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Lab] 노후 준비, 먼 듯 가까운 역설적 현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2024. 5. 2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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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부부의 재무설계 2편
초고령 사회 진입하는 한국
노후 준비에 더더욱 신경 써야
국민연금만으론 생활 힘들어
저축의 40% 수준까지 늘려야

은퇴 후 삶을 상상해 보라. 65세에 정년퇴직을 하더라도 당신은 앞으로 40~50년을 직장 없이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살 수 있는 준비를 해놨는가.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자녀 양육비, 내집 마련도 중요하지만 다가오는 노후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멀지만 가까운 이야기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노후 대비를 전혀 하지 않은 한 부부에게 조언을 건넸다.

40대에겐 미래를 현명하게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는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넣고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을 좋아한다(I like put ting all my eggs in one basket and watching the basket very carefully.)". 30년간 연평균 30%의 투자수익을 올린 전설적인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2014년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초청 강연에서 한 말이다.

보통 재테크를 배울 때 많은 전문가들이 '분산투자를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드러켄밀러는 정반대 개념인 집중투자를 실천한 셈인데, 여기엔 이유가 있다. 드러켄밀러는 "부를 유지하려면 분산투자를 해야 하지만, 부를 쌓으려면 집중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리스크 없이 부를 창조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돈을 불리려면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모두가 드러켄밀러처럼 '강심장'으로 살지는 못한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황희준(가명·44)씨와 박희영(가명·41)씨 부부도 그랬다. 부부는 취업 후 20년간을 '노 리스크(No Risk)' 전략으로 살아왔다. 예금과 적금으로만 돈을 모았다. 그 결과, 얼마 전에 가진 돈과 주택담보대출(잔여금 1억3000만원)을 더해 자가 빌라(시세 3억1000만원)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이랬던 부부가 고민에 빠진 건 부부의 지인들 중 몇몇이 '재테크 대박'을 내면서다. 암호화폐, 부동산 등에 올인한 지인들은 원금의 2~3배를 벌었고, "한방에 노후 준비를 끝냈다"며 부부에게 자랑을 늘어놨다. 부부는 자신들이 잘못된 삶을 살아온 게 아닌지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해야 하나 싶어 필자에게 조언을 구했다.

지난 1차 상담 때 살펴본 부부의 가계부 상황은 이렇다. 둘 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부부는 남편이 350만원, 아내가 240만원을 벌어 매월 590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437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35만원, 금융성 상품 110만원 등 582만원이다. 매월 8만원씩 생기는 여유자금은 부부 용돈을 85만원에서 50만원으로 35만원 줄인 덕분에 43만원으로 늘었다. 자산은 앞서 언급한 자가 빌라와 현금 1200만원이 전부다.

부부의 재무목표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12살인 딸의 양육비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후를 탄탄하게 대비하는 것이다. 관건은 자녀 양육비 마련과 노후 준비, 두 재무 목표의 비중을 어떻게 안배하느냐다. 많은 상담자가 노후 대비를 두곤 별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더 큰 집으로 이사하거나 자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는 등 비교적 빨리 다가오는 재무 이벤트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한국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 중이다. 자녀 양육만큼이나 노후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한국은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100세 시대'란 말도 이젠 놀랍지 않다. 이 말대로라면 65세에 정년퇴직을 한 이후로 적어도 40년은 더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기에 노후 준비는 아무리 빨라도 늦지 않고, 능력이 허락하는 한 다양한 방식으로 준비해야 한다.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만으론 노후 생활비를 모두 충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부부에게 노후 준비 비중을 전체 저축액의 40% 수준까지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부부가 노후 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월 60만~70만원가량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고, 부부도 필자의 생각에 동의했다.

노후 대비 비중을 늘린 만큼 더 많은 여유자금이 필요한 상황이기에 2차 상담에선 여유자금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먼저 월 137만원씩 쓰는 식비·생활비부터 줄여보자. 부부는 여느 맞벌이 가정처럼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는다. 남는 음식은 모조리 냉동실로 직행하는데, 그 이후에 손을 잘 대지 않아 냉동실이 꽉 차곤 한다.

번거롭더라도 부부는 일주일 단위로 식단을 짜고 그에 맞춰 생활해 보기로 했다. 주말의 대부분을 외식으로 해결하던 식습관도 고치기로 했다. 배달음식도 일주일에 한번만 먹기로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부부는 식비를 137만원에서 80만원으로 57만원 줄였다.

휴대전화 요금제가 포함된 통신비(18만원)도 약간 줄이기로 했다. 부부는 가격이 저렴한 알뜰폰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데이터가 잘 안 터지는 지역이 많을 것이란 우려에서인데, 그렇지 않다. 알뜰폰은 이동통신사의 기지국을 빌려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서비스 품질이 나쁘지 않다.

그래도 부부의 의견을 존중해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대신, 요금제 변경과 결합상품으로 지출을 줄여보기로 했다. 부부의 월 데이터 이용료를 파악해 그에 맞는 수준으로 요금제를 낮췄고, 유선 인터넷과 IPTV 등을 결합으로 묶어 할인을 받았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이런 과정을 거쳐 부부의 통신비는 18만원에서 12만원으로 6만원 줄었다. 마지막으로 교통비·유류비(56만원)도 손봤다. 출근 때 자차 대신 대중교통 이용 횟수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비용이 56만원에서 46만원으로 10만원 줄었다.

일단 1차 지출 줄이기가 끝났다. 부부는 식비 57만원(137만→80만원), 통신비 6만원(18만→12만원), 교통비·유류비 10만원(56만→46만원)등 73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여유자금도 43만원에서 116만원으로 불어났다. 보험료, 비정기지출 등 나머지 항목을 어떻게 줄였는지는 다음 시간에 계속 설명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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