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리 인하 시점 더 불확실해졌다… 수입 전망 놓쳐 1분기 GDP 차이”

박소정 기자 2024. 5. 23. 15: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기자 간담회
“성장률 2.1→2.5%… 순수출 영향”
“내수 예상보단 좋지만 양극화 심해”
“전망 틀리는 건 해외에서도 다반사”
“8월에 분기별 전망 발표 진행할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시점이 지난달에 비해 더욱 불확실해졌다고 밝혔다. 이전보다 물가 전망의 ‘상방’ 리스크가 커진 탓에 물가가 목표 수준(2%)까지 안정된다고 확신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의 전기 대비 성장률이 한은의 당초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1.3%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이 총재는 수입 측면에서 간과한 것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출 호조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지만, 의외로 따뜻했던 겨울 날씨 때문에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수입이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물가 상승’ 압력에 ‘금리 인하’ 시기 흐릿해져

이 총재는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4월 이후 물가 전망 경로의 상방 리스크가 확대됐다”며 “하반기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그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4월보다) 훨씬 더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금통위는 달라진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문구 등으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한껏 키운 바 있다. 그런데 당시 금통위 이후 ▲미국의 금리인하 지연 ▲1분기 우리나라 GDP ‘깜짝’ 반등 ▲이스라엘-이란을 둘러싼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 세 가지 전제 조건이 달라지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런 탓에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간 금리 수준에 대한 전망에도 변함이 없었다. 그는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1명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했다”며 “물가 상승 압력이 올라간 건 사실이지만, 내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도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통화정책 효과의 파급 시차를 고려하면 선제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5명은 ‘3개월 후에도 현 수준(연 3.5%)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상향 조정하고,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6%로 유지했다.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올려잡으면서도, 물가를 덩달아 상향 조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 총재는 “성장률을 제고한 요인의 4분의3이 ‘순수출 증가’에서 기인한 만큼, 내수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면서 “정부의 물가 대책 등 영향으로 내수가 물가 상승 압력을 제한하는 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이야기했다.

실제 GDP와 잠재 GDP의 차이를 일컫는 ‘GDP 갭(gap)’과 관련해 그는 “이번에 성장률 전망치를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GDP 갭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서는 시점은 ‘내년 초’로 이전과 동일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올해 2.5% 성장률을 기록하면 잠재 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인데 기준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 금리 수준은 제약적이라고 본다”며 “경기가 과열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물가가 완전히 안정되는 수준에 온다면, 제약적이던 금리 수준을 정상화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며 머리를 쓸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 “예상보다 수출·내수 좋았고, 수입 덜해 전망 어긋나”

1분기 GDP 성장률 전망(0.6~0.7%)이 실제 발표치(1.3%)와 어긋난 이유에 대해서도 질의가 잇따랐다. 이 총재는 “대외 부분에서 4분의3가량 놓친 부분이 있었다”고 평가하며 “수출이 생각보다 좋았던 데다가 겨울 날씨가 따뜻해 에너지 수입이 많이 줄었고, 반도체 투자도 지연되면서 반도체 장비·설비 수입이 감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휴대폰(갤럭시 S24) 출시로 소비 활성이 앞당겨지면서 내수도 좋아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면서 “정부 재정지출도 좋은 영향이 있었다”고 했다.

이번 전망 실패로 한은의 신뢰도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당연히 겸손한 자세로 개선 노력을 하겠지만, 0.4%포인트(p) 정도 조정(연간 GDP 성장률 2.1→2.5%)은 IMF(국제통화기금)·일본 등에서도 다반사”라며 “오류가 발생하면 어떤 이유에서 틀렸고, 어떻게 정책이 바뀌어야 하는지 논의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망이 틀렸다고 시장에 혼선을 주니까 하지 말라는 얘기는 해외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며 “(원래 한해 2번 하던 경제 전망을 분기별로 하겠다는 추진 계획에 따라) 8월 전망 역시 지체 없이 만들어 잘 발표하겠다. 내가 총재인 동안에는 한은이 더 많은 정보를 주고 소통해서 발전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내수 상황에 대해서는 “당초 예상보다 좋아졌다는 것이지, 전체적인 GDP 성장률에 비해 좋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올해 연간 소비 성장률을 1.6%에서 1.8%로 상향 조정했지만, (또 다른 내수 지표인) 건설경기는 -2.6%에서 -2%로 조정하는 등 여전히 마이너스라 양극화가 심한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과 여타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탈동조화 추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정책 향방에 대해 이 총재는 “미국이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고 내린다는 신호를 주면서 전 세계가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을 구사하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의 통화정책 여력도 많이 커진 상황이지만, 지난 1~2개월간 우리 환율과 자본 이동 가능성이 생각보다 컸기에 국내 시장 영향을 보고 통화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