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피고인도 국선 변호인 선정해야"

박다영 기자 2024. 5. 23. 15: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속된 피고인이 다른 사건으로 재판을 받게 됐을 때 국선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형사재판 중인 피고인이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있는 경우는 국선 변호인 선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3일 상해 혐의로 원심에서 징역 3개월을 선고받은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이 정한 국선변호인 선정 사유인 '피고인이 구속된 때'라고 함은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집행되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돼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상태에 있는 경우도 포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돼있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로 확정돼 수형 중인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다"고 했다.

A씨는 2020년 9월 건조물침입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았고, 재판 끝에 2021년3월 징역 1년이 확정됐다.

A씨는 구속돼 있던 2020년 12월 이와 다른 상해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변호인 없이 재판에 혼자 출석한 상태로 공판 절차가 진행됐다.

A씨는 1, 2심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달라고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 2심 재판부는 A씨의 상해 혐의에 대해 징역 3개월을 선고했고, A씨는 구속상태에 있는 본인을 위해 국선 변호인이 선정되지 않은 채 진행된 재판 과정이 위법하다며 상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심은 변호인의 조력없이 이뤄진 제 1심에서 증거조사절차 등 위법성을 감안해 국선변호인 선정 결정을 해 선정된 변호인이 공판심리에 참여하도록 했어야 함에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피고인만 출석한 상태에서 공판기일을 진행해 판결을 선고했다"며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소송 절차가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집행되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돼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에도 국선변호인 선정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구속의 의미를 사전적 의미와 형사소송법상 정의인 '피고인의 행동이나 의사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속박하는 구금 상태'로 이해하면 해당 형사사건으로 구속된 경우와 별건으로 구속된 경우,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돼 구금상태에 있는 경우가 모두 구속의 개념에 포함된다"며 "구금 상태로 인한 피고인의 방어권 제약을 보충하기 위해 국선변호인 선정이 요청되는 정도는 구금 상태의 이유나 상황에 관계없이 모두 동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등 헌법규정의 취지와 정신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도록 하면서 형사절차에서 침해될 수 있는 국민 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동원, 노태악, 신숙희 대법관은 별개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 등은 "원심 판결을 파기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종래의 판례 법리에 따른 재판 실무에 따르더라도 다른 사건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피고인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우 피고인의 청구에 의하거나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 피고인의 충실한 방어권 보장이라는 형사법의 방향성은 충분히 공감하나 법조문을 목적론적 해석에 맞춰 정의하는 것은 입법을 해석으로 대체하려는 것이 돼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구속의 의미를 종전에 비해 넓게 해석함으로써 국가의 공권력에 의한 구금으로 방어권이 취약한 상태에 놓인 피고인에 대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을 보다 충실하게 보장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