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환자 동네로" 홍보한 정부, 응급실 간 구급차 이용료는 "못 준다"

박정렬 기자 2024. 5. 2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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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경증 환자 등의 병원 간 이송 시 구급차 이용료를 지원한다고 했다가 뒤늦게 응급실은 제외한다고 공지해 의료 현장에 혼란이 인다.

환자는 이용료 전액을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고, 정부 지원을 믿고 구급차 이용을 안내한 병원은 환자들의 항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진료협력센터를 통해 1차, 2차 의료기관으로 전원한 환자에게 구급차 이송처치료(이용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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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대전시 국군대전병원으로 구급차량이 이동하고 있다./사진=(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정부가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경증 환자 등의 병원 간 이송 시 구급차 이용료를 지원한다고 했다가 뒤늦게 응급실은 제외한다고 공지해 의료 현장에 혼란이 인다. 환자는 이용료 전액을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고, 정부 지원을 믿고 구급차 이용을 안내한 병원은 환자들의 항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23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3월 13일부터 한 달 간격으로 총 3차에 걸쳐 '병원 간 전원 시 이송처치료 한시 지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진료협력센터를 통해 1차, 2차 의료기관으로 전원한 환자에게 구급차 이송처치료(이용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선(先) 이용, 후(後) 환불' 구조로 환자가 구급차를 이용하고 건보공단에 지원신청서, 영수증, 전원의뢰서 등을 제출하면 정부로부터 이용료를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중증·응급환자 치료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등 큰 병원은 암 환자와 같은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의료 역량을 집중하고, 경증을 포함한 중등도 이하 환자는 동네 병·의원에서 치료하도록 지원을 확대해왔다. 구급차 이용료 지원도 전공의 집단 이탈로 타격이 극심한 상급종합병원의 '숨통'을 트이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었다.

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4.3.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그러나, 구급차 이용료 지원 대상에 응급실 환자를 갑자기 제외한다고 공지하면서 의료 현장에 혼란이 발생했다. 정부는 지난 4월, 2차 사업부터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서 1, 2차 의료기관으로 전원한 환자는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1차 사업 안내문에는 "전원 환자가 구급차 운용자에 지불한 이송 처치료 실비 지원"이란 문구가 전부였다.

그런데도 정부가 1차 사업 기간에 응급실 간 전원 환자마저도 비용을 환불하지 않는다고 '통보'하면서 뒤늦게 환자가 자비로 구급차 이용료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돼 버렸다. 서울 지역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 A씨는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 상황에서 병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환자에게는 더 나은 의료서비스와 적합한 병원 이용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응급실 환자 이송도 초기부터 안내했다"면서 "정부 정책을 믿고 따랐을 뿐인데 비용을 지불하게 된 환자가 병원에 항의를 해오는 통에 난감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병원 간 전원 시에는 법적으로 119구급차를 이용하지 못해 사설 구급차를 써야 한다. 사설 구급차(특수 기준)는 기본 금액이 7만5000원으로 이동 거리에 비례해 이용료가 늘어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야간 이송할 때는 최대 60만원까지 책정되기도 한다. A씨는 "처음부터 예산을 낮게 잡았다가 응급실 간 전원이 너무 많아 뒤늦게 뺀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제대로 공지해주지 않은 정부 책임도 있는 만큼 환자가 이미 낸 비용은 환불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정부 지원을 위해 환자 접수를 진행하고, 관련 서류를 발급하는 것 자체가 바쁜 응급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현장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정책을 만들지 않다 보니 여기저기서 잡음이 감지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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