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보다 일 덜하는데…”라고 했던 롯데 박세웅, 시즌 첫 8이닝 역투로 초과 근무 “팀이 일어날 수 있는 힘 생겨”

김하진 기자 2024. 5. 2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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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KIA전에서 선발 등판한 롯데 박세웅. 롯데 자이언츠 제공



최하위 롯데가 1위 KIA를 이틀 연속 이겼다.

롯데는 2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4-2로 승리하며 주중 3연전 중 위닝시리즈를 작성했다.

팀 타율 1위인 KIA에게 단 2점만 내주면서 이길 수 있었던 건 선발 투수 박세웅의 역투 덕분이었다.

박세웅은 8이닝 4안타 1볼넷 2삼진 1실점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박세웅이 8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덕분에 마무리 김원중 한 명으로도 충분히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올시즌 최고의 투구였다. 이번 시즌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박세웅이 8이닝을 소화한 건 지난해 6월23일 LG전 이후 거의 1년 만이었다. 최고 149㎞의 직구는 물론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 등을 섞어 KIA 타선을 침착하게 막았다. 시즌 5승째(3패)를 올리며 이 부문 리그 공동 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 22일 KIA전에서 선발 등판한 롯데 박세웅. 롯데 자이언츠 제공



박세웅이 이렇게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던 건 책임감 덕분이었다.

그는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 16일 수원 KT전에서 6이닝 4안타 1볼넷 1사구 6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4연패 탈출을 이끈 뒤 선발 투수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박세웅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마음대로 공 던지는 일 밖에 없다”면서 “나는 일주일에 한 번 나가서 던지는데 매일 나가는 야수들보다 일을 덜 하니까 경기를 책임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선발 투수는 많아야 일주일에 두 번 등판한다.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선발 투수는 대개 5일 휴식 후 등판한다. 물론 다음 등판을 준비하는 시간 동안 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박세웅 말대로라면 선발 투수는 그라운드에 있는 시간으로 따졌을 때 야수들에 비해서는 한참 적은 시간 동안 ‘근무’를 한다. 선발 투수는 나갔을 때 확실하게 승리를 할 수 있는 투구를 펼쳐야한다는게 박세웅의 생각이다.

박세웅은 지난 시즌을 거치면서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2022년 시즌을 마치고 구단의 첫 다년 계약 선수로 5년 총액 90억원에 도장을 찍었던 박세웅은 지난해에는 고대하던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이끌었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뛴 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규시즌 27경기 9승7패 평균자책 3.45로 롯데 에이스로서의 활약도 이어갔다.

지난 22일 KIA전에서 선발 등판한 롯데 박세웅. 롯데 자이언츠 제공



군 문제를 해결하면서 한시름 덜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박세웅은 이번 시즌에도 ‘올인’해야한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면서 팀 성적에 대한 책임감도 더 커졌다. 그는 “이제는 팀이 더 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들이 든다”라며 “선발 투수가 경기를 만들어가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잘 던지든, 못 던지든 마운드에서 오래 설 수 있고 최대한 긴 이닝을 던지는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개막 후 한 달 동안은 6경기 3승2패 평균자책 4.78로 잠시 들쑥날쑥한 피칭을 보였다. 시즌 두번째 등판인 3월30일 NC전에서는 3.1이닝만에 조기 강판됐고 4월12일 키움전에서도 4이닝 7실점(6자책)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오기도 했다.

그러나 5월 들어서는 4경기 2승1패 평균자책 2.10으로 말 그대로 ‘안경 에이스’다운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22일 KIA전에서는 완투도 기대해볼 수 있었다. 8회까지 투구수가 87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박세웅은 “8회 투구 하고 마운드 내려오면서 주형광 투수 코치님이 ‘세이브 상황이면 마무리가 나가고 점수가 나면 네가 계속 던진다’고 이야기하셨다”며 “사실 완봉이었으면 조금 더 욕심이 났을 수도 있지만 완투였어서 (불펜)투수를 아꼈다는 거에 의의를 둔다. 마무리 원중이 형이 잘 막는 투수라 걱정은 없었다”고 했다.

자신의 호투를 야수들의 공으로 돌렸다. 박세웅은 “야수가 좋은 수비를 많이 해줘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 삼진이 2개밖에 안 됐는데 땅볼과 뜬공이 많이 나오면서 야수들에게도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롯데는 22일 현재 5월 9승1무6패 승률 0.600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0개 구단 중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공동 8위권인 한화와 키움과는 0.5경기 차이로 그토록 바라던 탈꼴찌도 눈앞에 뒀다.

박세웅은 달라진 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선수들끼리 많이 끈끈해지고 하나가 된다는 게 더 많이 느껴진다”며 “그렇다보니 팀이 힘들 때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아쉽게 졌던 경기들이 이기는 경기가 되고 팽팽한 경기들의 흐름이 저희 쪽으로 확 넘어온다. 그래서 이기는 경기가 조금씩 나오지 않나 생각이 든다”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지난 22일 KIA전에서 선발 등판한 롯데 박세웅.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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