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 괴롭히는 환청, 뇌 속 원인 찾았다

최지현 2024. 5. 2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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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립법무병원 법정신의학연구소서 규명...치료-범죄예방 기여 기대
최근 국립법무병원 법정신의학연구소 연구팀이 조현병의 환청 증상을 유발하는 뇌영역을 규명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클립아트코리아]

대표적 중증질환인 조현병 증상의 원인이 일부 밝혀졌다. 특히 환청 증상 발현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규명돼 향후 조현병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청 증상, 신경전달회로 손상돼 뇌 속 언어기능 오류

국립법무병원 법정신의학연구소 연구팀은 지난 2월 조현병의 환청 증상을 유발하는 뇌영역을 규명했다.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첫 연구 성과다. 환청은 조현병의 핵심 증상으로, 환자의 이상행동과 예후를 악화하는 요소다. 즉, 환청 증상이 심하다면 중증의 조현병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환청 증상을 동반한 조현병 환자의 뇌에서 신경전달회로가 손상돼 언어에 관여하는 영역의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확산 텐서 영상기법'을 활용해 백질의 미세구조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해당 기법은 뇌 안에서 물 분자가 확산(이동)하는 정도를 촬영해 신경회로 손상을 확인하는 검사법이다.

사람의 뇌는 회백질과 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회백질에는 뇌의 신경세포 대부분이 분포되어있고 백질은 여러 부위를 연결하는 신경섬유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환자의 백질 내 궁상다발은 섬유조직 배열이 일정하지 않고 흐트러진 상태였는데, 이는 신경전달경로가 손상되었다는 의미다. 확산 텐서 영상기법을 통해 이들 환자의 백질 궁상다발에서 물 분자가 특정한 방향이 자유롭게(비등방적) 확산하는 모습(분획이방성·FA 감소)을 확인한 탓이다.

반면, 연구팀은 백질 궁상다발을 통해 연결되는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에선 이상을 확인하지 못했다. FA 값의 변화에서 환자군이나 대조군간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 영역은 인간의 뇌에서 언어 기능에 관여한다. 브로카 영역은 뇌의 왼쪽(좌반구) 전두엽(이마엽)에 위치하며 언어와 음성을 생성·제어한다. 베르니케 영역은 뇌의 왼쪽 측두엽에 위치하며 언어와 음성을 인식·해석(감각 입력)한다. 즉, 각각 말을 하고 말을 이해하는 데 기능한다.

따라서, 환청이 있는 조현병 환자는 말을 하고 이해하는 영역의 기능엔 문제가 없었지만, 이들 영역을 연결하는 신경전달회로 내부에서 미세구조가 손상한 상태였다. 이러한 연결통로의 손상 때문에 실재하지 않는 음성을 듣거나 반응하는 환청 증상을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규명 결과가 향후 조현병에 대한 치료 접근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교신저자인 의정부성모병원 이해국 교수는 "조현병의 원인은 복합적이기에 뇌 구조 취약성 등의 원인 요소를 하나하나 밝혀가는 연구가 중요하다"면서 "이번 연구는 조현병 환자를 치료하면 소통 기능과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교수는 "향후 조현병에 대한 생물학적 치료의 효과를 확인하는 지표로서 추가 연구를 진행한다면 치료제 개발 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립법무병원 연구팀이 조현병 증상 발병과 관련이 있다고 규명한 뇌영역 위치와 정상군 및 환청 증상을 동반한 조현병 환자의 FA 수치 비교. 이들 환자군은 정상군과 비교해 백질궁상다발의 FA 수치가 낮았지만, 브로카와 베르니케영역의 FA 값에선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정상군은 33명, 환자군은 35명이었다. 참가자들은 국립법무병원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관리, 감독, 승인 아래 연구윤리를 준수하고 본인 동의에 따라 연구에 참여했다. [자료=«신경정신의학»]

조현병 치료·연구 강화, 범죄 예방 효과 커... "국민 안전 위한 투자"

조현병은 현재도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고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약물과 뇌자극 치료, 사회성 재활교육 등의 행동교정요법 등을 활용한다. 다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될 경우 증상이 악화하며 의도치 않은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 조현병 치료와 연구, 관련 제도 정비가 범죄 예방 측면에서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장은 "조현병에 따른 범죄의 경우 치료만 제때 꾸준히 받는다면 100% 확실하게 관련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조현병 등 정신질환 치료는 환자 개인의 복지뿐 아니라 국민 전체와 사회의 안전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해당 목적을 위해 설립한 국립법무병원을 중심으로 중증 정신질환 치료와 법정신의학 연구 협력, 관련 인프라 구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대 정신질환 전문치료기관 중 하나인 국립법무병원 자체의 역량 강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MRI, CT, 뇌파검사기 등 진단기기와 치료장비 확보를 위해 연 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치료와 연구 전문성을 강화 중이다. 2019년엔 산하에 법정신의학연구소를 새로 설치하고 법정신의학회도 출범해 민간 의료기관 및 전문가들과도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

한편, 해당 연구는 국립법무병원 법정신의학연구소 성명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정진아·송기원 연구원과 영상의학실 정탁종,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가 참여했으며 지난 2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신경정신의학»에 발표됐다.

충남 공주시 소재 국립법무병원 전경. [사진=국립법무병원]

최지현 기자 (jh@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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