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세계 미술 중심지를 옮긴 예술가 8인 "

2024. 5. 2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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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정승조 아나운서 ■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

미술 애호가이자 후원자로도 잘 알려져 있지요.

그는 음악과 예술의 장벽을 허무는 아티스트입니다.

실제로 유명 미술관과 전시회를 찾아다니는 건 기본이고요.

박수근, 장욱진, 백남준 등 우리나라 거장의 작품들도 소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4년 전인 2020년엔 국립현대미술관에 후원금(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는데요.

RM처럼 경계를 허물며 독보적인 작품으로 세계 미술의 중심지를 옮긴 8인의 전시가 아트홀릭 독자들을 기다립니다.

정승조의 아트홀릭은 인사센트럴뮤지엄 "아메리카 팝아트 거장전"의 '김율희 큐레이터'를 만났습니다.

▮ 정승조의 아트홀릭 독자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아메리칸 팝아트 거장전'의 큐레이터 김율희입니다. 아트홀릭 독자 여러분들 반갑습니다.

▮ '아메리칸 팝아트 거장전'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어떤 전시인가요.

'아메리칸 팝아트 거장전'은 미국 미술의 지평을 바꾸고 세계 미술의 중심지를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긴 미국 팝아트의 대표 작가 여덟 명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입니다.

이 전시는 스페인 컬렉션과 이탈리아 기획사와 함께 기획되었으며, 서울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후 글로벌 투어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 '팝아트', 한마디로 무엇인가요.

로버트 인디애나, LOVE, 1966, 스크린프린트, 86.3×86.3cm

팝아트는 한마디로 '대중문화와 일상생활을 소재로 삼고 상업적인 기술을 도입한 미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몇의 젊은 영국 예술가들로 이루어진 '인디펜던트 그룹(Independent Group)'이 기존의 엘리트주의적 미술에서 탈피하고 당시 물밀듯이 밀려 들어오던 미국의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팝아트를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팝아트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곳은 미국입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일상이 된 대중문화와 소비사회를 예술에 반영하여, 이를 통해 추상표현주의와 모더니즘 이후의 미술을 모색하고자 했던 미국 작가들 역시 팝아트의 초창기를 함께했습니다.

▮ 전시를 자신 있게 선보이는 이유가 있지 싶습니다.

본 전시는 총 여덟 명의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다루고 있는데요. '거장전'이라는 전시 제목에 걸맞게, 각 작가 모두 현대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입니다.

이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이 정도 규모의 전시는 아마 한국에서 다시 찾아 보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 팝아트 작가로 분류되지만, 각 작가의 작품은 한눈에 구별될 정도로 서로 전혀 다릅니다. 이는 팝아트가 여러 가지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본 전시가 관람객들이 팝아트에 대한 선입견을 넘어, 이를 총체적으로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 전시 구성, 어떻게 하셨습니까.

전시 전경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명실공히 미국 팝아트를 대표하는 작가,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앤디 워홀의 섹션입니다.

특징적인 양식이 두드러지는 두 작가의 섹션에는 그들의 대표작은 물론 대중에게 다소 낯선 작품들도 함께 배치하여 작가들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리히텐슈타인과 워홀의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무척 반가우면서도 새로운 전시가 될 것입니다.

두 번째 섹션에는 일상적인 사물과 이미지를 다루면서 미국 팝아트의 포문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재스퍼 존스와 로버트 라우셴버그의 작품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는 팝아트를 말할 때 '만화 그림체', '화려한 색감', '유명 상업 브랜드의 로고' 등을 먼저 떠올리지만, '일상'이라는 키워드는 자주 간과되곤 합니다.

그러나 팝아트의 가장 큰 업적은 삶 속에서 예술을 찾아내고 예술이 삶을 다루도록 하여 둘 간의 경계를 허문 것입니다. 이러한 팝아트의 면모를 두 작가를 함께 배치함으로써 부각하고 싶었습니다.

▮ 나머지 섹션도 궁금합니다.

