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seas trip] 광활한 신세계로의 여행...오만의 중심, 무스카트

2024. 5. 2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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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오만 여행 ①
부유하고 세속적인 나라, 중동의 ‘숨겨진 보석’이자 ‘평화의 상징’ 오만. 정식 명칭은 오만 왕국이다. 오만 여행의 시작점은 아름다운 고대 항구 도시, 수도 무스카트에서 출발했다. 현대적인 도시로서의 정체성은 물론 산과 바다에 푹 둘러싸여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무스카트 여행은 평화롭고 평온한 날들의 기록이다.

광활한 도로는 강렬한 도시의 첫인상이었다(위 사진). 야자수가 즐비한 무스카트 도심 공원(아래 사진)
낯설고도 특별한 도시, 무스카트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다.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Muscat) 국제공항에 발을 들이고 난 뒤 ‘신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무스카트는 생애 첫 중동 여행지인 데다 낯선 도시일수록 신세계의 범위는 확장되는 법이다. 더군다나 인도 소도시의 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탓에 무스카트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현대적인 도시’ 그 자체였다. 마치 이제 막 지어진 것 같은 멋들어진 현대식 공항 건물을 뒤로 하고 도심으로 향하는 쾌적한 버스에 올라탄 순간, 현대적인 도시는 더 광활한 신세계로 여행자를 안내했다. 중동이 가진 일반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그저 ‘오만’이라는 낯설고도 특별한 국가에 당도했음을 실감하며, 버스에 기대어 넓은 세상으로의 이동을 시작한다. 세상은 넓고 할 일도 많다. 아름다운 고대 항구 도시, 무스카트에서 여행의 가쁜 숨을 들이킨다.
오만 남성 복장인 ‘디쉬다샤’를 차려 입은 사람들
일년 중 최적의 날씨를 보이는 3월, 선선한 바람이 불어 여행하기 적합한 날씨라고는 하지만 막상 마주한 무스카트의 하늘은 눈이 부실 만큼 뜨겁기만 하다. 게다가 바람까지 자취를 감추고 나면 온몸은 금세 땀으로 흠뻑 젖는다. 7~8월이 되면 영상 50도까지 치솟는 데다 습도까지 높은 오만의 여름을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유니폼처럼 보이는 디쉬다샤(Dishdasha, 긴 소매와 발목 길이로 된 원피스 형태의 오만 전통 남성 의상) 복장이 날씨와 엇박을 이룬다. 그럼에도 뜨겁고 건조한 태양과 디쉬다샤는 오만을 상징하는, 도시의 인상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임은 확실하다. 같은 듯 다른 흰색의 디쉬다샤를 차려 입은 사람들 사이로 도심을 가로지르며 이방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발걸음이 여행의 흥미를 돋운다. 산과 바다 사이 아름다운 경치에 자리잡은 무스카트, ‘안전한 정박지’라는 이름의 신세계는 오늘날 중동의 온화한 도시로 손꼽히며 오만의 과거와 현재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달한다.
무역과 상업의 중심지, 무트라
(위로부터)2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무트라 수크, 수크는 미로처럼 나 있는 좁은 골목을 뜻한다,. 무트라 수크 외부 전경과 함께 무스카트 서쪽 오만만 해안 전경
무스카트는 서기 1세기 초부터 서부와 동부를 잇는 주요 무역항이었다. 페르시아인과 발로크족, 신디족 등의 외국 상인과 정착민을 끌어들이는 항구 도시로서의 중추적 역할을 했으며, 현재까지도 무스카트의 경제는 무역, 석유, 액화천연가스, 항구 운송이 지배적이다. 도시의 경제는 물론 다양한 관광 인프라가 형성된 무트라(Muttrah)가 바로 그 중심을 이룬다. 무스카트 서쪽 오만만 해안에 위치한 무트라는 오만에서 석유가 발견되기 전부터 전통적으로 오만의 주요 상업 중심지이자 항구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유럽에서 인도나 중국으로 향하는 선박이 거쳐가는 주요 정박지로 통했던 것. 웅장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무트라 일대는 오랜 역사의 영향으로 여러 랜드마크가 자리한다.
오늘날 무트라 수크는 관광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스카트 서쪽 오만만 해안(중앙 사진) 무트라 요새 입구 모습(우측 사진)
1580년대 견고한 방어수단으로 세워진 무트라 요새
그중 아라비아 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수크 중 하나로 꼽히는 무트라 수크(Muttrah Souq)가 대표적이다. 수크는 ‘미로처럼 나 있는 좁은 골목’을 뜻하며, 얽히고설킨 골목길마다 노점들로 넘쳐난다. 전통적인 아랍 시장인 무트라 수크는 2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시장이 빛이 들지 않는 골목길에 들어선 것은 사막기후의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자 함이었다. 수크를 일컬어 ‘어둠의 시장’이라 불리는 배경 또한 이와 결부되는 이야기.
