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9.용인 명지대학교 박물관

경기일보 2024. 5. 2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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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학교 박물관은 1979년 3월 명지학원 설립자인 유상근 박사가 기증한 자료 1백여점을 바탕으로 개관됐다. 사진은 명지대 박물관이 위치한 명진당 전경

용인시 처인구 남동에 자리한 명지대 박물관(관장 이주현)은 아름다운 도자를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유명하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특별전의 주제가 ‘청자, 하늘을 담다’였고 올해의 주제가 ‘백자, 시대를 담다’라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청자, 하늘을 담다" 특별전을 위해서 따로 박물관에서 태토와 유약, 가마 분위기에 따라 다른 결과물로 나타나는걸 보여주고자 만들어졌다.

■ 하늘 빛과 시대의 정신을 도자에 담다

명지대가 자리한 용인시는 광주, 여주, 이천과 함께 고려부터 조선시대까지 명품 도자기를 생산한 도시였다. 하늘 빛 청자와 순결한 빛깔의 백자를 손수 만들어 보고 전시까지 하는 행운의 주인공은 지역주민들이다. “지난 5월2일 시작한 ‘도전! 사기장’ 도자공예 교육은 기초 이론부터 실기를 배우는 과정으로 매주 목요일마다 15주간 진행됩니다.” 명지대 박물관과 자연미래교육원 도예과의 협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교육 강의는 지역 문화공간으로서 역할과 지역문화 활성화에 앞장서는 명지대의 노력을 잘 보여준다.

이 사업을 기획한 이정아 학예사가 앞으로 진행될 교육 내용과 전시 계획을 들려준다. “회차별로 도예과 우난희 주임 교수님의 지도로 발(鉢), 접시, 병 등 다양한 기형을 만들어 보며 백자 장식 기법을 배울 것입니다. 교육과정 중 전통 장작가마 번조(燔造) 과정 체험 행사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수강생들의 작품은 오는 10월 박물관 특별전 ‘백자, 시대를 담다’에 선보일 예정이지요. 아울러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특별전에 작품을 출품한 교육생들에게 명지대 총장 명의의 수료증을 수여할 계획입니다.”

박물관이 수집해 온 청자와 '도전! 청자장인' 도예 교육을 받은 교육생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청자, 하늘을 담다" 특별전. 윤원규기자

현재 박물관이 발굴하고 수집했던 청자 유물 전시와 더불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도전! 청자장인’ 도자공예 교육을 수강한 교육생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전시하는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다. 박물관 입구에 청자로 구워 만든 ‘청자, 하늘을 담다’란 커다란 글씨가 눈에 띈다. 전시관 입구에 새겨진 박물관장의 인사말이 따뜻하다. “경기도와 용인시의 지원으로 지역주민을 위한 교육과정과 특별전을 운영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특히 미래교육원과 협업해 진행하는 도예 교육은 우리 대학이 가진 교육 자원을 지역문화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대학 박물관과 지자체의 협력을 통해 지역 문화자원에 대한 재인식과 문화자원을 생활에 접목하는 활용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명지대 박물관에서는 전국 곳곳의 문화재 탁본 260여 건을 소장, 연구하고 있다. 강원 양양군에 위치한 국보 제122호 진전사지 삼층석탑 팔부중상 탁본. 윤원규기자

■ 길에서 배우다

2016년부터 이 지원사업에 참여한 명지대 박물관은 ‘우리 땅, 우리 유물’(2020년), ‘먹과 종이 이야기를 담다, 탑본搨本’(2021년), ‘흙에서 찾은 아름다움’(2022년), ‘청자, 하늘을 담다’(2023년) 같은 특별전을 꾸준히 열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의 아름다움과 소중한 가치를 학생과 지역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먹과 종이, 이야기를 담다, 탑본’은 박물관이 1980년대부터 수행한 금석문 조사를 통해 수집한 탑본을 종합적으로 소개한 전시로 주목을 받았으며 ‘흙에서 찾은 아름다움’은 도예 교육과정 ‘나도 도예가’에 참여한 교육생 작품과 용인지역에서 수집한 박물관 도자 유물을 함께 전시해 흥미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물관이 개관 초기부터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는 ‘명지문화유산답사’도 주목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월21~ 25일 일본 야마구치, 규슈 일대에서 ‘격변기에 성찰하는 한국의 역사와 미래-임진왜란과 정한론을 되짚어 보다’를 주제로 ‘제43회 명지문화유산답사’를 진행했다. 조선시대 국제관계 전문가로 유명한 사학과 한명기 교수 등 28명이 참여한 명지문화유산답사단은 정한론의 발생지 하기를 비롯해 한중일 교류의 중심지 시모노세키, 한일 교류의 중심 항구이자 임진왜란의 출병지 가라쓰, 유럽 교역상들이 머물던 국제항이자 가톨릭 초기 전래지 히라도 등을 방문해 한국과 일본이 걸어온 굴곡의 역사를 성찰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상상력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졌다. 비교과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명지문화유산답사는 해외문화유산답사를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진행한다. 국내문화유산답사는 5월 혹은 10월에 진행한다. 세시풍속 체험으로 ‘단오부채 만들기’와 ‘동지달력 나누기’도 진행하고 있다.

