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문학의 위대함… 인간의 근원적 심리 담은 매혹의 선율[이 남자의 클래식]

2024. 5. 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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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2년, 29세의 베르디는 오페라 '나부코'를 흥행시키며 국민적 영웅이 된다.

이를 계기로 베르디는 민족, 애국적 내용을 담은 작품 대신 인간의 심리를 깊이 다루는 오페라를 작곡하기로 결심한다.

그 흔한 사랑 이야기 한 토막 없이 심리적 갈등이 주를 이루는 줄거리와 극 중 등장하는 수많은 장소의 전환을 위해 베르디는 이전의 그 어떤 오페라들보다 많은 수고를 감당해야 했다.

베르디의 집요하고도 치밀한 노력으로 이전의 애국심을 자극하던 오페라에서 인간 심연의 심리를 다루는 오페라로의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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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베르디, 오페라 ‘맥베스’
셰익스피어 4대 비극중 하나
노래·연극 결합한 4막 10장
맥베스가 부르는 아리아 압권

1842년, 29세의 베르디는 오페라 ‘나부코’를 흥행시키며 국민적 영웅이 된다. 애국적 내용을 담은 이 오페라는 당시 오스트리아의 압제하에 있던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조국의 독립과 통일 의지를 불태우는 도화선이 됐다. 특히 오페라에 등장하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이탈리아 ‘제2의 조국찬가’가 됐다.

이탈리아 국민들은 베르디가 계속해서 이탈리아의 독립운동을 고취시킬 만한 오페라를 써줄 것을 바랐다. 이에 부응해 베르디는 33세가 되던 1846년까지 ‘에르나니’ ‘조반나 다르코’ ‘아틸라’ 등, 이른바 리소르지멘토(부흥, 통일) 오페라들을 작곡하게 된다. 베르디 오페라의 영향력이 커져 감에 따라 당국의 검열 또한 심해졌다. 이를 계기로 베르디는 민족, 애국적 내용을 담은 작품 대신 인간의 심리를 깊이 다루는 오페라를 작곡하기로 결심한다. 그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 바로 오페라 ‘맥베스’다.

베르디가 가장 애정했던 작가는 셰익스피어였다. 베르디는 평생에 걸쳐 셰익스피어 작품을 토대로 총 세 편의 오페라, ‘맥베스’ ‘오델로’ 그리고 ‘헨리 4세’와 ‘윈저의 아낙네들’을 조합해 만든 ‘팔스타프’를 작곡했다. 그중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 1847년 작곡한 오페라 ‘맥베스’다.

가곡이 노래와 시의 결합이라면 오페라는 노래와 연극의 결합이다. 그렇기에 극음악인 오페라를 작곡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오페라의 내용을 이끌어갈 대본을 만드는 일이다. 자신이 직접 감동받지 않은 희곡이나 소설로는 절대 오페라 작곡을 하지 않는다는 그의 원칙처럼 베르디는 작곡만이 아니라 대본 작업에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베르디는 영어로 된 소설을 이탈리아어로 번역해 직접 초안을 구성했고, 당대의 대본가 피아베에게 대본 작업을 맡겼다. 피아베는 베르디가 만족할 때까지 수정에 수정을 더했고, 그것도 모자라 베르디는 또 다른 대본가 안드레라 마페이까지 참여시켜 극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를 오페라화시키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그 흔한 사랑 이야기 한 토막 없이 심리적 갈등이 주를 이루는 줄거리와 극 중 등장하는 수많은 장소의 전환을 위해 베르디는 이전의 그 어떤 오페라들보다 많은 수고를 감당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4막 10장의 오페라로 완성하게 된다.

베르디는 오페라가 초연되기까지 음악은 물론이고 대본, 무대미술, 연출 등 모든 분야를 직접 감독하며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초연 전의 한 리허설에서 무대 연습이 길어지자 한 소프라노가 볼멘소리를 냈다. “베르디 감독님, 너무하는 것 아니에요. 벌써 이 부분만 150번째 중이란 말이에요.” 이에 베르디는 이렇게 말했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아요. 151번째 연습을 시작하죠.”

베르디의 집요하고도 치밀한 노력으로 이전의 애국심을 자극하던 오페라에서 인간 심연의 심리를 다루는 오페라로의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이를 계기로 베르디 오페라의 예술적 깊이는 한 단계 더 깊어지게 됐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맥베스’ 중 아리아 ‘연민도, 존경도, 사랑도’

전 4막 10장으로 구성된 베르디의 초기 걸작으로 마리아 피아베가 대본을 각색했으며 1847년 피렌체의 라 페르골라 극장에서 초연됐다. 마녀의 예언대로 왕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으나, 결국 자신의 헛된 욕망으로 스스로 파멸하는 맥베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4막 3장 맥더프가 이끄는 반란군이 성문 밖에 이르자 자신의 운명이 다해가고 있음을 예감한 맥베스가 부르는 아리아가 유명하다. 맥베스가 ‘연민도, 존경도, 사랑도 이젠 모두 사라지고, 운명이 다한 나에겐 묘비의 아름다운 글귀나 꽃 한 송이 없이 오로지 원망과 저주만이 있을 것’이라 흐느끼며 부르는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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