좁은 차선으로 인해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상점에는 한낮에도 태양의 기운이 비추지 않는다. 무스카트를 넘어 오만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시장인 무트라 수크는 과거 오만인들이 일상에 필요한 생활용품을 공급하는 핵심적인 장소였다. 먹거리에서부터 옷과 장신구, 보석, 잡화 등 없는 게 없는 만물시장으로 불렸다. 오늘날 시장의 역할은 관광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살림살이보다 비슷비슷한 관광용품이 한 집 건너 하나씩 같은 풍경으로 관광객을 불러모은다. 어둠의 시장을 환히 밝히는 이곳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은 대추야자, 인센스, 향신료, 유향, 향수, 오일 등이다.
(위로부터)무트라 요새에서 내려다본 오만만 해안, 무트라 요새 내부에 설계된 탑, 무트라 요새에서 내려다본 주택가 풍경
무트라 수크와 함께 빠질 수 없는 랜드마크가 바로 무트라 요새(Muttah Fort)다. 수크에서 동쪽으로 약 500m 떨어져 있는 요새는 바위 위에 우뚝 솟아 항구 너머로 인상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1580년대 포르투갈이 오만을 점령했던 당시 포르투갈인에 의해 건설된 요새는 오스만 군대의 공격에 대비해 견고한 방어수단으로서 지대한 역할을 했다. 오랜 세월 군사목적으로 사용돼온 요새는 오늘날 수크와 마찬가지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장소가 되었다. 요새 내부에 설계된 3개의 탑 구조는 명성에 비해 그다지 특별함을 전달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요새 내부를 둘러보기 위한 목적보다는 바위 언덕 꼭대기에서 무트라 일대와 오만만 해안의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하기 위한 것이 요새 계단을 올라야 하는 이유다.
버스 타고 걸어서 오페라 하우스로
뚜벅이족이라면 무스카트 여행을 심사숙고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 나라의 수도, 오만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무스카트의 대중교통은 여행자에게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니까. 지난밤 무트라 관광을 마치고 숙소가 자리한 아자이바(Azaiba) 지역까지 이동하기 위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 사람은 오직 나 하나였다. 구글 지도상에 분명 버스 도착시간이 표시되어 있었지만 그 시간이 지나도 버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도착시간 알림이 여러 차례 변경되고 나서야 결과적으로 기다리던 버스가 정류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우여곡절 많았던 기나긴 하루의 끝이 그렇게 막을 내렸다.
화려한 조명이 더해진 왕립 오페라 하우스의 밤 풍경(사진 위)과 오만 최고의 음악, 예술, 문화의 중심지인 왕립 오페라 하우스(아래)
무스카트의 대중버스는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존재한다기보다 형식상 갖춰진 시스템에 불과해 보인다. 그만큼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산유국이 가진 최고의 혜택 중 하나는 값싼 휘발유 가격. 오만인 대다수가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회적 풍토는 대중교통의 역할을 불필요하게 만드는 배경이다. 나아가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전무한 도시의 풍경, 자가용의 편리함은 산책을 멀리시하는 배경으로까지 이어진다. 지난밤 버스정류장을 지킨 사람은 오직 나 하나였는데, 오페라 하우스를 찾아가는 동안 광활한 길 위를 누빈 이도 이방인 한 사람이 유일하다. 이쯤 되면 뚜벅이족에게 무스카트는 형식상의 도시가 아닐까.
흰색의 대리석으로 건설된 화려한 왕립 오페라 하우스, 왕립 오페라 하우스 내부 전경
그렇게 찾아간 왕립 오페라 하우스(Royal Opera House)를 맞닥뜨리자 곱절의 반가움을 숨길 수 없었다. 오만 최고의 음악, 예술, 문화의 중심지답게 흰색의 대리석으로 장식된 화려한 건축물이 산유국의 위풍당당함을 과시하는 듯했다. 클래식 음악과 예술에 관해 열렬한 팬을 자처했던 오만의 옛 통치자이자 14대 술탄 ‘카부스 빈 사이드 알사이드(Sultan Qaboos bin Said Al Said)’가 왕립 오페라 하우스 건립을 명령한 건 2001년의 일이다. 이후 2007년 공사를 시작해 2011년 10월 완공된 이래 현재까지 지역 및 국제 공연을 위한 장소로 널리 사용된다. 극장, 강당, 정원, 예술 센터, 문화 시장, 레스토랑 등으로 구성된 건물 내·외부는 최대 1,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한다.
