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긴 화장실 밖으로 두 다리가... 학생들이 칸막이 넘어 구했다

최혜승 기자 2024. 5. 2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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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대학교 간호학과 4학년 백지원, 김태훈 학생 / 을지대학교

실습 현장에서 실제 응급환자를 맞닥뜨린 간호학과 학생들이 신속한 대처로 생명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을지대학교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1시 34분쯤 경기도 부천춘의테크노파크 2차에서 한 여성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시 미화원은 화장실 좌변기 칸 아래로 두 다리가 나와있는 모습을 보고선 “화장실에 누군가 쓰러져 있다”며 다급히 외쳤다.

마침 이곳에선 을지대학교 간호학과 4학년생 김태훈·백지원씨가 실습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들은 도움을 구하는 소리를 듣고 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갔다. 문을 두드려봤으나, 환자가 있던 좌변기 칸의 문은 닫힌 상태였다.

김씨는 결국 화장실 옆 칸으로 20~3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쓰러져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는 좌변기를 밟고 칸막이 위 뚫려 있는 공간을 통해 응급환자가 있는 칸으로 넘어갔다. 김씨는 환자를 여러 차례 불러보았지만 대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주변 바닥에는 토사물이 흥건했다. 김씨는 백씨에게 119에 신고하라고 요청한 뒤 맥박과 호흡을 확인했다. 호흡은 거칠었지만 맥박은 다행히 정상이었다.

두 학생은 학교에서 배운 대로 응급환자를 조치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환자의 자세를 편안하게 만들어준 뒤 입 안을 살펴 이물질을 제거했다. 기도가 막히지 않게끔 머리를 측면으로 돌렸다.

그 사이 백씨는 119에 환자의 상태를 알리며 구급대원이 상황을 인지하는 데 도움을 줬다. 다행히 환자는 조금씩 의식을 회복했다. 학생들은 여성이 의식을 잃지 않게끔 화장실 밖으로 데리고 나와 안마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환자는 오후 1시43분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에 무사히 인계됐다. 김씨와 백씨는 이날 실습 프로그램을 참여한 지 닷새째되는 날이었다고 한다.

두 학생은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실습이 큰 도움이 됐다”며 “내년 간호사 국가시험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환자에게 성심을 다하는 훌륭한 간호사가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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