톰 웨셀만, 담배 피우는 사람 no. 8, 1976, 스크린프린트, 57.8×76.6cm

세 번째 섹션은 로버트 인디애나, 제임스 로젠퀴스트, 짐 다인, 톰 웨셀만의 작품을 다루고 있습니다.

서로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당대 문화를 수용하고 이에 반응한 네 명의 작가는 팝아트가 특정한 양식을 의미하기보다는 삶과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네 번째 섹션인 국내 작가관에서는 현대 한국 작가들이 팝아트를 어떻게 이해하고 내면화하는지를 보여줍니다.

20세기 후반의 미국 팝아트가 현재의 한국 미술계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팝아트가 영국과 미국의 단발적인 미술사적 사건에 그치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주요한 양식으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 관람객들이 사진을 제일 많이 찍어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앤디 워홀, 마릴린, 1967, 실크스크린, 91.4×91.4cm

앤디 워홀의 '마릴린' 연작인 것 같습니다.

'아이콘(icon)'이라는 말은 어떤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이나 사물이라는 의미도 있고, 미술사에서는 성상화(聖像畫)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팝아트와 워홀의 스타일을 상징하는 작품이자 20세기 미국 문화를 대표하는 배우 마릴린 먼로를 대중의 새로운 숭배의 대상에 빗댄 이 작품은 두 가지 의미 모두에서 '아이콘'이라는 단어가 딱 들어맞습니다.

워낙 유명하고 중요한 데다가, 사진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강렬한 색감과 독특한 질감이 있어 실제로 봤을 때 다시 충격을 주기 때문에 관람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작품입니다.

▮ '앤디 워홀'은 어떤 계기로 팝아트를 시작했을까요.

전시 전경

앤디 워홀에게는 늘 화려하고 부유한 아우라가 따라다니지만, 그는 사실 몹시 가난한 동유럽계 노동자 가정 출신입니다. 어릴 적부터 소모성 질환을 앓았고 온갖 건강 문제가 심각하여 영양 상태도 좋지 않아 제대로 학교도 다니지 못했습니다.

워홀은 대신 집에서 어머니가 방에 넣어 준 만화책과 잡지들을 읽고 배우들의 사진을 스크랩하고 수집하면서 일찍부터 대중문화를 접했는데, 훗날 이것이 그가 팝아트 작가가 되는 데에 영향을 미쳤음은 분명합니다.

명성의 본질이나 대중 매체의 영향, 그리고 예술과 소비 문화에 관해 오랜 시간 탐구해 온 워홀의 답이 이 작품('마릴린' 연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먼로가 워홀의 '마릴린'을 통해 불멸화되었다고 하지만, 워홀은 평평한 표면과 단순화된 이미지를 통해 할리우드 스타를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전시에는 10개의 연작이 모두 전시되어 있는데, 워홀이 "똑같은 것을 들여다볼수록 의미는 사라지고, 기분은 좋아지고, 공허해진다"고 말한 것을 되새기며 보신다면 또 다른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율희 큐레이터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로버트 라우셴버그의 '단테의 신곡: 지옥'입니다.

라우셴버그는 사실 커리어 초창기부터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품들을 내놓으며 '앙팡테리블'로 불렸습니다.

학창 시절에 참여한 '연극 작품 1번'은 훗날 행위 예술로 이어지는 첫 '해프닝' 작품이었고요. 추상표현주의의 대가인 빌럼 데 쿠닝의 드로잉을 지우개로 지운 '지워진 데 쿠닝'과 캔버스를 온통 흰색으로 칠해버리는 '흰색 회화', 그리고 회화와 일상적인 오브제를 결합하는 '컴바인 페인팅'은 하나하나가 기념비적인 작품이죠.

▮ '단테의 신곡: 지옥'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로버트 라우셴버그, 단테의 신곡: 지옥 중 제12곡, 1959-60, 리소그래프, 36.8×28.9cm

사실 라우셴버그는 텍사스의 소도시에서 춤과 노래를 금지할 정도로 엄격한 근본주의 기독교 집안에서 정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자랐습니다.

