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스템으로 2㎜ 이하 흠까지 체크… 안전·품질 두 토끼 잡는다[AI 혁명, 현장을 가다]

최지영 기자 2024. 5. 2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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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혁명, 현장을 가다 - (5) 포스코
슬래브 표면 검사하는 ‘DIS’
결함 발견 정확도 100% 수준
일일이 눈으로 찾던 수고 덜고
고온 접촉 인한 사고까지 차단
‘포스프레임’에 데이터 축적
향후 기술 업그레이드에 활용
지난 20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강부 제3연주공장 내 사무실에서 포스코 직원이 인공지능(AI) 표면 결함 검출 시스템 ‘DIS’가 촬영한 사진을 보며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 표면에 난 결함을 확인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스카핑(scarfing·슬래브 표면의 불순물, 흠집 등을 매끄럽게 제거하는 공정)’ 작업을 하고 있는 근로자의 모습. 박윤슬 기자

포항=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사람이 ‘슬래브(slab·자동차나 배 등을 만드는 철강재의 반제품)’ 겉면에 난 흠집 100개 중 95개를 잡아낼 수 있다면 인공지능(AI)은 그보다 정확하게 결함을 파악해낼 수 있습니다. 사실상 모든 결함을 다 잡아낼 수 있는 셈이죠.”

지난 20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강부 제3연주공장. 철을 녹여 가공해 만들어진 슬래브 1개가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공정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제철소 소속 한 직원은 공장 내 사무실에 설치된 모니터 화면을 보며 막 생산돼 예열이 끝난 후 ‘스카핑’(고온의 불꽃을 사용해 겉면에 난 흠집,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 작업을 거친 슬래브 표면에 흠집이 난 부분이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었다. 모니터 화면에는 포스코가 개발한 AI 표면결함 검출 시스템인 ‘DIS’(Defect Inspection System·결함 검사 시스템)가 촬영한 슬래브 겉면 곳곳의 결함이 붉은색 사각형으로 표시돼 있었다. 이 직원은 “흠집이 있으니 제거하고 다음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결함 제거 작업 여부를 결정했다. 이후 흠집이 난 슬래브는 자연스럽게 ‘그라인딩’(숫돌 등을 돌려 철강 표면의 흠, 결함을 없애는 작업) 공정으로 이동했다. 이날 기자와 만난 직원은 “예전에는 슬래브가 만들어지면 사무실에 있다가 공정 근처까지 가서 제품 표면을 눈으로 확인하며 일일이 ‘크랙’(흠)을 찾아내야 해 작업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는데 지금은 컴퓨터 화면을 보며 어디에 결함이 있는지 쉽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철강업계 1위인 포스코는 지난 2018년 포항 및 광양제철소 제강부와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AI 로봇융합연구소가 협업해 개발한 ‘DIS’를 공정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모든 슬래브는 제철소에서 최종 제품을 만드는 각 제품 공장으로 이송되기 전 품질 검사 과정을 거친다. 슬래브 표면에 불순물이 남아 있거나 흠집이 발생해 표면 결함이 생기게 되면 완성품의 품질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표면 결함은 대부분 길이가 2㎜에 불과할 정도로 작아 발견하기 쉽지 않지만, ‘DIS’는 슬래브 표면의 미세한 흠집을 스스로 찾아 작업자들에게 결함 여부를 자동으로 알려준다. 작업자는 스스로 확인하지 못한 결함이 없는지 걱정할 필요가 없어 추가적인 결함 제거작업 여부만 결정하면 된다.

또 이전에는 표면 결함을 하나하나 확인할 때 영상을 판독하는 과정에서 눈의 피로도가 누적되는 한편 작업자가 슬래브 표면을 직접 보기 위해 공정 근처에 다가가야 했기 때문에 슬래브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을 견디는 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물리적 위험과 부담이 크게 줄었다. 배호문 AI로봇융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DIS’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이 슬래브의 결함을 육안으로 찾아낼 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 ‘제품의 품질 보증’과 ‘작업자의 안전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지환 포항제철소 제강부 제3연주공장 주임은 “작업자는 AI 기술 적용에 따라 줄어든 작업 시간을 다른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동시에 슬래브 표면 결함 발생 가능성을 줄여 후공정 제품의 품질을 향상하고, 불량 발생 가능성을 낮춰 원가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DIS’는 슬래브의 상태, 공장별 자주 발생하는 결함의 종류 등 각종 정보를 모아 조업 조건과 결함 발생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이를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 체계로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기술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포스코가 ‘DIS’ 개발에 적용한 개념인 ‘머신비전’은 인간의 시각과 판단 능력을 카메라, 센서, AI 등으로 대체하는 기술을 뜻하는 말이다.

포스코는 철강 조업 과정에서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를 ‘머신비전’의 기계 학습에 활용해 AI 결함 검출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현재 ‘DIS’의 기술 수준은 슬래브의 온도, 냉각수 자국의 유무, 결함의 색과 크기 등에 상관없이 결함 여부와 유형을 정확히 판단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포스코는 그룹 고유의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인 ‘포스프레임(PosFrame)’에 각종 결함 데이터를 축적해 향후 품질 개선과 기술 발전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포스코가 ‘DIS’를 도입한 후 최근까지 수집한 결함 관련 미가공 데이터(raw data) 총 1000만 건 중 AI가 유의미하게 결함 정보를 확인하는 학습 과정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약 30만 건에 달한다고 한다.

포스코그룹은 앞으로 ‘DIS’를 포항제철소 STS제강부 등 유사한 현장에 확대 적용해 나가는 한편, 운영 결과와 작업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슬래브뿐만 아니라 철강 완제품 분야에서도 ‘꿈의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 제작후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SK, 포스코, 롯데, 한화, 이마트, KT, CJ, 대한항공, 카카오,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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