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장례식에 ‘저항의 축’ 지도자 대거 참석···“미국에 죽음을” 구호
22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장례식에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등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이른바 ‘저항의 축’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당국이 임시 공휴일을 선포한 이날 테헤란대학에서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 등 헬기 추락사고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이틀째 엄수됐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장례 예배를 직접 집전했다. 라이시 대통령 사망으로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게 된 모하마드 모크베르 수석 부통령이 예배 도중 흐느끼는 모습도 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군중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장례식에 앞서 군중을 이끌며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선창했다.
이어 그는 “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름으로, 가자지구 저항세력의 이름으로 애도를 표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라이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지지한다는 확고한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레바논 헤즈볼라 2인자 나임 카셈, 예멘 후티 반군 대변인 모하메드 압둘살람, 이라크 인민동원군 지도자 팔리 알파이야드 등 이란이 지원하는 중동지역 무장세력 지도자들도 장례식에 일제히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장례위원장인 모센 만수리 부통령은 약 60개국이 대표단을 파견했다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러시아는 바체슬라프 볼로딘 국가 두마(하원) 의장을 보냈고, 튀르키예와 인도는 부통령을 파견했다. 중국에선 장궈칭 부총리가 장례식에 참석했다. 이밖에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요르단, 쿠웨이트, 시리아 등이 대표단을 파견했다.
희생자들의 시신은 테헤란 남부 아자디 광장으로 운구됐다.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운구 행렬을 뒤따르며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반복해 외쳤다. 이는 이란 내 정치 집회 등에서 자주 쓰이는 구호다.
다만 이날 장례식 참석 인파는 2020년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숨진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추모 행사 때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적었으며, 이는 라이시 대통령이 역대 최저 투표율로 당선된 점을 상기시킨다고 AP통신은 짚었다.
라이시 대통령 시신은 장례 일정 마지막 날인 23일 남호라산주의 비르잔드로 운구됐다가 시아파 최대 성지이자 라이시 대통령의 고향인 마슈하드로 옮겨져 이맘 알리 레자 영묘에 매장될 예정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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