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차 이야기할머니 “한복입으니 ‘대비마마’라는 아이들… 내 비타민이죠”

김선영 기자 2024. 5. 2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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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를 듣던 학생이 '할머니, 저는 엄마가 없어요'라며 제 손을 본인 가슴팍에 대는데, 이 손주 같은 아이들을 잘 품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2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 유현초교 돌봄 교실에는 13년째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 중인 최임희(72) 할머니와 초등학생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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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학진흥원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최임희씨
“손주같은 학생들 보며 큰 보람”
그림·촬영 등 가족 동원해 준비
유아교육기관서 옛이야기 수업
3200여명이 8300곳서 활동중

“옛날이야기를 듣던 학생이 ‘할머니, 저는 엄마가 없어요’라며 제 손을 본인 가슴팍에 대는데, 이 손주 같은 아이들을 잘 품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2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 유현초교 돌봄 교실에는 13년째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 중인 최임희(72) 할머니와 초등학생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1학년부터 5학년까지 모인 학생들은 ‘오늘은 어떤 이야기일까. 제목 나와라. 뚝딱!’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최 할머니 수업에 푹 빠졌다.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이 진행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사업’은 전국 유아 교육기관에 노년층을 파견해 유아들에게 옛이야기와 선현들의 미담을 들려주는 사업으로 올해로 16년 차를 맞았다. 현재 할머니 3200여 명이 유아 교육기관 약 8300곳에서 활동 중이다. 이야기 할머니들은 지난해 8월부터 활동 범위를 초등학교까지 넓혀 올해부터 늘봄학교 등과 연계해 초등학교 122곳, 151개 학급에서 옛이야기를 전한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이 밖에도 ‘케이 스토리(K-story)’의 해외 보급 콘텐츠 개발을 진행 중이고, 내년부턴 할아버지를 주체로 한 교육 프로그램 기획과 이야기 할머니 사업의 요양시설 진출에도 나선다.

최 할머니는 60세가 된 2011년부터 ‘사회에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야기 할머니 활동을 시작했다. 매주 2~3번 학교를 찾는 그의 교복은 한복이다. 최 할머니는 “처음에는 수업에 집중하지 않던 아이들이 내가 한복을 입자 ‘대비마마, 어서 오세요’ 하며 맞는 걸 보며 보람을 느꼈다”며 “아이들은 내 삶의 비타민 같은 존재로, 수업하고 오면 한 주 내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야기 할머니 수업은 학교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강은혜 유현초교 돌봄 전담사는 “이야기 할머니 수업이 다른 외부 강사 수업보다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할머니들이 옛날에 쓰던 ‘골무’ ‘복주머니’ 등을 가져와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등 열정적으로 임하시니 다음 학기에 또 모시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최 할머니 수업을 들은 한 유현초교 1학년 학생은 “할머니가 엽전으로 짤랑짤랑 소리를 들려주고 도깨비 흉내를 낼 때 제일 재밌다”고 했다.

최 할머니의 수업 준비에는 온 가족이 동원된다. 그림을 잘 그리는 최 할머니의 남편은 수업 준비를 도와줬고, 코로나19 시기 영상으로 수업해야 할 땐 아들 내외가 촬영과 편집을 맡았다. 새로운 이야기 수업을 준비할 땐 고등학생 손녀에게 시범수업을 한 뒤 피드백을 받는다. 최 할머니는 건강상 이유로 올해를 끝으로 이야기 할머니 활동을 마무리 짓지만, 주변 지인들에게 이야기 할머니 활동에 지원하라고 추천하고 있다. 그는 “관절염과 돌발성 난청이 지병인데, 치료를 제대로 못 받았다”며 “1년 정도 회복에 집중한 뒤 이야기 할머니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교실 복도까지 따라 나온 열혈 학생들은 “할머니, 다음 주에 와서 또 재밌는 이야기 해줘요”라며 최 할머니를 꼭 껴안았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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