■ 다양한 주제를 한곳에서 만나다

1979년 3월 명지학원 설립자인 유상근 박사가 기증한 자료 1천여점을 바탕으로 명지대 인문캠퍼스에 개관한 명지대 박물관은 1984년 10월 용인의 자연캠퍼스가 완공됨에 따라 현재의 자연캠퍼스 명진당 6층으로 이전했다.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은 5천여점이다. 유물은 우리 역사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다.

오이도를 비롯한 중부 서해안지역의 신석기 유물, 선부동 지석묘군 출토 도기류 등 삼국시대 도기들을 둘러보며 우리 역사의 흐름을 상상해 본다. 상당히 화려한 채색의 도자기가 눈에 띈다. “이것은 새로 수집한 중국 신석기시대 도기인데 동시대 한국과 중국의 유물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전시한 것입니다.” 고려의 청자와 도기들은 조선의 분청사기와 백자, 도기와 무엇이 닮았고 무엇이 다른지 살펴본다.

전통 의학과 관련된 유물도 등장한다. 몸을 소우주라 여겼던 옛사람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경혈도가 특히 인상적이다. 약연, 약절구, 약장, 약저울 같은 유물 앞에서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위해 서둘러 약을 짓던 의원의 몸짓을 상상해 본다.

서예를 빠뜨릴 수 없다. 엄청나게 큰 저 글씨는 누구의 작품일까? “우암 송시열의 글씨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들 것입니다.” 추사 김정희, 유한지의 서화는 물론 갑신정변을 일으킨 혁명가 김옥균의 글씨도 있다. 추사 이후 최고의 서예가로 꼽히는 검여 유희강의 작품도 여러 점 감상할 수 있다. 정승을 지내고 초대 화성유수를 지낸 채제공에게 보낸 정조대왕의 편지 내용이 궁금하다. 글씨가 심심해질 무렵 지도가 나타난다. 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며 길을 찾았던 시대의 사람들이 남긴 천문도는 언제나 흥미롭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우리 하늘의 별자리를 그린 천문도, 천하지도 속에 그려진 조선의 크기를 가늠해 본다. 당대 사람들의 세계관과 의식구조를 엿보려면 지도가 걸어오는 미세한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의식주에서 ‘의’는 모자와 옷과 신발을 포함한다. 실을 뽑는 물레, 다듬이, 신발, 의관을 정제할 때의 마무리는 머리에 쓰는 갓이다. 소반, 절구, 맷돌 같은 유물은 한국의 어머니들이 따뜻한 밥상을 차리기 위해 부엌에서 얼마나 땀과 눈물을 흘렸을지를 상상하도록 도와준다.

역시 나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원목을 사용해 나무의 결을 살린 목가구를 통해 자연미를 추구했던 옛사람들의 전통을 살펴보는 즐거움이 은근하다. 지방마다 특색이 있는 가구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반닫이와 이층농, 문갑, 책장, 돈궤, 뒤주 같은 목가구와 대패, 자, 톱 같은 도구도 만든 지방과 목공의 손길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다.

초벌그릇에 산화철이 함유된 자토로 그림을 그리고 청자유를 입혀 구워낸 철화청자. 윤원규기자

■ 우리가 만나야 할 소중한 유물들

손바닥만 한 묘지에 산화코발트 물감으로 십자가를 그리고 한자로 ‘야소기독교인’이라 새긴 묘지가 있다. ‘조선국’으로 기록된 묘지만 봤던 관람객을 놀라게 하는 아주 특별한 유물이다. 높이 20㎝ 전체 면에 모란이 가득한 백자청화모란문합은 또 어떤가. 발과 뚜껑에 큰 모란꽃을 4개씩 배치하고 입과 꽃봉오리의 무늬가 서로 연결되도록 그린 청화 모란문이 싱그럽다. 고려인의 염원이 담긴 국보 제244호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17은 복제본을 전시하고 있지만 그 뜻은 갸륵하다. 1011년 고려 현종이 거란의 침입에 맞서 나라를 구하겠다는 염원을 담아 제작한 대장경이기 때문이다. 박물관이 소장한 ‘유가사지론’ 권 17은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초조대장경 가운데 감색 표지가 남아 있고 인쇄 상태도 양호하며 보존 상태가 좋은 편이다. 이처럼 소중한 문화유산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 학생과 주민을 주인공으로 세워 전통을 잇고 우리 시대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명지대 박물관의 건실한 행보가 아름답다. 김준영(다사리행복평생교육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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