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스코이앤씨 하청업체 직원들 집단 식중독 증상 호소에도 포항시 늑장 대응 '논란'

최대억 2024. 5. 2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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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급식 먹은 직원 70여 명 의심 증세…6명 식중독균 검출
포항시 사흘 뒤 다른 음식 검사…두 달 가까이 은폐·축소 의혹

포항시청 전경./포항시

[더팩트ㅣ포항=최대억 기자] 경북 포항지역 한 식당에서 최근 일용직 근로자 70여 명이 집단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여 병원 치료를 받는 일이 일어났다. 그런데 식중독 의심 신고를 접수한 포항시가 사흘 뒤에야나 역학조사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돼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포스코이앤씨(발주처 포스코퓨처엠) 하청업체 직원 71명은 지난 3월 26일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식중독 의심증세를 보여 조기 귀가하거나 인근 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대다수가 설사와 복통, 메스꺼움 등을 느끼다 28일과 29일 양일간에 걸쳐 증세가 악화된 50명이 관할인 포항 북구보건소에 인체가검물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 총 6명에게서 식중독균 중 하나인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균’과 ‘황색포도알균’이 확인됐다.

이날 제공된 점심 메뉴는 꽃게된장, 돼지불고기, 생선가스, 브로콜리, 무생채, 김치 등이었다.

그런데 해당 업소에 대한 환경 검사는 최초 신고접수일(26일)로부터 사흘이 지나 이뤄졌다. 심지어 시는 당일 근로자들이 먹은 음식과 무관한 생삼겹살, 김치, 고춧가루 등 원재료를 수거해 검사를 진행했다.

시는 수저, 칼, 도마, 음용수 등도 수거해 검사를 진행했지만, 현재까지 유증상자 검체에서 검출된 식중독균과 동일한 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지난달 9일 검사기관인 경상북도 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통보가 나왔고, 해당 업소는 지금도 영업을 계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소는 일반 음식점으로 허가를 냈지만 실제로는 집단급식소 형태인 외부 납품 음식으로 운영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포항시 식품안전과 관계자는 "해당 업소는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공사 현장에서 가스 등을 사용하지 못해 외부에서 급식 형태로 배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초 신고 당일(26일)에는 몇 명(소수 인원)이 병원에 간 데 이어, 보건소에 전화를 해서 나중에 다시 의견을 모아 연락하겠다고 해서 기다렸다. 유증상자 50명이 보건소에 검사를 한 당일(28일)은 시간이 늦어 다음 날 오전(29일) 해당 업소에 대해 수거 등 역학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런데도 포항 북구보건소는 최근 벌어진 이 같은 식중독 유증상자 발생 사실을 알고도 쉬쉬하며 숨겨오다 이날 <더팩트> 취재가 시작되자 ‘오래돼서 자료를 봐야 한다. 잘 좀 봐달라’고 대처하는 등 은폐·축소 의혹을 받고 있다.

식중독 의심환자가 50명 이상이 발생하면 지방청 원인식품조사반이 현장에 급파돼 원인 식품 추적조사를 통한 식중독 확산을 즉시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숫자가 명확하지 않아 사흘을 지체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보존식(당일 조리한 음식)과 다른 표본을 대상으로한 역학조사에서 동일한 균이 검출되지 않았고, 업소는 행정처분 없이 영업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 셈이다.

사실상 무늬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급식 업소임에도 식중독 사고 발생 시 이를 역학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매회 제공 음식물을 용기에 보관해야 하는 ‘집단급식소 보존식’ 관리기준 법망을 벗어나 애초부터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던 것이다.

이와 관련 식중독 의심 증세를 호소한 업체 측은 근로자들의 병원비와 약값, 노무비 등 사흘간 업무 공백으로 인한 공사 차질에 따른 손배배상금(총 지출비용 8472만여 원)을 식당 측에 청구할 방침이다.

업체 관계자는 "3명이 한 조가 돼 공사에 투입되는 작업 조건상 141명 근로자(관리자 12명 포함)의 업무 진행에 막대한 손실이 빚어졌다"면서 "해당 업소는 물론 식중독이 의심되는 환자가 1명이라도 발생해도 발빠르게 대응해야 할 포항시도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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