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스토크 올해의 선수' 배준호 "흥민이형이 '아는 형' 됐으면, 다음 시즌 10골 넣고 빅리그 가고파"

박찬준 2024. 5. 2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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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캡처=스토크시티 SNS
사진캡처=스토크시티 SNS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흥민이형을 '아는 형'이라고 하고 싶어요."

'초신성' 배준호(21·스토크시티)의 미소였다. 배준호는 지난해 여름 대전하나시티즌을 떠나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스토크시티로 이적했다. 적응기는 없었다. 38경기에 나서 2골-5도움을 기록했다. 배준호는 스토크시티 팬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에 뽑혔다. '한국의 왕'이라는 응원가까지 만들어졌다. 약관의 배준호는 유럽 진출 첫 해부터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냈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배준호는 "운이 좋았다. 적응기간도 짧았고, 나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이어 "팬들의 응원가를 들으면 짜릿하고 흥분된다. 사실 처음에 들었을 때 내 응원가인지도 몰랐다. 배준호라는 말을 알아듣고 알았다. 확실히 팬들이 힘을 주니까 경기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무엇보다 스토크시티는 기술보다 힘을 앞세운 '남자의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배준호는 "그런 이미지에 대해 잘 알았다. 막상 가니까 생각한 것과 많이 달랐다. 실제로 해보니까 전술적으로 짜임새가 있었다"고 했다. 실력으로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는 "막상 해보니까 1대1은 내가 이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결국 외적인 부분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중요했다. 일단 성격부터 바꿨다. 배준호는 "원래 내성적이다. 처음 K리그에 갔을 때도 힘들었다. 하지만 여기는 유럽이고, 나는 외국인 신분이다. 어떻게든 적응해야 했다.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갔다"고 했다. 영어에도 신경을 썼다. 배준호는 "형들이 그렇게 언어 공부 하라고 했는데 안 한게 후회가 된다. 막상 와보니까 영어가 정말 중요하더라. 심지어 감독이 리버풀 사람이다. 하루에 영국 선생님, 한국 선생님, 두분에게 과외를 받는다. 말하는건 아직 어렵지만 듣는 거는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피지컬적으로도 많은 공을 들였다. 배준호는 "챔피언십이 쉬운 리그가 아니다. 피지컬적으로 강한 리그라 처음에 몸싸움할 때는 벽에 부딪히는 것 같았다. 훈련을 하면서 끌어올렸다. 내 장점을 유지하면서 피지컬적으로 올린게 통했다"고 했다. 스타일에도 변화를 줬다. 슈팅보다 패스를 선호하던 배준호지만, 조금씩 욕심을 냈다. 그는 "이타적인게 내 장점이지만, 너무 지나치면 단점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 물론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노력했다"고 했다.

사진캡처=스토크시티 SNS
사진캡처=스토크시티 SNS

노력은 금방 결실로 이어졌다. 배준호의 실력을 인정한 감독과 동료들은 그를 중심으로 플레이를 펼쳤다. 자신감이 생긴 배준호는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배준호는 "믿음이 생기다보니 동료들이 더 잘해주고, 나 역시 내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했다"면서 "감독도 내가 잘하는 플레이를 봐주시고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해줬다. 후반기로 갈수록 즐기면서 했다"고 웃었다.

경기장 밖에서는 단조로운 생활을 보냈다. 그는 "한국에서는 친구들이랑 카페도 가고 했는데, 여기서는 혼자 있는다. 훈련하고, 영어 과외하고, 밥 먹으면 하루가 후딱 간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상관없다"고 했다.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식사다. 그는 "다행히 가리는 음식이 없다. 그래도 한식을 좋아해서 내가 직접 요리를 해 먹고 있다. 장도 직접 보고 주부의 생활을 하고 있다. 이번에 다시 들어가면 한국 소스를 많이 챙겨갈 계획"이라고 했다. 물론 K리그, 특히 대전 경기는 빼놓지 않고 보려고 한다. 배준호는 "지금 대전이 힘든 시기를 보내지만 반드시 올라갈 것"이라며 "한국에 돌아가면 무조건 대전에 갈 것"이라고 했다.

영국에서 뛰다보니 새삼 손흥민의 위용에 감탄하고 있다. 그는 "동료들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자주 본다. 흥민이형 이야기를 엄청 한다. 토트넘 경기 영상이 나오면 '너도 손(SON)처럼 해봐'라고 동료들이 이야기 한다"며 "아직 만나본 적이 없다. 선수들 앞에서 '아는 형'이라고 친한 척 하고 싶은데, 아직 기회가 없다"고 미소지었다. 손흥민을 만나는 가장 빠른 길은 A대표팀 차출이다. 그는 "내 목표가 A대표팀이다. 그걸 바라보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 꾸준히 잘하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1년을 보낸 배준호는 몸도, 마음도 커져 있었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되는 다음 시즌이다. 배준호는 6월말 영국으로 돌아가 프리시즌에 돌입한다. 그는 "많이 배웠고, 성장한 시즌이었다. 그래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됐다. 다음 시즌 목표는 10골이다. 좋은 경기를 많이 하고 싶다. 최종적으로는 빅리그에서 뛰고 싶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 날을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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