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 철학적 경지로 끌어올린 이애주 제자들이 재현하는 ‘법열곡’

임석규 기자 2024. 5. 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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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열, 참된 이치를 깨달았을 때 느끼는 황홀과 열락을 일컫는 불교 용어다.

불교 의식에 '얇은 사 하이얀 고깔' 승무를 접목해 법열의 기쁨을 구현한 춤이 '법열곡'이다.

유홍준 이사장은 "법열곡은 전통춤 그 자체는 아니지만, 한영숙, 이애주 선생이 나름대로 특별하게 시도했던 전통 재창조의 일환"이라며 "제자들이 전통춤의 단순한 복원과 계승을 넘어 재창조와 확장의 길로 들어서 의미가 깊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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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숙, 이애주 잇는 3대 법열곡
불교 의식에 승무 접목
춤꾼 이애주의 제자들로 구성된 ‘이애주 한국전통춤회’ 회원들이 승무를 추고 있다. 이애주문화재단 제공

법열, 참된 이치를 깨달았을 때 느끼는 황홀과 열락을 일컫는 불교 용어다. 불교 의식에 ‘얇은 사 하이얀 고깔’ 승무를 접목해 법열의 기쁨을 구현한 춤이 ‘법열곡’이다. 1971년 벽사 한영숙이 첫선을 보인 이래, 2021년 작고한 춤꾼 이애주로 예술혼이 이어졌다. 1994년 이애주와 송암스님이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펼친 법열곡 공연은 이 춤의 계승을 공식화한 자리였다. ‘이애주 법열곡’ 공연 30돌을 맞아 오는 25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그의 제자들이 스승을 기리는 법열곡을 재현한다.

이애주(1947~2021)는 근대춤을 집대성한 한성준(1874~1941)과 손녀 한영숙(1920~1989)를 계승해 국가무형유산 승무의 명맥을 이은 탁월한 춤꾼이었다. 이애주는 생명이 나고 자라 기운을 쌓아가고 다시 무의 세계로 돌아가는 순환 과정을 춤사위로 담아내 승무에 대한 철학적 해석의 경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1980년대 수많은 집회 현장에서 그가 하얀 소맷자락 휘날리며 춘 ‘시국춤’은 그 시대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남아 있다. 민속학자 임동권(1926~2012)은 1994년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법열곡 공연에 대해 “좋은 춤이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춤이 아니라 스스로 내면의 감춰진 세계를 밖으로 내뿜는 춤이어야 하는데, 이애주의 춤이 그러했다”고 평했다.

춤꾼 이애주가 1994년 서울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법열곡 공연에서 승무를 추고 있다. 이애주문화재단 제공

이번 공연엔 모두 18명의 춤꾼이 무대에 선다. 이애주에게 춤을 직접 배운 제자 11명과 제자의 제자 2명 등 13명과 일운스님 등 국가무형유산 영산재를 전수한 5명의 승려가 출연한다. 일운스님은 영산재 전승교육사이자 30년 전 ‘이애주 법열곡’ 공연에도 출연한 특별한 인연이 있다. 여러 측면에서 이번 공연은 1971년 한영숙 법열곡, 1994년 이애주 법열곡에 이어 3대째 법열곡의 맥을 잇는 자리다.

한국 근대춤을 집대성한 한성준(1874~1941)의 손녀이자 제자 이애주, 정재만에게 국가무형유산 승무의 맥을 계승한 벽사 한영숙(1920~1989). 이애주문화재단 제공

100분 남짓 펼쳐지는 법열곡 공연의 전반부는 불교 작법무, 후반부는 승무로 채워진다. 이애주의 제자들은 바라춤, 나비춤, 법고춤 등 불교 작법무를 스님들과 함께 춘다. 후반부는 한영숙-이애주로 이어진 춤사위를 모두 담은 40분 분량 ‘완판 승무’다. 판소리를 완창하는 것처럼, 긴염불과 도드리, 삼현타령과 굿거리, 법고와 당악 등 다양한 장단에 맞춘 승무 춤사위를 축약하지 않고 관람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승무 이수자인 김연정 예술감독은 “승무는 전통 춤사위와 장단을 융합한 우리 민속춤의 핵심이자 고도의 예술춤이지만 여러 불교춤의 영향과 몸짓이 녹아있다”며 “불교 작법무를 공부하면서 한영숙, 이애주 선생님이 고민하신 자취를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이애주문화재단(이사장 유홍준)이 후원하고, 이애주의 제자들로 구성된 ‘이애주 한국전통춤회’(회장 윤영옥)가 주관한다. 유홍준 이사장은 “법열곡은 전통춤 그 자체는 아니지만, 한영숙, 이애주 선생이 나름대로 특별하게 시도했던 전통 재창조의 일환”이라며 “제자들이 전통춤의 단순한 복원과 계승을 넘어 재창조와 확장의 길로 들어서 의미가 깊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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