 대해서는 헌법상 소급입법금지 원칙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3일 담배회사 한국필립모리스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폐기물부담금 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대법관 전원이 일치된 의견으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정부는 2015년 1월1일부터 담배 1갑당 가격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정책안을 2014년 9월 발표했다. 이에 필립모리스는 기존 방식과 달리 제조공장에서 제조한 담배를 △임시창고로 옮기거나 △미납세반출 대상 담배로 신고하고, 물류센터로 옮겨 담배가 마치 반출된 것처럼 전산입력해 법개정 전 세율에 따른 세금을 납부했다.

2015년 2월3일 개정된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에 따르면 담배 1갑에 부과되는 폐기물부담금이 7원에서 24.4원으로 인상됐고, 이러한 조치는 '2015년 1월1일 제조장에서 반출되는 분'부터 적용되도록 규정됐다.

정부는 기존 방식과 다르게 반출된 담배가 필립모리스 측 주장과 달리 2014년이 아닌 2015년에 제조돼 반출됐다고 판단, 개정법을 적용한 부담금과 이미 납부한 부담금의 차액을 추가로 부과했다.

이에 필립모리스는 정부를 상대로 추가 부담금 부과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원고의 손을 들었다. 필립모리스가 제조공장에서 제조한 담배를 임시창고로 옮기거나, 물류센터에 반입한 2015년 이전에 제조장에서 반출한 것으로 보고, 개정법령에 따른 추가 부담금을 물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과세기준이 되는 '제조장에서 반출되는 분' 의 의미에 대한 법리를 원심이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담배를 제조공장에서 임시창고로 옮긴 것은 담뱃세의 인상차액을 얻기 위해 일시적인 방편으로 마련된 장소로 담배를 옮긴 것에 불과하다"며 "임시창고에서 각 물류센터로 옮긴 때 비로소 제조장에서 반출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또 미납세반출 담배로 신고하고 물류센터로 옮겨 보관하다가, 개정법이 시행된 2015년 1월1일 이후 반입장소에서 다시 반출해 도매업자에게 배송한 데에 대해서도 "반입장소에서 다시 반출할 때 제조장에서 반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담뱃값이 인상된 후 담배가 반출된 것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인상된 가격 기준으로 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대법원은 부담금 부과근거가 된 시행령 부칙 규정이 헌법상 금지된 소급입법이라며 과세처분이 일부 무효하다고 판단했다.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은 2월3일 개정됐는데 부칙은 '2015년 1월1일 이후 제조장에서 반출되는 분'으로 적용해 소급입법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2015년 1월1일부터 2월2일까지 제조장에서 반출된 담배에 대해서는 개정법에 따른 부담금을 적용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이 파기 취지를 반영해 다시 정당한 부담금 등을 계산할 필요가 있다며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법령 개정이 예정돼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부칙규정을 통해 개정법령이 소급해 적용될 것까지 예상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부칙규정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공익적 목적은 주로 국가의 재원조달에 한정되는데, 이러한 공익상 사유가 소급입법으로 인한 원고의 신뢰와 법적 안정성 침해를 정당화할 만큼 심히 중대하거나 압도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폐기물부담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개정이 지연된 것은 국가기관이 적시에 하지 못한 탓"이라며 "소급입법을 통해 담배제조업자에게 부담금을 추가로 부담시키는 것은 개정 지연에 대한 책임을 담배 제조업자에게 전가시키는 셈이 돼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