무용과 음악을 무척 사랑했고 난독증을 앓았으며 동성애자이기도 했던 라우셴버그에게 있어 이러한 성장 환경은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라우셴버그가 2년 반을 꼬박 작업한 '신곡: 지옥'의 삽화 속 지옥 풍경에는 그의 고향에서 볼 수 있는 석유 공장의 구조물들이 등장하고, 작가 본인의 신체 이미지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가 단순히 글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전적으로 해석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한 이 작품에서 켄타우로스들은 자동차로,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스포츠 잡지의 인물이나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과 애들레이 스티븐슨 같은 정치인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당대 문화와 정치에 대한 의견을 듬뿍 담아낸 것이죠. 덕분에 이 작품은 당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대중 매체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그림의 재료로 사용하는 것, 즉 예술 작품의 소스를 자연물이 아닌 문화로 확장시킨 것 역시 라우셴버그의 중요한 업적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작품은 작가의 개인사와 당시의 사회, 그리고 미술사적 의미까지 고루 갖추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놓치면 후회할 수도 있는 작품도 있을 텐데요.

재스퍼 존스의 작품들을 소개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쁩니다.

존스는 미국 팝아트의 등장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작가로, 미국에서 20세기 후반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생존 작가입니다.

그는 과녁, 숫자, 깃발, 지도 등 평범하고 일상적인, 그러나 한편으로는 추상표현주의자들이 선호하던 평면적이면서도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소재를 다루었습니다.

그야말로 추상표현주의에서 팝아트로의 다리를 놓았다고 볼 수 있죠.

자기 작품에 대한 의미나 의도에 대해서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아 미술을 대하는 태도가 냉담하고 이지적인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의 '사계: 여름(2쇄)'은 이러한 평가와 궤를 약간 달리하는, 존스의 자전적인 작품입니다.

▮ '사계: 여름(2쇄)'를 시간을 내어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가 있겠지요.

재스퍼 존스, 사계: 여름(2쇄), 1991, 리소그래프, 28×21cm

‘사계’라는 제목은 순환과 인생을 상징하는데, 존스는 이 연작을 통해 자신의 삶과 작가로서의 경력을 재구성했습니다.

작품에는 무성한 나뭇잎과 작은 벌새로 표현된 ‘여름’에 그의 대표작인 '깃발'이 보입니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빗금 패턴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개의 공이 있는 회화'와 '잠망경'도 보입니다.

왼편 상단에 보이는 나무 수레는 피카소의 '암말과 망아지를 옮기는 미노타우루스'에서 온 것이고, 해마 역시도 해당 작품에 등장하는 말의 이미지를 존스가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른쪽 전면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 그림자는 존스 본인의 것인데, 이런 그림자 역시 피카소의 '그림자'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고요.

'모나리자'는 다 빈치 또는 뒤샹으로 추측하는데, 저는 ‘네오 다다’ 작가로 불렸던 존스가 직접 만나 교류했던 뒤샹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빗금 위에 있는 도기들은 존스가 개인적으로 수집했던 도예가 조지 오의 작품들이고요.

이처럼 이 작품은 존스의 작품 세계를 망라하면서 그가 생각하는 미술사 내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보여주기 때문에, 특히 존스에 대해 배경 지식이 있는 분들이라면 더 즐겁게 감상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아트홀릭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 부탁드립니다.

팝아트는 대중과 일상을 주요 소재로 삼는 예술입니다.

스페인 컬렉터와의 대화를 통해 한국인의 1960년대에 대한 기억과 이미지가 미국인이나 유럽인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로 인해 당대의 미국 팝아트에 대한 시선도 각자의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우리만의 시각으로 팝아트를 바라보는 것 역시 그들은 알 수 없는 새로운 시각이지만, 작품을 통해 당대의 삶을 상상하며 전시를 감상한다면 그 또한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준비한 전시인 만큼 많은 분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팝아트를 감상하시면서 일상에서 변화를 느끼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 "아메리카 팝아트 거장전"
- 장소: 안녕인사동 B1 인사센트럴뮤지엄 (~9월 18일 / 추석당일 휴관)
- 관람시간: 오전10시 ~ 오후7시40분 (입장 마감 오후7시)
- 관람료: 유료

정승조 아나운서 /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방송인으로 CJB 청주방송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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