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뒤에는 노조가?
22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노르웨이, 스페인은 오는 28일부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세 나라는 표면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을 통해 중동의 평화를 도모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각국 매체는 정치 상황, 식민 피지배 역사 등 내부 사정도 지도자들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도록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압박한 노르웨이 노조
노르웨이는 줄곧 ‘2국가 해법’을 지지해왔다.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며 ‘오슬로 협정’을 성사시킨 데에도 노르웨이의 공이 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이 협정을 통해 팔레스타인 자치와 선거, 이스라엘군의 철수 등과 관련해 합의를 봤다. 오슬로협정은 팔레스타인 임시자치정부 출범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노르웨이 내부에는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면서 팔레스타인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특히 집권 여당인 노동당의 지지기반인 노르웨이노동조합총연맹(LO)은 지난해 11월 가자지구 전쟁의 인권 침해와 관련된 상품·서비스 거래를 정부가 금지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LO는 지난 1일 노동절 집회에서도 팔레스타인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중단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수도 오슬로를 비롯한 도시 곳곳에서는 전쟁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하는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노르웨이 내 일부 유대인도 이 시위에 동참했다.
정치권은 여론을 의식했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가 속한 노동당은 팔레스타인 독립, 가자지구 봉쇄 금지 등을 공식 당론으로 채택했다. 집권 노동당이 최다석을 차지한 의회는 지난해 11월16일 정부가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승인했다.
“산체스 총리의 ‘구분 짓기’ 전략”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노동당 소속인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했다. 그는 지난달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벨기에 등 유럽국을 순방하며 각국 지도자에게 팔레스타인 독립 지지를 선언해달라고 설득했다.
일부 스페인 매체들은 부인의 직권남용 의혹으로 사임 압박을 받는 산체스 총리가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해 이 같은 행보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간 아라는 사설에서 “산체스 총리가 국수주의자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유럽의 수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지지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산체스 총리의 팔레스타인 지지가 다음 달 3일 시작되는 유럽의회 총선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각국의 중도 좌파 연합인 사회민주연합은 보수연합(EPP) 다음으로 많은 지지율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국에서는 가자지구 내 참상에 반대하면서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하는 시위가 번지고 있다.
‘독립 투쟁 역사’ 공감하는 아일랜드
아일랜드는 팔레스타인과 ‘독립 투쟁 역사’를 공통으로 지녔다. 1500년대부터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아 1922년 아일랜드공화국으로 부분 독립할 때까지 수백 년을 수탈과 차별을 당했다.
특히 아일랜드 내 팔레스타인 독립 지지층은 팔레스타인이 유엔의 공식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인권 수호 조항이 담긴 국제법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할 마틴 아일랜드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세계 무대에서 ‘거기에 있을 권리가 있다’고 인정받는 것은 우리 국가 창립자들에게도 중요한 문제였다”며 “이(팔레스타인 독립 인정)는 ‘국제법에 따른 자결, 자치, 영토 보전, 안보 등 권리를 팔레스타인도 가질 수 있다’라는 뜻을 내비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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