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정의 편이되 극단 서지 않은 시대의 어른… 어지러운 세상서 더 생각나[그립습니다]

2024. 5. 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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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지러울수록 그립게 떠오르는 분이 바로 김수환 추기경님이시다.

그분은 우리 시대 많은 이들의 큰 스승이었고 어른이셨다.

그분은 참으로 진정한 우리 시대의 그리스도교적 영적 휴머니스트이셨다.

진정한 어른과 참스승이 없다는 이 시대에 그분은 우리의 마지막 참어른, 참스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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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 고 김수환 추기경(1922~2009)
고 김수환 추기경 지시로 필자(조광호 신부)가 만든 서울 서소문 순교자성지 현양탑.
웃고 있는 고 김수환 추기경.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그립게 떠오르는 분이 바로 김수환 추기경님이시다. 그분은 우리 시대 많은 이들의 큰 스승이었고 어른이셨다.

내가 그 어른을 가까이 모시게 된 것은 그 어른께서 1980년대 전두환 제5공화국 신군부 세력의 폭정 아래 한국천주교 주교단 의장이셨던 때이다. 나는 당시 주교단 출판국장으로 주교회의 서기를 맡아 주교회의에 참관하였다. 14명의 주교가 당시 긴박한 시국에 성명서를 두고, 회의 탁상 위에 구둣발이 놓일 정도로 의견이 팽팽히 맞서던 순간이었다. 끝까지 인내하며 다 들으신 추기경님은 ‘우리가 모두 속을 훤히 다 드러내셨으니 이제 회의를 끝내겠습니다’ 하시며 회의를 종료했다.

그분은 진리와 정의를 위해 어정쩡한 중간에 서 계시지 않으셨다. 분명한 역사의식을 지니신 그분은 몸과 마음으로 언제나 물러섬 없이 분명하고 단호하셨지만 절대로 극단을 취하시지 않으셨다. 그분의 판단과 결의는 그 어느 편이 아니라 언제나 믿음에 뿌리를 둔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때로는 외로운 선택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분 판단은 언제나 평화와 화평으로 그 꿈이 이루어졌다.

그분의 눈길은 자상하셨고 그분의 손길은 언제나 따스했다. 교회 장상으로서 사회에서 존경받는 어른으로서의 자의식보다 ‘모든 이에 모든 것’이 되고픈 깊은 연민과 사랑이 그의 내면에 늘 출렁임을 그를 만나는 모든 이가 느꼈다.

높은 곳을 향하여 높은 목소리를 내는 시대에 그분은 언제나 낮은 곳을 향하여, 낮은 목소리로 타이르고 호소하고 애원하며 기도하셨다. 그분은 참으로 진정한 우리 시대의 그리스도교적 영적 휴머니스트이셨다.

나는 부족하고 어설프지만, 그분의 사랑을 받은 사람 가운데 하나다. 어디 나만 그럴까. 서소문 성지 조성, 들숨날숨 월간지, 1980년 경향잡지 시월호 사건 등 그분과 함께한 여러 일은 내 생애에 너무나 귀한 축복의 체험이었다.

무한 경쟁에 내몰린 신자유주의 시대에 인생에 많은 경험과 지혜로움으로 자상한 눈길과 따스한 손길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보듬어 줄 어른은 어디 있는가? 어른이 실종되었는가? 아니면 더 이상 어른을 찾지 않는 시대가 되었는가?

많은 이들이 오늘 우리는 ‘어른이 없는 시대’ ‘어른 멸종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다. 집 안에도 마을에도 나라에도 믿고 본받고 싶은 어른이 없다고 한다. 어른이 사라진 시대, 스승이 실종된 사회는 불행한 비극의 사회다.

‘스승은 운명이다’란 말이 있다. 어떤 스승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으로 인류 보편의 가치가 될 것이다. 진정한 어른과 참스승이 없다는 이 시대에 그분은 우리의 마지막 참어른, 참스승이었다.

조광호 신부(가톨릭조형예술연구소 대표·유리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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