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궁극의 만두…처음엔 원가 절감, 나중엔 예술혼까지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5. 2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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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중식삼림(中食森林) ⑥] 하가우

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딤섬 만두 하가우는 평소 먹는 만두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일단 껍질부터 다르다. 밀가루가 아닌 전분 반죽으로 투명하면서 식감은 쫀득쫀득하다. 소 또한 고기와 채소를 다진 여느 만두소와는 달리 통새우가 들어있다.
하가우. 출처 : 바이두


하가우는 어떤 음식일까? 이름 속에 대부분 설명이 다 들어있다. 한자로 새우 하(蝦), 만두 교(餃) 자를 써서 우리말로는 하교(蝦餃), 중국 표준어 발음으로 샤자오인데 세상에는 광둥어인 하가우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정리하면 새우만두라는 뜻이고 광둥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광둥성에서 생겨나 퍼진 음식이다.

하가우는 만두치고는 역사가 짧은 편이다. 1920~30년대 광동성 광저우시 부근 오봉향(五鳳鄕)이라는 마을의 한 음식점에서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니 세상에 나온 지 불과 100년 남짓밖에 안 됐다. 하지만 그 속에 한계를 뛰어넘어 도약하기 위한 핵심 요소가 다 녹아있다.

광저우 주강. 출처 : 바이두


먼저 오봉향은 광주를 지나 홍콩으로 흘러 들어가는 주강(珠江) 연안에 위치한 어촌마을이었다. 바다와 강이 교차하는 지역인 만큼 새우를 포함해 갖가지 생선이 많이 잡혔다.

바닷가 마을에서는 해산물이 고기보다 훨씬 흔하다. 신선한 새우가 넘쳐나다 보니 오봉향 음식점의 주방장이 재료비도 아낄 겸 새우를 다져 고기와 섞어 만두를 빚었다. 이때의 하가우는 다른 만두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차이라면 만두소로 새우가 들어갔다는 것과 만두피를 밀가루 아닌 쌀가루 혹은 찹쌀가루 반죽으로 빚었다는 점이다. 밀이 흔치 않은 광둥 지방이었기에 동남아에서 쌀국수가 발달한 것처럼 쌀가루로 밀가루를 대신해 빚은 쌀만두였다.

이런 오봉향의 새우 쌀만두가 맛있다고 소문나면서 딤섬을 제공하는 광주의 찻집에서 앞다퉈 오봉향 새우 쌀만두를 새로운 메뉴로 받아들였다.

광주 찻집에서 딤섬을 먹는 고객들은 중산층 이상의 부유층과 상인, 관리들이었다. 그러니 촌동네인 오봉향 새우 쌀만두를 그대로 제공할 수는 없었다. 이때부터 하가우의 고급화가 진행된다.

통새우가 들어간 하가우. 출처 : 바이두


먼저 다진 새우와 돼지고기를 섞은 만두소 대신 껍질 깐 통새우를 만두소로 넣었다. 통새우만을 넣은 것이 뭐 그리 대수냐 싶지만 나름 상당한 의미가 있다.

통새우를 그대로 쓰려면 신선하고 질 좋은 새우여야만 한다. 광저우는 모든 식재료가 다 이곳에 있다(食在廣州)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미식이 발달한 곳이다. 특별하고 색다른 맛을 찾는 미식가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통새우를 넣은 것이다.

통새우를 넣음으로써 만두의 품격도 달라졌다. 바다가 먼 중국 중원에서 바다 새우는 특별한 재료였다. 당나라 문헌 『영표록이(嶺表錄異)』에 남인(南人)들은 새우를 잡아 식초에 절여 먹는데 별미로 여긴다고 기록이 보인다. 명나라 의학서 『본초강목』에도 새우요리는 진귀한 음식이라며 먹으면 정기가 더해져(益精氣) 정력에 좋다고 풀이했다. 이런 대접을 받았던 새우인 만큼 새우가 통째로 들어가니 고급스러움을 넘어 진미(珍味)에 속하는 별미 만두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징분. 출처 : 바이두


여기에 맞춰 만두피 역시 바뀌었다. 쌀이 흔한 광동 지방에서는 밀가루 만두가 오히려 고급이다. 그런데 하가우는 평범한 밀가루가 아닌 밀을 갈아서 녹말은 가라앉히고 남은 전분으로 만든 특별한 밀가루 반죽을 사용했다. 맑을 징(澄), 가루 분(粉)자를 쓰는 징분이다. 비교하자면 감자 전분처럼 식감이 쫀득쫀득하면서 맑고 투명해 만두소로 넣은 통새우가 비칠 정도다.

하가우가 고급화됐지만 여기서 그친 것이 아니다. 중국의 공산화로 광저우는 죽음의 장막에 갇혔지만 홍콩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광둥의 새우만두 하가우에도 온갖 기교가 더해진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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