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금융기관들이 AI에 투자하는 새로운 방법 ‘칩 담보 대출’

민서연 기자 2024. 5. 2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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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이 분야에 집중적으로 돈이 몰리는 가운데 월가에서 AI를 활용한 새로운 투자 방식이 등장했다. AI의 핵심요소인 칩을 담보로 해당 칩의 소유주인 기업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이는 최근 스타트업과 사모펀드 등 금융권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는 투자 사례다. AI라는 테마에 뛰어들고자 하는 열망이 큰 금융권이 만들어낸 새로운 대출 방식인데, 비용도 대출 상환도 대출자에게 상당히 불리하지만 사업 확장을 위해 당장 자금이 필요한 스타트업에게 환영받고 있다.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표지판.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뉴저지주의 AI 스타트업 코어위브는 데이터 센터 확장과 엔비디아 AI칩 추가 구매를 위해 지난주 세계적 투자회사 블랙스톤 등으로부터 75억 달러(약 10조2000억원)를 조달했다. 이는 민간 부채금융 방식으로는 역대 최대급 규모로, 칼라일, 블랙록 등 다른 유명 투자회사들도 참여했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로 데이터센터를 운영·임대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주도하고 블랙록, 엘드리지 등이 참여한 부채금융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다. 부채금융은 지분을 내주지 않고 돈을 빌리는 방법인데, 코어위브가 보유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담보로 한 것이다.

전국 14곳에서 대규모 데이터 센터 운영과 임대 사업을 하는 코어위브는 이번 자금 충당을 통해 앞으로 이를 두 배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엔 같은 방식으로 블랙스톤 등으로부터 23억달러를 조달했다. 당시 엔비디아도 자금 충당에 참여했지만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같은 사례는 또 있다. 지난 4월에는 AI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인 람다 랩스가 엔비디아 칩을 담보로 5억달러를 유치했고 데이터센터 운영과 AI칩 대여를 하는 어플라이드 디지털도 수억달러 규모 계약을 마무리하고 있다. 지난해 AI 붐이 시작된 이후 비슷한 형식의 거래가 최소 3건 더 있었고, 전체 자금조달 규모는 10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각 회사와 투자사들에 따르면 이러한 형식의 칩담보 대출계약은 현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블랙스톤 그룹의 본사. /연합뉴스

이 같은 거래가 가능한 이유는 AI붐을 타고 AI에 쓰이는 칩의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뛰고 품귀현상이 발생하면서 담보로서 가치가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AI 스타트업들과 월가 금융권의 수요가 맞아 떨어졌다. 금리가 높아지고 시장에 자금줄이 마른 상황에서 성장이 급한 스타트업들은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기 쉽다. 반대로 금융권에서는 전도유망한 AI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원하는데, 실제로 지난해 블랙스톤이 코어위브에 투자했을 당시 블랙스톤도 AI관련 투자처를 찾고 있었다.

당시 코어위브는 전년 매출이 3000만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작았지만 칩을 갖고 있었다. 코어위브 투자를 제안한 아르고 캐피털의 스테판 피쉬 대표는 초창기에 투자자들에게 AI칩 담보대출을 설명할 때 “코끼리한테 고대 문서를 읽어주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블랙스톤은 시장에 없던 이같은 대출구조 파악을 위해 칩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시간에 따라 칩의 가치가 어떻게 되는 지를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그만큼 기존 금융권은 AI에 대한 이해 장벽이 높지만 AI붐에 뛰어들려는 열망이 강하고, 스타트업들은 빠른 성장을 추구하기에 이런 거래가 성사될 수 있었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러한 방식의 자금 조달은 전통적인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에 비해서 비용이 훨씬 비싸다. 회사도, 담보도 검증이 되지 않은 데에 대한 위험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담보로 잡힌 AI칩을 사용하는 고객에게서 발생하는 수익을 대출 상환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성장이 급한 스타트업으로선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지 여부가 사업 성공과 실패를 정의한다고 보고 응하는 것이다.

마이클 인트라레이터 코어위브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지금껏 성장해온 속도로 앞으로도 회사를 확장하려면 성공의 관건은 자금력일 것”이라며 “(지금은 비싸게 빌리고 있지만)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자금 조달 비용은 더 줄어들 수 있기에 비싼 돈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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