평화롭고 평온한 하루의 끝, 쿼럼 비치
또다시 걷는다. 왕립 오페라 하우스에서 해변까지는 고작 1km 거리다. 길 위를 걷는 이는 여전히 이방인 혼자뿐이다. 널따란 차도 옆에 붙어 있는 좁은 인도에 두 발 꾹꾹 찍어 누르며 지도에 표시된 화살표를 따라 걷는다. 걷는 이가 없으니 인도의 폭이 좁은 게 당연한 이치인 걸까. 이것 또한 형식상의 시스템일 수도 있지 않을까. 폭의 넓고 좁음을 떠나 어찌됐든 목적지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이후 숙소에서 만난 현지인은 오페라 하우스에서 해변까지 걸어갔다는 내 말에 놀라움을 표출했는데, 그의 반응이 놀라운 건 내게도 마찬가지다.
만약 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걷는 것 대신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지 묻는 말에 그는 “차량이 없다면 당연히 택시를 탔을 것”이라고 했다. 고작 1km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타겠다는 그의 말은 이방인과의 간극을 더 넓혔다. 어차피 여행은 ‘차이’를 발견하고 그것에서 ‘영감’을 얻는 과정이다. 그와의 대화가 딱 그랬다.
쿼럼 비치는 최고의 일몰 전망을 감상하기에 제격인 곳이다(사진 왼쪽). 분주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기에 완벽한 쿼럼 비치(우측 사진)
쿼럼 비치(Qurum Beach)는 무스카트 여행을 계획하면서 목록에 첫 번째로 적은 장소였다. 일단 무스카트에 자리한 여러 해변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장소로 꼽히는 데다 시내 중심부와 인접한 지리적 장점이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무스카트 해안선을 따라 4km에 걸쳐 펼쳐진 해변은 수심이 얕고 만조시간이 비교적 길어 가족 단위로 피크닉 삼아 방문하는 현지인들이 많은 편이다. 오만만 해안의 깨끗한 바닷물은 분주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기에 완벽한 장소. 아름다운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야자수 그늘에 누워 평화로운 시간을 사색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 해변은 최고의 일몰 전망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해변이 아닌 섬에 온 것마냥 한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저녁시간의 해변 산책은 쿼럼 비치를 꼭 찾아야 하는 이유를 각인시킨다. 해질녘 해변에 앉아 ‘무스카트’라는 같은 듯 다른 일상을 품으며, 평화롭고 평온한 하루의 끝에 도달한다.
한때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모스크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는 30만톤의 인도 사암으로 지어졌다, 오만에서 가장 큰 사원으로 꼽히는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
전체 인구의 약 90%가 이슬람교를 믿는 오만에서 모스크 방문이 빠질 수 없다. 오만에서 가장 큰 사원으로 꼽히는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Sultan Qaboos Grand Mosque)’가 그 주인공. 이곳은 무스카트를 대표하는 건축물로서 모스크를 짓는 데만 6년 7개월이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스크 건설을 명령한 건 1992년으로, 당시 술탄인 ‘카부스 빈 사이드 알사이드(Sultan Qaboos bin Said Al Said)’의 지시에서 비롯됐다.
그가 국가에 헌신하는 의미로 사비를 들여 모스크 건립을 추진했다는 여담이 전해진다. 1993년 모스크 부지 및 설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1994년 12월 공사가 시작된 후 세기를 넘겨 2001년 5월 마침내 모스크가 개관되었다. 이 시기는 술탄 카부스 빈 사이드 알 사이드가 오만을 통치한 지 3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했다.
독특한 첨탑과 돔 장식이 특징인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 기도실을 장식한 눈이 부실 정도의 화려한 샹들리에와 카펫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는 30만톤의 인도 사암으로 지어졌다. 750명이 동시에 기도할 수 있는 널따란 메인 기도실은 눈이 부실 정도의 화려한 샹들리에와 카펫이 깔려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카펫은 이란에서 4년 동안 600명의 사람들이 손으로 직접 짠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카펫으로 세계 최고의 모스크를 건설하겠다는 옛 통치자의 야심과 야망이 여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이곳이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카펫이란 명성은 2007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지어진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Sheikh Zayed Grand Mosque)에 더 큰 규모의 카펫이 들어서면서 2위로 밀려났다. 이곳 기도실의 샹들리에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큰 샹들리에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카펫과 더불어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에 그 자리를 내어주고 만다.
허나 수치상으로 평가되는 규모에 상관없이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는 독특한 첨탑과 돔 장식 등 그 자체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에 충분하다. 중요한 건 방문객의 입장에서 길을 몇 번이고 잃을 만큼 거대한 모스크 내부를 구경하다 보면 규모가 그다지 반갑게 다가오진 않는다는 사실. 그럼에도 화려함의 끝을 보여주는 모스크 내부는 볼거리, 눈요깃거리로 가득해 낯선 이방인을 반겨준다.
[글과 사진 추효정(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1호(24.5.2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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