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인상, 결국 하반기로…관건은 미국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은 제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를 3.50%로 묶어뒀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11개월째 2.00%포인트(p)를 유지하고 있다.

금통위는 지난해 2월부터 1년 넘게 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 상황을 관망해왔다. 고물가 지속 등과 같은 국내 경제 여건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지연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수준으로 묶어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2.9%를 기록했다. 올해 2월(3.1%)과 3월(3.1%)에 3%대를 유지하다가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2%)를 여전히 크게 상회하고 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2일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둔화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나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양상에 따른 유가 추이, 농산물가격 강세 지속기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 연준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도 한은의 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위원들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에 관한 불확실성에 주목했다"며 "최근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로 지속적으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시장의 예상을 웃돈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기 대비 1.3%)도 한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을 부었다. 경기가 생각보다 좋은데 금리를 너무 빨리 내리면 수요측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날 한은은 수정경제전망을 내놓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5%로 0.4%p 올렸다.

관심은 금리 동결 이후 열리는 이창용 총재의 기자간담회에 쏠리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2일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과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 환율과 국제유가 상승 등을 언급하며 금리 인하 시점의 '원점 재검토' 필요성을 거론한 바 있다.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한 소수 의견이 나왔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