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한 고물가에 기준금리 11연속 동결… 올해 성장률 2.5%로 상향(종합)

박슬기 기자 2024. 5. 2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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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3.5% 동결
올해 성장률 2.1→2.5%… 0.4%p↑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2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진행된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사진=머니S 임한별 기자
한국은행이 23일 기준금리를 3.50%로 11차례 연속 동결하며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2%대로 둔화했지만 국제유가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금리를 성급하게 내리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5.25∼5.50%)과의 금리 역전 차가 역대 최대인 2%포인트까지 벌어진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도 뒤로 밀리고 있어 한은이 환율 불안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 등을 감수하고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낮출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작년 1월부터 기준금리 3.5% 지속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동결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1.25→0.75%) 낮추는 '빅컷'에 나선 바 있다. 이어 같은 해 5월 한은은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를 0.50%까지 낮췄다.

이후 9차례의 동결을 거친 뒤 2021년 8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통화 정책을 긴축 기조로 전환했다.

이어 한은은 같은 해 11월, 2022년 1·4·5·7·8·10·11월, 지난해 1월까지 총 0.25%포인트씩 8차례, 0.50%포인트씩 2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3.50%까지 끌어올렸다.

한은의 이러한 금리 인상 기조는 지난해 2월 동결로 중단되면서 지난해 1월부터 이달까지 3.50%의 기준금리가 1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물가 불안 여전… 라스트마일 리스크 경계


한은 금통위가 11차례 연속 동결 결정을 내린 것은 무엇보다 한은 통화 정책의 제1 목표인 물가 안정 측면에서 목표치인 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아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3.1%)과 3월(3.1%) 2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다가 4월(2.9%) 3개월 만에 2%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10.6% 올라 상승세가 여전히 가파르다. 특히 사과의 배 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80.8%, 102.9% 올랐으며 지난달 배 가격 상승률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석유류 가격 상승 폭은 3월 1.2%에서 4월 1.3%로 확대됐다. 1360원대를 지속하는 원/달러 환율이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43.68(2020=100)로 전월(138.31)대비 43.9% 올랐는데 이는 지난해 8월(4.1%)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를 중심으로 둔화하겠지만, 유가 추이나 농산물 가격 강세 기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2%p 한·미 금리 역전차도 감안


이처럼 불안한 물가 흐름이 동결의 주요 근거로 지목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계속 뒤로 밀리는 점도 한은이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리는 데 주효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이 22일(현지 시각) 공개한 지난달 30일~지난 1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회의 참가자들은 "인플레이션은 작년에 비해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 몇 달간 위원회의 2%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향한 추가적인 진전이 부족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연준 위원들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고금리 장기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연준이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을 얻기까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해석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시장 참여자들이 보는 연준의 6월, 7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각각 98.5%, 82.5%에 달한다. 이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51.4%다.

한은과 미 연준 모두 라스트마일 리스크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라스트마일은 마라톤에서 최종 결승선 직전의 1~2마일 구간을 말한다. 통상 금융권에선 2%의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로 쓰인다.

라스트마일 리스크는 인플레이션 이후 물가 상승률이 점차 줄면서 물가가 안정된 것으로 판단해 중앙은행이 빠르게 금리를 내렸지만 물가가 다시 오르며 인플레이션이 다시 발생하는 위험성을 말한다.

연준은 과거에 금리를 성급하게 내렸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는 만큼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가계빚 증가세 여전, 성장률 전망치 16개월 만에 상향


여전히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 문제도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8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1885조4000억원)보다 2조5000억원 줄었지만 가계빚 둔화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주택시장 회복 가능성 등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다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4조1000억원 들었다. 지난 2월과 3월에는 각각 1조9000억원, 4조9000억원 줄며 2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3개월 만에 다시 상승 전환했다.

더구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3% 올라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경기 부양을 고려한 금리 인하' 명분이 줄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 2.1%에서 2.5%로 상향했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6%로 유지했다.

앞서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22년 11월 2.3%로 제시한 이후 지난해 2월 2.4%로 높였다. 이어 같은 해 5월과 8월, 11월 0.1%포인트씩 내려 2.1%까지 낮춘 뒤 올 2월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올려잡은 것이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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