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청사부지 청주병원 '정관변경' 충북도-청주시 감정싸움?

박재원 기자 2024. 5. 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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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정관변경 허가는 행정청의 정책적 판단 재량"
도, 자체 규정 고집하며 승인불허…신청사 건립 차질
청주시 신청사 건립 예정지에 있는 청주병원.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청주병원 이전·운영을 위한 정관변경 불허가 충북도-청주시 간 감정싸움으로 번질 우려를 낳고 있다.

도에서 재량을 발휘하면 해결될 문제를 계속해서 자체 규정만 고집한다면 신청사 건립에 차질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시 역시 도정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어서다.

도는 지난 20일 청주병원에서 요구한 의료법인 정관변경을 승인하지 않았다. '충북 의료법인 설립 및 운영기준'에서 정한 의료법인은 개설하는 의료기관에 필요한 토지, 건물 등 기본재산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서다.

청주병원은 시 청사 건립 예정지에 있다가 강제수용되면서 인근 다른 건물에 임차형식으로 임시 병원을 마련했다. 정관변경 승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병원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도에서 불허를 고집하는 근거는 자신들이 2016년 만든 자체 규정이다. 의료법에는 '시설이나 시설을 갖추는 데에 필요한 자금을 보유하여야 한다'는 조항만 있을 뿐 토지나 건물 등의 기본재산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자체 규정이다 보니 충분히 재량권을 발휘하면 문제를 해결할 여지도 있고, 이는 법에서도 인정한다.

한 의료법인이 2019년 도를 상대로 제기한 '의료법인 정관변경 허가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법원은 "정관변경 허가 여부는 행정청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판결했다.

물론 이 소송은 도가 승소했으나 당시 법원은 정관변경 허가 거부처분에서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만 따졌고, 이는 행정청의 재량에 기초한 공익적 판단이라고 인정했다.

대법원도 정관변경 허가 여부는 행정청의 재량에 속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한 사회복지법인이 부산광역시를 상대로 낸 정관변경 허가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대법원은 "정관변경의 허가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정관변경을 허가할 것인지의 여부는 주무관청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했다.

이어 "정관변경 허가를 함에 있어서는 비례의 원칙 및 평등의 원칙에 적합하고 행정처분의 본질적 효력을 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부관을 붙일 수 있다"고도 했다.

똑같이 의료법에 정관변경 허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도가 재량적으로 허가할 수 있고, 또한 예외조항도 둘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청주시 신청사 건립 예정지. 노란색 선 안은 청주병원.

청주병원은 신규 설립 허가를 받아야 하는 병원이 아닌 의료시설을 이전하는 의료법인이다. 시 신청사 건립 예정지에서 강제로 쫓겨나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사실상 공익사업의 희생자나 마찬가지다.

누구보다 이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도가 한시적인 예외 규정 등을 마련하지 않고 기존 잣대만 고수한다면 가혹한 행정행위라는 비난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충북을 의료 불모지로 규정하며 정부에 인프라 확대를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만든 과도한 규제로 있는 병원도 문을 닫게 만드는 자충수도 둘 수 있다.

도 관계자는 "이미 예전부터 기본재산 보유를 충분히 설명했고, 시와 병원 모두 이 규정을 알고 있었다"라며 "기본재산이 없는 한 정관변경 불허는 정당하다"고 했다.

도가 이처럼 재량적 판단 없이 자체 규정만 고집한다면 청주시 역시 깐깐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지사가 어린이날 행사까지 구상할 정도로 공을 들이는 당산터널(옛 충무시설) 용도변경부터 시가 적극성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 도는 당선터널을 문화집회시설로 용도변경하기 위한 절차에 있고 현재 안전문제로 보완지시가 떨어졌다.

청주 지하상가(대현프리몰)를 지하차도로 만들고, 그 위 지상 도로는 공원으로 꾸미는 사업도 시가 아예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 개발공사를 통해 사업계획서가 만들어져 현재 시에 제출돼 검토 단계에 있다.

시는 앞서 2023년부터 시행한 김 지사의 공약인 양육수당과 감사 효도비 등 현금성 복지 사업을 재정 문제로 거부한 적도 있다. 2023년 본예산에 관련 사업비를 한 푼도 편성하지 않으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도내 인구 절반이 밀집한 청주에서 김 지사의 공약 등 도정 사업이 실현되지 않으면 효과는 반감될 수 있어 시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재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청주병원 정관변경 문제로 감정이 골이 깊어지면 시 역시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도와 병원과 협의해 해결 방법을 찾아내 시청사 건립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고 했다.

ppjjww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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