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하루 25명 방문'…먼지 날리는 서울 유적전시·추모공간

최해련 2024. 5. 2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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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민간사업자로부터 기부채납 받아 전시관으로 운영 중인 공공시설 활용방안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용산 사고 추모공간이 있는 용산구 '용산도시기억전시관',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지은 종로 공평동 '공평유적도시전시관' 등에 시민 발길이 뜸해 공간을 보다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22일 낮 방문한 서울 용산구 용산도시기억전시관은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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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활용 방안 마련에 '골머리'
서울 용산기억도시전시관 1층 '기억의 방'. / 사진=최해련 기자


서울시가 민간사업자로부터 기부채납 받아 전시관으로 운영 중인 공공시설 활용방안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용산 사고 추모공간이 있는 용산구 ‘용산도시기억전시관’,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지은 종로 공평동 ‘공평유적도시전시관’ 등에 시민 발길이 뜸해 공간을 보다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용산기억전시관 하루 평균 방문객 25명

22일 낮 방문한 서울 용산구 용산도시기억전시관은 고요했다. 평일인 걸 감안해도 오후 1~2시 사이 방문객은 두 명 남짓.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에 따르면 지난해 총 9000여명이 이곳을 방문했다. 월평균 방문객은 약 700명, 하루 25명 안팎이다. 2021년 개관한 기억전시관은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인근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단지 공공동 안에 조성된 2층짜리(550㎡) 시설로, 지리적 이점을 고려하면 찾는 이들은 적은 편이다.

1층에는 용산 지형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과 조선 초기~후기, 6.25전쟁 전후, 미군베이스캠프 시절 용산의 기록을 집약한 ‘기억의 방’이 있다. 2층에는 도서관과 같은 서가와 세미나실로 구성된 ‘용산 도시 아카이브’가 있다. 

1층 '기억의 방' 안으로 쭉 걸어 들어가면 있는 용산사고(참사) 기억관. / 사진=최해련 기자


전시관 1층에는 조선시대, 6.25 전쟁 전후, 미군기지가 있던 시절 도시 변천사를 전시해놓은 ‘기억의 방’이 있다. 2층에는 서가와 시민참여 공간으로 구성된 ‘용산 도시 아카이브’가 있다. 

하지만 전시관의 근본적인 설립 취지는 당초 홍보가 아니다. 서울시가 이 땅을 전시관으로 운영하기로 한 건 2009년 용산사고를 추모하기 위함이었다. 용산사고는 2009년 1월 20일 국제빌딩 주변 용산4구역 도시환경 재정비사업 과정에서 건물에서 농성하던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현재의 전시관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7년 용산 사고 8주기를 맞아 사고 유가족들에게 용산4구역 안에 전시관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한 결과물이다.

 땅 파다 유적 나오니 ‘전시관’으로 보존

서울 공평유적도시전시관 내부 모습. / 사진=서울시


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 26층짜리 ‘센트로폴리스’ 건물 지하 1층에 있는 공평도시유적전시관(3818㎡)도 시가 기부채납 받아 조성한 또 다른 전시관이다. 2015년 공평1·2·4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선 초기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의 생활유물 1000여점이 확인됐다.

서울시는 사업시행자에 용적률 200%를 더 부여하는 조건으로 역사자원을 보존하는 공간을 기부받기로 했다. 도시 개발에서 발굴되는 매장문화재를 원 위치 보존한다는 원칙인 ‘공평동 룰’이 이때 생겼다. 서울시는 지난해 기억관과 유적전시관 운영비로 각각 1억원, 5억원가량 투입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경남 고성군에서 경남 지역기업인 무학이 ‘고성문화예술촌 전시관’ 건립하기로 지난 1월 업무협약을 맺었다. 경기 용인시는 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처인구 원삼면 역사공원 안에도 약 1800㎡ 규모의 예술 문화 전시관을 지어 산단 조성 과정에서 발굴된 유물을 전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계획 초기부터 명확한 기획의도를 갖고 설립한 예술·역사박물관보다 콘텐츠나 운영 면에선 미비한 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기부채납 시설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보다 치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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