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금리 인하 시점 불확실성↑…물가 목표 수렴, 시간 더 걸려"(종합)
금통위원 6명 중 1명, 3개월 내 인하 여지 열어둬
(서울=뉴스1) 김유승 김혜지 손승환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금리 인하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그간 금리 인하 시점으로 지목된 7~8월을 불과 두어달 남겨뒀음에도 최근 물가 불확실성은 오히려 확대된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물가가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연 3.50%인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11회 연속 동결하기로 만장일치 의결했다.
이 같은 금리 동결 배경으로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 환율 변동성 확대로 물가 상방 리스크가 커진 데다 지정학 리스크도 지속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현 긴축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4월 이후 물가 전망의 상방 리스크가 커졌기에 물가 목표 수렴에 대한 확신을 갖는 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리 인하 시기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커졌다"며 "따라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현재의 긴축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가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양 측면의 리스크를 종합 점검해, 하반기 이후의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는 것은 물가가 예상 수준으로 가는지를 보고 하겠다는 것이니 하반기에 무조건 (인하)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반기 인하 기대가 있는데 시점이 불확실하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금통위원 6명 중 1명은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나머지 5명은 3개월 뒤에도 연 3.50% 유지를 지지했다.
이는 지난달 금통위 때와 같은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인 정책 방향 예고)다.
이 총재는 "3개월 유지 의견의 이유는 물가 둔화세가 이어질 것이지만 불확실성은 커진 상황이기에 목표 수준 수렴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었고,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의견은 물가 상승 압력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나 내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 상승률도 둔화 추세가 예상되기에 통화정책 파급 시차를 고려하면 선제적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스탠스였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에 대해선 "기계적으로 미국을 따라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지난 한두달간 환율의 변화나 자본의 이동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 통화정책이 환율시장과 자본시장, 국내시장에 주는 영향을 보면서, 궁극적으론 물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면서 (금리 인하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2.1%)보다 0.4%p 큰 폭 상향한 2.5%로 수정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2월 전망과 비교할 때 글로벌 IT경기 호조와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세 등 대외 요인이 0.3%p 상향 조정 요인으로 작용했고, 내수 부진 완화 등 대내 요인도 0.1%p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소비가 예상보다 좋은 게 사실이다. 기존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을 1.6% 정도 생각하다 1.8%로 생각하고 있다"며 "1분기 자료는 좋고, 일시적 요인이 몇가지 있어서 2분기 조정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3, 4분기에 성장해서 올해 1.8% 성장할 것이란 게 저희의 베이스라인(기준선)"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 속보치가 한은의 기존 예상을 상회하며 오차가 발생한 데 대해선 "대외 부분에서 4분의 3정도 놓친 부분이 있다"며 "수출이 생각보다 좋았다. 날씨 탓에 에너지 수입이 줄고 반도체 장비 수입이 감소했으며 내수에선 휴대폰이 출시가 돼 뒤에 있던 소비가 당겨졌다"고 말했다.
다만 "전망에 실패하지 않았냐, 신뢰가 떨어지지 않았냐는 실패론에 대해선 당연히 겸손하게 하겠다"면서도 "전망이란 것은 자연과학이 아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정확성을 갖고 예측하긴 어렵다. 왜 차이가 났고 이로 인해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논의하는 게 중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것과 달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과 같은 2.6%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성장률 전망치를 올렸음에도 물가는 유지한 것은 순수출 증가에도 내수가 물가 상승 압력을 제한하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또 정부의 물가 대책을 고려할 때 물가 예상치 자체를 바꿀 정도로 (견조한 1분기 성장률의 영향이) 크진 않았다"고 말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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