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영승 교사 사망’ 전원 무혐의에 뿔난 전교조…“전면 재수사하라”

“피해 교사, 군 복무 중에도 연락 시달려…경찰, 교육현장 맥락 고려했나”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23일 오전 경기 의정부경찰서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고(故) 이영승 교사 사망사건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일명 '호원초 이영승 교사 사망사건'에서 악성민원을 제기한 의혹을 받던 학부모 전원을 무혐의 처분한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전면 재수사를 촉구했다.

전교조는 23일 오전 11시쯤 경기 의정부경찰서 앞 기자회견에서 "전국 50만 교원과 함께 경찰의 부실한 수사 결과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면서 "경찰은 즉각 재수사에 착수해 억울한 교사의 죽음을 한 점 의혹없이 밝혀내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철저한 진상규명', '전면 재수사'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전교조 측은 경찰이 교육현장의 상황적 맥락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명시적 강요나 협박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사건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분한 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전교조는 "경기도교육청 감사 결과, 피해 교사가 일부 악성 민원인에게 과도하고 지속적인 치료비 제공, 부당한 출결 처리 요구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군 복무 중에도 연락에 시달려야 했고, 수백여 건에 달하는 문자 메시지를 받으며 정신적 압박을 감내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교 관리자는 피해 교사 사망 사건을 단순 추락사로 보고하는 등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확인됐다"면서 "피해 교사는 철저히 고립된 구조 속에서 홀로 모든 교육활동 행위를 감내해야 했으며, 자신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강제성이 없다고 단정 짓기에는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상황 맥락을 제대로 고려한 것인지,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충실히 수사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 교사는 호원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지난 2021년 말 극단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이 교사가 일부 학부모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사회적 파문이 일었다.

이에 감사를 진행한 경기도교육청은 작년 9월 학부모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경찰에 의뢰했다. 또한 작년 10월쯤엔 이 교사의 유족 측이 학부모 3명을 강요 등 혐의로, 호원초 전·현직 교장 등 학교 관계자 5명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약 8개월간 수사를 이어간 경찰은 지난 22일 학부모 3명 등 피고소인 8명을 전원 무혐의로 불송치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경찰 측은 "고인과 학부모 사이에 오간 통화와 제출된 자료,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토대로 종합 검토한 결과 이들에 대한 범죄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찰은 한 학생이 수업 중 페트병을 자르다 커터칼에 손이 베인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가 이 교사에게 치료비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뜯어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이 교사가 먼저 치료비를 제안했고, 강압이나 협박은 없었다"면서 "초등학생이 다친 사건과 이 교사가 사망한 시기의 차이가 약 6년 정도 돼 연관성을 찾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은 이 교사의 부임 첫 해인 2016년에 벌어진 일로, 약 6년 뒤 세상을 떠난 이 교사의 사망 사건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