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에 지지율 열세···수낵의 조기총선 '도박'은 성공할까

송주희 기자 2024. 5. 2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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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4일 조기총선" 깜짝 발표
경제지표 호전에 승부수 던져
당내 "대담" VS "미쳤냐" 갈려
"막다른길 총리의 마지막 도박"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총리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조기 총선 계획을 밝히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서울경제]

리시 수낵 총리가 오는 7월 4일 차기 정부를 결정할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집권 보수당 지지율이 노동당에 20%포인트 열세를 보이는 가운데 수낵 총리는 차츰 회복돼 가는 경제를 앞세워 ‘도박’ 수준의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수낵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총리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한 깜짝 연설에서 “영국이 미래를 선택할 순간”이라며 7월 4일 총선을 치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수낵 총리는 이날 찰스 3세 국왕과 만나 다음 총선을 위한 의회 해산을 요청했고 찰스 3세가 이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다음 총선은 내년 1월 28일까지만 치러지면 되지만, 총리가 이에 앞서 조기 총선을 발표할 수 있다. 지난 총선은 보리스 존슨 총리 때인 2019년 12월 치러졌다.

그동안 수낵 총리는 총선이 올해 하반기 치러질 것이라고 언급해 왔으나 구체적인 날짜는 제시하지 않았고, 가을(10∼11월)이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가을→7월 ‘깜짝 발표'에 “도박” 평가

수낵 총리의 조기 총선 발표를 두고는 ‘도박’, ‘베팅’과 같은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집권 보수당의 지지율이 최근 제1야당인 노동당에 20%P 이상 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당 지지율은 지난 19일 레드필드·윌턴 조사에서 노동당 45%, 보수당 23%였으며 다음으로는 극우 성향의 영국개혁당 12%, 중도 성향 자유민주당 10%, 진보 성향 녹색당 5% 순이었다. 총선 전초전으로 평가 받은 지난 2일 지방선거에서도 노동당이 보수당에 압승을 거뒀다. 그런데도 조기 총선을 발표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19를 거치며 어려움을 겪은 영국 경제가 차츰 회복세를 보이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낵 총리가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과 논의에서 올가을까지 기다리는 것이 경기 부양과 관련해 득이 되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전망이 추후 없을 수 있다는 판단에 ‘도박’에 나서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을 발표한 뒤 런던에서 열린 보수당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野에 지지율 열세지만, 경제 지표 호전이 기회?

영국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연속 마이너스 경제 성장률로 기술적 경기 침체에 빠졌다가 올해 1분기 플러스로 전환했다. 이날 발표된 4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021년 7월 이후 최저인 2.3%로 중앙은행 잉글랜드은행(BOE)의 목표치(2%)에 근접했다. 수낵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가 힘겹게 얻어낸 경제적 안정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수 있는 건 내가 이끄는 보수당 정부뿐”이라며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보호를 여러분께 제공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해낸 성취, 대담한 행동이 자랑스럽고 장래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자신감이 있다”며 “이제 문제는 여러분이 가족과 나라에 안전한 미래를 위해 누굴 믿느냐”라고 강조했다. 최근 러시아와 이란, 북한,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의 밀착 속 안보 위협을 강조하면서 2030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도 밝혔다.

영국 정당 지지율 설문 결과/5월 19일 기준, 레드필드&윌턴
당내서도 “대담” VS “미쳤다" 갈려

이날 수낵 총리의 기자회견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극비에 부쳐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 내에서도 파장이 일었다. 지지 세력들은 “용기와 대담함”을 치켜세웠지만, 일부 의원들은 “미쳤다”는 과격한 표현을 써가며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번 발표가 인기가 더 떨어지기 전에 총선을 치르겠다는 뜻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노팅엄대학교의 스티븐 필딩 명예교수는 블룸버그통신에 “여론조사가 보여주듯 영국 유권자들은 보수당의 말을 듣고 있지 않다”며 “어떤 면에서는 조기 총선이 (보수당이) 긍정적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총리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조기 총선 계획을 밝힌 뒤 관저로 들어가고 있다./신화 연합뉴스
“수낵 경력에서 가장 큰 도박"

한편 현지 언론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막막한 영국 총리의 마지막 도박’이란 칼럼에서 “경제 전망이 개선됐지만, 이는 아직 국민의 행복감을 충족시킬 정도는 아니”라며 “이번 도박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날 연설 때) 수낵을 적신 비는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한 불길한 전조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BBC도 “총리는 이번에 발표된 인플레 수치와 예상보다 강한 경기 침체 탈출에 힘입어 선거를 치르기로 했는데, 이처럼 경제에 선거를 거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고 비판했으며 텔레그래프 역시 “수낵이 그의 경력에서 가장 큰 도박을 했다”며 “보수당과 국가의 미래가 희박한 희소식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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