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원 권한 강화' 예고에...일각선 '이재명 사당화' 우려도

김도현 기자 2024. 5. 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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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예산=뉴스1) 구윤성 기자 =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22일 오후 충남 예산군 스플라스 리솜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당선인 워크숍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대화하고 있다. 2024.5.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예산=뉴스1) 구윤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권리당원의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원 여론을 주도하는 세력이 이재명 대표의 강성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이란 이유에서다. 그동안 이어온 '이재명 사당화' 논란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전날부터 충남 예산의 한 리조트에서 당선자 워크숍을 진행하고 이날 오전 결의문을 채택했다. 4대 결의 내용에는 △채상병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 관철 △민생 해결 △위기극복·미래대비 등과 더불어 '당원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되는 시스템을 더욱 확대하고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차기 국회에서 민주당이 핵심 사안으로 다룰 것으로 예상됐던 사안들과 함께 당원 중심의 민주당을 만들겠단 내용이 결의안에 담긴 것은 최근 국회의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잡음과 무관치 않다. 앞서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국회의원 당선인을 누르고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사실상 확정되자 개딸을 중심으로 1만명을 훌쩍 넘는 당원들이 탈당계를 제출하며 크게 반발했다.

이후 민주당 내부에선 당원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의장·원내대표 선출에 당원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주말 광주·대전을 차례로 찾아 당원 중심의 정당으로 변모하겠다고 약속하며 시·도당 위원장 선거에서 당원의 참여 비중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당원 권한 강화가 내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국회의원들의 핵심 과제로 선정되면서 당원들의 입김이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부작용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하고 오는 29일 임기를 마치게 되는 우상호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회의장·원내대표 선출에 당원이 참여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당직은 당원이 뽑는 게 맞지만 원내직은 국회의원이 뽑아야 한다"며 "(이는) 민주당이 오랫동안 정착해온 일종의 선출 과정의 룰(규칙)"이라고 했다.

[예산=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재명(앞줄 왼쪽 네 번째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제22대 국회 당선인들이 22일 오후 충남 예산군 스플라스 리솜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05.22.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


당원 권한 강화가 이재명 사당화 논란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추미애 당선인의 국회의장 낙선에 따른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자칫 이 대표 중심의 당체제 정비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개딸로 대표되는 이 대표 지지층이 당원 사이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가운데 당원 권한이 강화되면 이 대표의 당내 입지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될 것이란 의미다.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날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진영의 주장에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을 '수박'이라 부르고 역적·배반자로 여긴다"면서 "대의민주주의의 큰 위기"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당원 득표율은 당선에 5%밖에 기여한 것이 없고 나머지 90~95%는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것 아니겠느냐"며 "건강한 팬덤이 작용해야 하는데 극단적인 진보·보수 팬덤은 상대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쟁의 장에서 배제하고 집중적으로 공격해 정치 본령을 훼손하는 것을 목표로 작동해 안타깝다"고 했다.

4·10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에 반발해 탈당을 택한 한 범야권 인사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민주당 당원 권한 확대는 곧 이재명 대표 중심의 당 체제 장기화에 초석이 될 것"이라며 "대표직을 맡지 않더라도 이 대표 뜻에 따라 당심이 움직이고 당심에 따라 민주당 당론이 좌지우지되는 시스템을 만들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민석 의원이 처음으로 국회의장·원내대표 선거에 당원 의견을 반영하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장경태 의원, 양문석 당선인 등이 차례로 이에 힘을 보태는 메시지를 남겼다. 모두 친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이라며 "치열했던 국회의장 선거부터 추미애 당선인의 낙선과 개딸 중심의 탈당계 제출 그리고 당원 권한 확대 방침에 이르기까지 잘 짜인 계획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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